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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well Mar 21. 2022

백세 인생을 꿈꾸는 저널리스트가 쓴 과학책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을 읽고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제목의 칼럼과 책을 쓴 작가도 있지만 만 40세가 되지 않은 입장에서 아직까지는 죽음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변화가 있다면 어렸을 때는 막연히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건강과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명만 길어지는 것도 상당히 무서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아마 내가 네댓 살만 더 젊었어도 눈길도 주지 않았겠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이런 고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고른 책이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마르타 자라스카라는 저명한 과학 저널리스트인데 머리말에는 그녀의 아버지가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저자에게 시켰던 여러 가지 습관 또는 행동이 서술되어 있다. 그러한 습관이나 행동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떠나서, 상징적인 숫자이긴 하지만 실제로 100세라는 구체적인 수명을 목표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너무 신기하게 다가왔다. 이 책의 저자가 바로 백세 인생의 현신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정신적인 측면이 건강하게 나이 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영양제와 슈퍼 푸드를 챙겨 먹거나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의미 있고 깊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공감, 이타적 행동 등을 통해 마음의 건강을 챙기는 게 장수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매년 초 운동을 시작했다가 얼마 못 가서 중단하곤 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귀가 솔깃할 이 주장 자체는 그리 새롭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방대한 양의 참고문헌을 인용하여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저자가 왜곡 없이 참고문헌의 내용을 인용했는지, 그리고 인용된 논문은 실험 및 결과 해석 면에서 엄밀한 과학적 방법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일 것이다.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저자의 과거 이력을 보니 논문을 인용할 때 왜곡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인용된 논문에 결정적인 오류가 없는지 여부는 논문을 한 편씩 찾아서 주의 깊게 읽어보고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알 수 있겠지만 당연하게도 나에게는 그렇게 할 정신적·시간적 여유와 지적 능력 모두 없다. 그렇지만 많지 않은 수의 경제학 논문을 읽어본 경험으로 판단해 볼 때 세상에 완벽한 논문은 있을 수 없으며 방법론 상에 결정적인 허점이 있는 논문도 생각보다 꽤 있었기 때문에 항상 인용한 논문의 결과가 과학적으로 도출되었는지 의심하는 태도는 가지고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상반된 제목을 가진 책이 비슷한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 놀라기도 했는데 이 책의 내용은 재작년에 읽었던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고 느껴졌다. 가완디는 최고급 양로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자녀 등 사랑하는 사람과 여생을 보내는 것, 그리고 가능한 의학적 수단을 총동원하여 병원에 누워서 수명만을 연장하는 것과 최소한의 연명 치료를 병행하되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병원이 아닌 곳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것 중 어떤 삶이 행복한 인생의 마무리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노부모 부양과 자녀들의 인생을 어떻게 현명하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많기 때문에 책은 강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생각해 볼 만한 문제라는 식으로 약간은 흐리멍덩하게 끝을 맺고 있다. 그렇지만 노년에도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과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작은 불만이 있다면 이 책에서는 어떤 습관이 평균 수명을 몇 퍼센트 증가시키는데 이는 다른 습관보다 더 효과가 크다는 식의 서술이 자주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뒤쪽에는 각 논문에서 실시한 실험의 맥락, 환경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를 할 수는 없다는 문장이 항상 따라온다. 주장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직접 비교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면 처음부터 저런 서술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더 큰 혼동을 방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사소한 불만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고 운동, 식이요법 중심의 장수 비결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 책이었다.


* 표지 사진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5DkZ_EsMTGU&ab_channel=%EC%9D%B4%EA%B8%B0%EC%98%A4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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