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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필 Apr 14. 2022

제주에서 나는 달린다.

제주에서의 소소한 행복

4월의 첫 주말이 되었다.

살짝 열어 놓은 틈으로는 봄을 알리는 바람이 들어와 걸어 놓은 선캐처를 흔든다.


그 소리에 창문으로 가 하늘을 올려다 보았고, 하늘은 파랗게 열려있었다.


아-아 날씨 좋다 


나는 일부러 소리를 내곤 옷을 갈아 입고 문밖을 나섰다. 마치 스스로 날씨가 좋으니 나가라는 듯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오피스텔 입구에 서자, 이제 진짜 봄이라는 듯 따사로운 햇살이 온 사방을 비추고 있었다.


'달리기 참 좋은 날씨다'


내가 제주에 와서 했던 가장 첫번 일이 달리기였고, 이 곳에 와서 꾸준히 뛰며 살을 빼겠다는 것이 내 목표이자 로망이기도 했다.


달리는 것은 즐거운일이다.

특히나 제주에서의 달리기는 더욱이 즐거울 수 밖에 없다.

제주시 도심 한가운데 있는 우리집에서 10분정도 뛰어나가면 돌담과 시골의 풍경들이 펼쳐지고, 30분을 뛰면 바다가 보이는 달리기가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매일 아침 달릴 수 있는 것은 기쁨이고 축복이라 생각하지만, 평일엔 8시 반까지는 집에 돌아와야하는 직장인이기에 멀리서 바다를 바라보고 돌아오는게 전부였던 나에겐 풀리지 않는 갈증이 있었는데, 이호테우의 해변까지 달리는 것 이었다. 그렇기에 첫 주말을 맞이한
오늘은 꼭 이호테우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달리며 마주하는 흔한 풍경

이호테우까지의 여정은 약 집에서 5키로정도 되는 거리고, 왕복하면 10키로가 딱 나오는 거리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지만 달리기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나에겐 첫 10km 였고 엄청난 도전이었다.


멀리 뛰는 것은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단거리라면 있는 힘을 다해 불태우겠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긴 거리를 처음으로 달려보려하는 것이기에 꾸준한 페이스로 달려야한다. 


달릴때 듣기 좋은 노래들을 틀며 이어폰을 꼽고 달리며, 너무 신나지 않게 그래서 오버하지 않게 주의하며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며 보이는 풍경들을 하나하나 마주하며, 눈에 담으며 달린다. 새로운 길을 찾기도하고, 길을 잘 못들어 다시 돌아 나오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렇게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달리기 하다 마주치는 제주의 흔한 풍경


한참을 달리다보니 달리기라는게 참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에서도 페이스를 잃어버리면 달리기 힘들어지고, 가기도전에 지치듯이, 우리가 사는 삶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고, 서두르거나, 무리하게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면 쉽게 지쳐 달성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일도 생기도 한다.

제주의 길은 골목이 많고 지름길도 , 막다른 길도 많아 정신 없이 달리다보면 길을 잘못들어 돌아나와야하기도 하고, 조금 더빨리 가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로 살다보면 막힌길도 있고, 잘 못 가는 길도 있고, 잘 풀리기도 안풀리기도 한다.

또한 달리기와 인생은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달린다면, 살아간다면, 천천히 달리더라도 꾸준히만 갈 수 있다면 언젠간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에 도달할 수 있는 것도 닮았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이호테우 해수욕장 입구에 도달했고, 무언가 알 수 없는 벅참이 차올랐다.

달리는 것, 그리고 목표로 한 곳에 도달했다는 것. 

비록 다시 돌아가야하지만, 난 그래도 내 목표를 달성했고, 돌아가는 길도 난 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앞으로 내가 제주에서 하고싶은 것들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차오르는 듯했다.


그래서 난 달리기가 좋은 것 같다.

날 늘 긍정적으로 만들어주고, 힘든 순간들을 모두 이겨낼 수 있는 끈기와 용기를 주기에.


오늘도 제주에서의 삶은 꾸준하게 느리더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마치 내 달리기처럼

느리더라도 나는 달렸고, 달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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