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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Apr 04. 2020

누구나 대나무 숲은 필요하다  

내면을 치유하는 대나무 숲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 이야기는 신라 48대 왕인 경문왕의 귀에 얽힌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임금의 모자를 만드는 복두쟁이는 왜 대나무 숲으로 갔을까?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사실은 복두쟁이 밖에 몰랐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소문이 퍼진다면 복두쟁이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마음속에만 담아두기에 너무 힘들었던 그는 아무도 없는 대나무 숲에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누군가에게 말을 하면 목숨이 위태롭고, 말을 안 하자니 속 터져 죽겠는 상황에서 ‘대나무 숲’이라는 해결책을 찾은 것이다. 


그렇다면 대나무 숲이 필요한 사람은 복두쟁이뿐일까? 아니다. 크고 작은 심리적 외상을 안고 살아가는 모두에게 대나무 숲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나무 숲이 어딨더라? 


심리적 외상을 치유하는 대나무 숲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충분하다. 글쓰기를 통해 심리적 외상을 치유할 수 있다. 글쓰기는 치유를 위한 대나무 숲이 된다.


글쓰기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심리학자 제임스 페니베이커는 심리적 외상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았던 사람들에 비해 크고 작은 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말한다. 


심리적 외상을 비밀로 간직하는 것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위협이 된다. 하지만 자신의 심리적 외상을 남에게 말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글쓰기는 말을 할 수도, 말을 안 할 수도 없는 심리적 외상을 치유하는 해결책이 된다. 


표현적 글쓰기는 가장 깊은 내면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써 보는 것이다. 치유효과를 보려면 매일 15분씩 최소 4일 동안 써야 한다. 4일 동안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써도 좋고,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써도 좋다. 한 번도 심리적 외상을 겪지 않았다면 현재 겪고 있는 갈등이나 스트레스에 대해 글을 써도 좋다. 


내면의 깊은 생각과 감정에 대한 글을 써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첫째, 면역기능이 좋아진다. 둘째,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셋째, 학업 또는 업무능력이 좋아진다. 학업이나 업무능력이 좋아지는 이유는 감정적 글쓰기를 통해 정보를 단기적으로 기억하고 이해하는 “작동기억(working memory)”이 상승되기 때문이다. 




표현적 글쓰기는 숨김없이 솔직하게 써야 한다


   

내 글을 누군가 읽는다고 생각한다면 솔직한 감정을 쓰기 어렵다. 그래서 표현적 글쓰기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다. 혼자만 보는 노트에 쓰거나 비공개 글로 쓰면 된다. 단 솔직하게!


표현적 글쓰기를 쓸 때는 첫째, 부정적 감정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감정까지 모두 쓴다.


둘째,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만든다. 심리적 외상이 발생한 직후에는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고 자신만 홀로 뚝 떨어진 느낌을 받게 되는데, 혼돈 속에 흩어진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무슨 일이 발생했고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에 관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지금 여기’와 관계있는 문제에 대해서만 쓴다. 오래된 문제를 파헤치는 것이 현재 생활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넷째, 지금 기억하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쓴다. 정확한 기억이 안나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가정하고 글을 쓰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오로지 의식하고 있는 심리적 외상과 감정에 대해서만 써라. 


다섯째, 글을 쓴 후 반드시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가장 깊은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얼마나 표현했는가?’  ‘현재 느끼는 슬픔이나 분노는 어느 정도 인가?’  ‘현재 느끼는 행복감은 어느 정도인가?’  ‘오늘의 글쓰기가 얼마 큼의 가치와 의미가 있었나?’등의 질문에 1~10점으로 점수를 매겨보자.  


마지막으로 특정 주제에 대해 글을 쓰면서 통제가 안 되는 두려움에 빠지거나 감정적 격변이 너무 심하다면, 글쓰기가 너무 벅차다면 그 주제에 대해서는 쓰지 마라. 아직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준비가 안됐음을 인정하고 다른 주제로 글을 써라.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서만 쓰도록 하자.   




자, 이제 각자의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 스스로를 안아주자





참고  <표현적 글쓰기>, 제임스 W. 페니베이커 / 존 F. 에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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