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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Apr 01. 2020

멍멍 오늘도 웃는다

먹고 놀고 자는 삶

코코의 화장실은 처음에는 거실에 있었다. 그러다가 활동하는 곳과 최대한 멀리 두는 게 좋다고 해서 작은방으로 옮겼다. 적에게 노출되면 위험하기 때문에 보금자리는 배변을 하지 않는 야생의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코코가 작은방에 들어가는 이유는 두 가지다. 화장실을 가거나 장난칠 거리를 찾으러 가거나. 거의 대부분 급한일을 해결하러 작은방에 들어간다. 우리 부부는 방에 들어가 보지 않아도 코코가 똥을 쌌는지 오줌을 쌌는지 알 수 있다.


코코의 특별한 행동 때문이다. 똥을 싸고 나면, 뭐가 그리도 좋은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총총총 나와서는 집안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사람도 쾌변을 하면 기분이 좋은 것처럼 개도 마찬가진가 보다. 실제로 똥의 상태와 기분이 좋아 뛰어다니는 모습은 비례한다. 건강한  똥일수록 기분 좋게 뛰어다닌다. 반면 오줌을 쌌을 때는 별다른 리액션이 없다.





개는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못 한다. 그래서 평소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똥은 건강 상태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지표다. 간식을 너무 많이 먹은 날은 똥 상태도 별로다. 반면 사료를 적당히 먹은 날은 똥 상태도 좋다.

코코의 건강을 위해 사료를 먹이면서, 나는 혀의 만족만을 위한 인스턴트나 불량식품을 먹을 때가 있다. 코코의 쾌변을 볼 때마다. 코코를 아끼는 것만큼 나를 아끼진 않는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개를 키우다 보면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깨달을 때가 있다. 건강한 음식이 몸에 좋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하루는 똥을 싸고 나오는 코코의 걸음걸이가 엉거주춤했다. 무슨 일인가 봤더니 손톱 크기만 한 똥이 항문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휴지로 똥을 떼어주는데 머리카락 한올이 딸려 나왔다. 주어 먹은 머리카락 때문에 똥이 매달려있던 것이었다. 왜 머리카락을 먹었는지 알 수는 없다.


머리카락이 있으니까 먹었겠지.. 청소를 더 신경 써야겠다.


개를 키우면 저절로 부지런해진다. 배변판을 닦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줌으로 축축해진 배변패드를 수시로 갈아준다. 이상한걸 주어 먹고 탈이 나지 않도록 청소를 빡세게 한다.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니 산책을 나간다. 요즘엔 코로나 19 때문에 산책을 못하는데,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공을 던져준다.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으면 코코가 공을 물어온다. 공놀이를 하자는 신호다. 피곤할 때는 코코의 신호를 모른 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소용없다. 공을 앞에 두고선 발을 동동 구르며, 공은 대체 언제 던질 거냐는 무언의 압박을 이겨낼 방법이 없다.




공을 던지면 으르렁 소리를 내며 공을 쫒아간다. 엄청 귀엽다. 보통 귀여움이 아니다. 피로가 사라지는 귀여움이다. 그렇게 지칠 때까지 공놀이를 하다가 어느 순간 철퍼덕 누워서 잠이 든다. 먹고 놀고 잔다. 코코의 하루는 단순하다. 하지만 이 단순함 속에 웃음이 있고,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다. 개를 키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버려지는 개들의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2018년 한 해, 9만 마리의 개가 버려졌다.


코코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우주의 먼지 정도에 불과한 나지만, 코코의 세계엔 내가 절반이나 된다. 나머지 반은 아내다. 물론 코코가 우리의 삶 전체는 아니다.



그러나 코코는 우리의 삶을 완전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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