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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Mar 30. 2020

가독성 좋은 글은 어떻게 쓰나요?




말하듯 쓰는 글이 좋은 글이다. 



이 말은 상황에 어울리는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강아지가 화단에 똥을 쌌다.’ 이 문장 어떤가요? 별로 이상할 게  없습니다. 


그런데 ‘똥’이라는 단어가 저급해 보인다고 ‘강아지가 화단에 용변을 봤다’ ‘강아지가 화단에 배설물을 내보냈다’ ‘강아지가 화단에 대변을 봤다’등의 단어를 사용하면 어떤까요? 


네, 이상합니다. 똥을 똥이라고 했을 때 좋은 표현이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속어를 사용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맞는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쓰는 게 좋습니다. 


말을 글로 적으면 리듬감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말하듯 쓰는 글은 상황을 잘 표현할 수 있고 리듬감 있는 글이 됩니다. 이는 좋은 글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상황 묘사나 리듬감만큼 중요한 게 있습니다. 글로 옮겨 적었을 때 문장이 매끄러운가?  


피동형 문장은 매끄럽게 읽히지 않습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명쾌하게 와 닿지가 않는 거죠. 가끔 아내에게 등을 긁어달라고 하는데, 간지러운 부분을 딱 짚어서 긁어주면 시원하면서도 마음이 통한 것 같아 기분이 좋더군요. 문장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느낌적인 느낌을 주는 문장보단 가려운 곳을 딱! 긁어주는 문장을 쓰고 싶다면 피동형 문장은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피동문을 사용한 글은 뜻이 애매모호해 힘이 떨어집니다. 힘 있는 글쓰기를 하려면 피동문을 피하는 게 좋습니다. 힘 있는 글을 쓰려면 피동문을 버리세요.





피동문은 신문기사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 장관은 검찰 조사 초반부터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장은 실제 신문기사에서 가져온 문장입니다. 피동문을 고쳐 봤습니다. ‘전 장관은 감찰 조사 초반부터 진술거부권을 헹사했다.’라고 쓰면 훨씬 매끄럽고 힘 있는 문장이 됩니다. 그런데 기자들이 몰라서 피동문을 쓸까요? 아닙니다. 팩트체크가 안 된 상태에서 글을 쓰려다 보니 피동문을 쓸 수밖에 없는 겁니다.


글로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팩트가 중요합니다. 주장에는 근거가 있어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근거 없이 주장만 나열한 글은 독자를 설득할 수도 공감을 얻을 수도 없습니다. 근거 없는 글은 떼쓰는 어린아이와 비슷합니다. 


박종인 기자는 주장이 아닌 팩트를 쓰라고 합니다. 다음은 기자의 글쓰기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원래 주장을 하기 위해 사람들은 글을 쓴다. 당연하다. 아무리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 글을 쓰더라도 필자가 가지는 주관적인 관점을 벗어날 수 없다. 소설가도 자기 원하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 소설을 쓴다. 수필가가 수필을 쓰는 이유도 똑같다. 기업 직원이 쓰는 보고서에도 목적이 있다. 모든 글, 아니 모든 창작물은 그런 법이다. 자기가 갖고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이러이러한 팩트, 이러이러한 재료를 버무려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영화를 찍는다. 





영어 표현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피동문이 많이 쓰입니다. 영어는 피동문을 사용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반면 우리말은 피동문을 쓰면 문장이 어색해집니다. 영어뿐만이 아닙니다. 피동 표현은 일본말 번역에서도 많이 쓰입니다. 


예시) 열흘이나 걸려서 겨우 굽혀진 숯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어딘가 어색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어색한가요? 네, ‘굽혀진’이 어색합니다.  마치, ‘숯이 구워졌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겠네요. 그럼 이 문장을 고쳐보겠습니다. 


수정 ) 열흘이나 걸려서 겨우 구운 숯 

어떤가요? 훨씬 매끄러운 문장이 됐습니다. 이런 표현이 나온 이유는 일본말 때문입니다. 우리말과 일본말은 어순이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소년이다’를 영어로 하면 ‘나는(I) 이다(am) 소년(a boy)’ 이 되지만 일본말로 하면 ‘나는(Watashi wa) 소년(Otokonoko) 이다(Dearu)’가 됩니다. 


어순이 같기 때문에 일본말을 우리말로 번역해서 나열하기만 하면 뜻이 통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를 모르고 일본말을 그대로 번역해 쓰다 보니  ‘~진다’ ‘~된다’ ‘~되어진다’ ‘~불린다’등 잘못된 우리말이 사용됩니다. 잘못된 우리말 표현 몇 가지를  더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문장은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 쓰기에서 발췌했습니다.


- 서울시는 2억 원을 들여 길이 13미터 너비 4.3미터 높이 5미터 크기로 만들어진 이 호랑이 모형을...

- 서울시는 2억 원을 들여 길이 13미터 너비 4.3미터 높이 5미터 크기로 만든 이 호랑이 모형을...


- 또 하나는 국제정세의 변화라고 보여집니다. 

- 또 하나는 국제 정세의 변화라고 보입니다.


- 8년 전 괴한들이게 폭행당해 오른발을 저는 박창신 신부는 군인의 테러가 틀림없고 반드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8년 전 괴한들이게 폭행당해 오른발을 저는 박창신 신부는 군인의 테러가 틀림없고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작품에서 다뤄지고 있는 주제는...

-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 몽고 말은 몽고인에게 있어 분신과도 같다.

- 몽고 말은 몽고인에게  분신과도 같다.


- 문학작품에 있어서의 자유와 평화

문학작품의 자유와 평화


- 그날은 나에게 있어서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 그날은 나에게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잘못된 표현도 오랜 시간 사용하다 보면 익숙해집니다. 그러나 익숙함에 속아 잘못된 표현을 계속 사용하면 안 됩니다. 아무리 익숙한 것이라도 한 번쯤 의심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글쓰기에서 피동형을 쓰지 말라는 이유는 첫째, 문장이 매끄럽지 못해서입니다.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 이유는 외국말과 한국말은 엄연히 다른데 외국말 어법을 한국말에 그대로 쓰다 보니 어색한 문장이 됩니다. 둘째, 피동문을 사용하면 힘 있는 글을 쓸 수 없습니다. 글에 힘이 실리기 위해선 근거, 팩트가 확실해야 합니다. 물론 완곡한 표현을 위해 피동문을 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잘 읽히는 글,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글, 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피동문은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혹시, 익숙함에 속아 잘못된 문장을 쓰고 있지는 않은가요? 자신도 모르게 피동문 썼다면 E.B 화이트의 이 말을 기억하세요. 



최고의 글은 고쳐 쓰기다. 




참고 

<기자의 글쓰기> , 박종인

<우리글 바로 쓰기> , 이오덕 

<비즈니스 글쓰기>, 정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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