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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Mar 28. 2020

코로나 19 그다음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야 할 책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1980년 세계 보건기구 WHO는 천연두 종식을 선언했다. 천연두는 바이러스에 의해 걸리는 질병인데, 현재 천연두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곳은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러시아 벡터 연구소 두 곳뿐이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남겨둔 이유는 또다시 천연두가 발생할지도 모르기에 연구 차원에서 보관해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 피터 메더워가 남긴 불멸의 표현을 빌리면, 바이러스는 “단백질로 감싼 나쁜 소식”이다. 바이러스는  완전히 살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코 죽은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먹지도 호흡하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무임승차한다. 대체로 바이러스는 활기 없는 상태로 존재하지만, 살아 있는 세포 안에 놓으면 갑자기 격렬하게 증식한다.


바이러스는 아주 작다. 너무 미세해서 일반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다. 바이러스는 세월을 견딘다.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는 바이러스의 인내력을 보여주는 흔한 사례다. 이 바이러스는 어릴 때에는 수두를 일으키지만, 신경세포에 50년 넘게 비활성 상태로 잠복해 있다가 갑자기 활동을 시작해 대상 포진을 일으킨다. 


바이러스는 빠르게 전파된다. 애리조나 대학교 연구진은 실험 목적으로, 한 사무실 건물 손잡이에 바이러스를 묻혀두었다. 약 4시간이 지나자 그 바이러스가 건물 전체로 퍼졌는데 직원 중 절반 이상이 감염되었고 복사기와 커피 자판기 등 거의 모든 공용 기기들에도 바이러스가 묻어있었다.




인수공통 전염병은 사람을 공격하는 동물의 질병이다. 동물의 체내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오면서 병을 일으킨다. 인수공통 전염병을 이해하면 돼지독감, 조류독감, 사스 등의 불길한 질병들, 신종 전염병, 그리고 전 세계적 유행병에 숨은 생물학적 복잡성을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된다. 인수공통 전염병은 미생물이 원인이다. 미생물의 종류에는 세균, 바이러스, 원생생물 등이 있는데 대부분의 인수공통 감염병을 일으키는 건 바이러스다.


천연두는 인수공통 전염병이 아니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인간의 체내에서만 생존 가능하고 다른 동물로 옮겨가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의 몸에서만 바이러스를 쫒아 낼 수 있다면 천연두를 정복할 수 있다. 만약 천연두 바이러스가 인수공통 감염 즉, 인간의 몸이 아닌 다른 동물에게 기생해서 생존할 수 있었다면 인류는 천연두를 정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어디로 숨어들었는지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수공통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어디서 왔는지를 찾으려 하지만 쉽게 찾지 못한다. 


인수공통 전염병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십 년 전부터 호주, 아프리카, 광둥성, 미국, 네덜란드, 방글라데시 세계 각국에서 인수공통 전염병이 발생했다. 에볼라, 에이즈, 메르스, 사스, 조류독감, 햄버거병 모두 인수공통 전염병이다.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앗아간 코로나 19 또한 인수공통 전염병이다. 




바이러스가 최초로 발생하는 곳은 야생동물과 접촉이 많은 중국의 광둥 성이나 아프리카 등이다. 그러나 한번 사람 몸에 올라탄 바이러스는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간다. 실제로 광둥 성에서 발생한 사스 바이러스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는 6주밖에 안 걸렸다.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대편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바이러스는 사람의 몸속에 무임승차한 채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기침과 접촉을 통해 확산된다. 


데이비드 콰먼의 책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역사는 코로나 19 이후의 세계를 엿볼 통찰을 제공한다. 물론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과거의 사례를 통해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볼 수는 있다. 지식을 통해 공포에 휩쓸리지 않고 과학적 근거를 강화해 철저한 대비책을 만들 수도 있다. 이미 전염병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세계적인 대유행병을 예측하고 있었다.


“이들 바이러스 중 일부는 인류 보건에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진화 가능성이 높고 동물 집단에서 유행병을 일으키는 능력이 입증되어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돌이켜보면 사스가 유행하기 6년 전에 벌써 그 가능성을 주장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역사> 中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역사를 읽다 보면 인류멸망에 관한 시나리오를 보는 것 같다.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한다는 시나리오보다 더 그럴듯하다. 과거 전쟁의 목적은 경제적 이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쟁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오히려 득 보다 실이 크다. 그래서 현대의 인간은 전쟁보다는 다른 방법을 택한다. 


반면 바이러스는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로지 생물학적 목적, 바로 자손번식을 위해 증식할 뿐이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자손번식을 위해 인간에게 옮겨오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현재 전 세계 인구는 70억이고 앞으로 90억 명 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야생동물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본다면 언제 멸종할지 모르는 동물에게 기생하기보다는 개체수가 많은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게 유리하다.




단일하 동물종의 개체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현상을 ‘대발생’이라고 한다. 대발생은 생태계를 교란한다. 삼림 나비목의 애벌레는 대발생을 일으키며 나무들을 먹어치웠다. 벌레를 죽이기 위해 약을 쳐도 소용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가 애벌레가 사라지게 된다. NPV라는 바이러스가 애벌레를 멸종시킨 것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특정한 동물종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대발생’이라고 한다면 호모 사피엔스종은 가장 심각한 대발생 현상이다. 1804년에 인류 전체의 수는 10억 명이었다. 1927년에는 20억 명으로 늘었고 1960년 30억 명에 도달했다. 10억 명씩 늘어나는 시간이 점차 짧아졌다. 1960년 이후론 13년마다 10억 명씩 늘기 시작해서 2011년에는 70억 명을 돌파했는데 이는 짧은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할 수 있는 속도다. ‘대발생’한 애벌레가 바이러스로 인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것처럼 인수공통 전염병이 인간을 멸종시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애벌레가 아니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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