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이야기가 정답일 때가 많지만 대부분 정답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이유는 뻔한 이야기를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수학 문제집의 정답을 볼 때면 "아! 이거였지 맞아.."하고 마치 이해한 것처럼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떻게 착각인 줄 알았냐고? 문제집 한 권을 떼도 수학 실력이 늘지 않았기 때문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제 수학 문제와 씨름할 나이는 지났지만 정답을 찾는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어려운 정답을 찾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답안지도 없을뿐더러 정확하게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마치 "이 산이 아닌가벼?" 하는 웃픈 경우 말이다.
사주 공부를 했던 적이 있다. 첫 시작은 미래가 궁금했기... 아니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사주를 보러 가면 되는걸 굳이 배울 필요까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공부를 한 까닭은 보는 곳마다 다 틀려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배워두면 노후에 용돈벌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사주 공부를 하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사람들 등쳐먹기 좋을 것 같은데?'였다. 그렇다고 해서 사주를 봐주는 사람이 못된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 사람들은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고 미래를 불안해하는 마음이 자기 자신을 등쳐먹는 것 같았다.
사주는 책으로만 공부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실전 경험이 필요한데 배운 지 몇 달 안된 초심자에게 손님이 올리는 만무라기에 먼저 주변 지인들에게 사주를 봐주겠다고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대게 사주를 봐준다고 하면 호의적이었다.
시 일 월 년
甲 壬 丙 己
辰 午 子 亥
사주는 넉사(四)에 기둥 주(柱) 자를 사용한다. 두 글자로 되어있는 기둥이 네 개가 있기 때문에 '사주팔자 '라는 단어가 만들어지는데 단지 여덟 글자로 인생의 길흉화복을 알 수 있다는 게 미심쩍으면서도 궁금하기는 하다.
놉!! 사주 공부로는 미래를 맞출 수도 없을뿐더러 불안감을 해결할 수도 없었다. 정말 사주팔자에 인생이 담겨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사주를 차에 비유하자면 누군가는 벤츠로 태어나고 누군가는 아반떼로 태어난다. 벤츠와 아반떼만 차가 아니다. 트럭, 화물차, 냉동차, 스포츠카, SUV 등등 다양한 차가 있고 사람은 그 이상으로 다양성을 가진다. 벤츠에도 급이 나뉘고 연식이 나뉜다. 또 어떻게 관리를 했느냐에 따라 차의 성능은 천차만별이다.
사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타고난 여덟 글자에 인생을 저당 잡히기보다는 여덟 글자가 좋으면 좋은데로 나쁘면 나쁜데로 일단 인정하자. 그리고 나면 내가 해야 될 일이 보인다. 트럭이 스포츠카가 될 수는 없다. 막연하게 생각하면 트럭은 스포츠카를 부러워할지도 모르겠지만 상황과 맥락에 따라 트럭과 스포츠카의 입장을 뒤바뀔 수 있다. 달리는 길이 고속도로라면 당연히 스포츠카가 유리하겠지만 비포장 도로라면 트럭이 유리하다. 빨리 달리는 게 목표라면 스포츠카가 유리하겠지만 많은 짐을 싣고 달리는 게 목표라면 트럭이 유리하다.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의 강점을 찾는 것 이것이야 말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첫걸음이다. 차와 달리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인연들을 만나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데 좋은 영향이 될 수도 있고 나쁜 영향이 될 수도 있다. 좋은 영향을 주는 인연을 만나는 것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한다.
좋은 인연을 만나는 특정한 곳은 잘 모르겠지만 인상이 좋아 보인다며 말을 건네는 사람은 일단 거르자. 요즘에는 길을 물어보기도 하더라... 그래도 역삼역 5번 출구에서 앞에서 역삼역 5번 출구가 어디냐고 물어보는 건 너무 티 나지 않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은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을 인정하면 지금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답을 찾기 위해선 문제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문제를 이해했으면 답을 찾아야 되는데 답을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생각하는데 그중 나는 책을 통해서 답을 찾아가려 한다. 유발 하라리, 제레드 다이아몬드, 조너선 하이트, 애덤 그랜트 등 내가 살면서 친하게 지낼 가능성이 거의 없는 그래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접할 수 있고 그 속에서 나게에 맞는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내 인생의 정답을 찾아가다 보니 자연스레 좋은 인연이 만들어지더라.
독서, 글쓰기, 달리기는 나만의 불안 치료제다. 약은 규칙적으로 먹어야 효과가 있는 것처럼 독서, 글쓰기, 달리도 규칙적이어야 불안감을 없앨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세 가지를 매일 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한 두 가지는 매일 재밌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재밌게' 하는 것.
재미는 집중과 몰입을 통해 불안을 극복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준다. 독서, 글쓰기, 달리기는 재미뿐만이 아니라 하루를 충실하게 보냈다는 만족감을 준다는데서 공허함만 남는 말초적 재미와는 큰 차이가 있다.
독서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옛날이야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자. 어릴 적에 옛날이야기를 듣는 게 재밌었다. 콩쥐팥쥐부터 신데렐라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이야기들이 재밌었는데 요즘으로 치면 '오디오 북'이 아닐까 한다.
이제 우리는 콩쥐팥쥐는 시시하게 느끼는 으른이 되었으니 더 길고 깊은 이야기를 듣는 건 어떨까? 물론 책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다 보면 미래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