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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Dec 11. 2019

나의 불안감 치료제

뻔한 이야기가 정답일 때가 많지만 대부분 정답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이유는 뻔한 이야기를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수학 문제집의 정답을 볼 때면 "아! 이거였지 맞아.."하고 마치 이해한 것처럼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떻게 착각인 줄 알았냐고? 문제집 한 권을 떼도 수학 실력이 늘지 않았기 때문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제 수학 문제와 씨름할 나이는 지났지만 정답을 찾는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어려운 정답을 찾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답안지도 없을뿐더러 정확하게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마치 "산이 아닌가벼?" 하는 웃픈 경우 말이다. 




불안을 해결할 정답을 찾고 싶었다.


사주 공부를 했던 적이 있다. 첫 시작은 미래가 궁금했기... 아니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사주를 보러 가면 되는걸 굳이 배울 필요까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공부를 한 까닭은 보는 곳마다 다 틀려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배워두면 노후에 용돈벌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사주 공부를 하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사람들 등쳐먹기 좋을 것 같은데?'였다. 그렇다고 해서 사주를 봐주는 사람이 못된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 사람들은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고 미래를 불안해하는 마음이 자기 자신을 등쳐먹는 것 같았다.  


사주는 책으로만 공부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실전 경험이 필요한데 배운 지 몇 달 안된 초심자에게 손님이 올리는 만무라기에 먼저 주변 지인들에게 사주를 봐주겠다고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대게 사주를 봐준다고 하면 호의적이었다. 


시 일 월 년 

甲 壬 丙 

辰 午 子 亥


사주는 넉사(四)에 기둥 주(柱) 자를 사용한다. 두 글자로 되어있는 기둥이 네 개가 있기 때문에 '사주팔자 '라는 단어가 만들어지는데 단지 여덟 글자로 인생의 길흉화복을 알 수 있다는 게 미심쩍으면서도 궁금하기는 하다.




그래서 사주 공부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했을까?


놉!! 사주 공부로는 미래를 맞출 수도 없을뿐더러  불안감을 해결할 수도 없었다. 정말 사주팔자에 인생이 담겨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사주를 차에 비유하자면 누군가는 벤츠로 태어나고 누군가는 아반떼로 태어난다. 벤츠와 아반떼만 차가 아니다. 트럭, 화물차, 냉동차, 스포츠카, SUV 등등 다양한 차가 있고 사람은 그 이상으로 다양성을 가진다. 벤츠에도 급이 나뉘고 연식이 나뉜다. 또 어떻게 관리를 했느냐에 따라 차의 성능은 천차만별이다.  


사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타고난 여덟 글자에 인생을 저당 잡히기보다는 여덟 글자가 좋으면 좋은데로 나쁘면 나쁜데로 일단 인정하자. 그리고 나면 내가 해야 될 일이 보인다. 트럭이 스포츠카가 될 수는 없다. 막연하게 생각하면 트럭은 스포츠카를 부러워할지도 모르겠지만 상황과 맥락에 따라 트럭과 스포츠카의 입장을 뒤바뀔 수 있다. 달리는 길이 고속도로라면 당연히 스포츠카가 유리하겠지만 비포장 도로라면 트럭이 유리하다. 빨리 달리는 게 목표라면 스포츠카가 유리하겠지만 많은 짐을 싣고 달리는 게 목표라면 트럭이 유리하다.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의 강점을 찾는 것 이것이야 말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첫걸음이다. 차와 달리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인연들을 만나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데 좋은 영향이 수도 있고 나쁜 영향이 수도 있다. 좋은 영향을 주는 인연을 만나는 것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한다. 


 


좋은 인연은 어디서 만날까?


좋은 인연을 만나는 특정한 곳은 잘 모르겠지만 인상이 좋아 보인다며 말을 건네는 사람은 일단 거르자. 요즘에는 길을 물어보기도 하더라... 그래도 역삼역 5번 출구에서 앞에서 역삼역 5번 출구가 어디냐고 물어보는 건 너무 티 나지 않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은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을 인정하면 지금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답을 찾기 위해선 문제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문제를 이해했으면 답을 찾아야 되는데 답을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생각하는데 그중 나는 책을 통해서 답을 찾아가려 한다. 유발 하라리, 제레드 다이아몬드, 조너선 하이트, 애덤 그랜트 등 내가 살면서 친하게 지낼 가능성이 거의 없는 그래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접할 수 있고 그 속에서 나게에 맞는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내 인생의 정답을 찾아가다 보니 자연스레 좋은 인연이 만들어지더라. 




나는 이렇게 불안을 극복했다


독서, 글쓰기, 달리기는 나만의 불안 치료제다. 약은 규칙적으로 먹어야 효과가 있는 것처럼 독서, 글쓰기, 달리도 규칙적이어야 불안감을 없앨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세 가지를 매일 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한 두 가지는 매일 재밌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재밌게' 하는 것.


재미는 집중과 몰입을 통해 불안을 극복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준다. 독서, 글쓰기, 달리기는 재미뿐만이 아니라 하루를 충실하게 보냈다는 만족감을 준다는데서 공허함만 남는 말초적 재미와는 큰 차이가 있다. 


독서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옛날이야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자. 어릴 적에 옛날이야기를 듣는 게 재밌었다. 콩쥐팥쥐부터 신데렐라까지 서양을 넘나드는 이야기들이 재밌었는데 요즘으로 치면 '오디오 북'이 아닐까 한다. 


이제 우리는 콩쥐팥쥐는 시시하게 느끼는 으른이 되었으니 더 길고 깊은 이야기를 듣는 건 어떨까? 물론 책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다 보면 미래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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