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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Jul 09. 2021

날개 달린바퀴의 습격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저녁이었다. 아내와 나는 티브이를 보는 중이었고 코코는 아내 앞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곤히 자던 코코는 별안간 일어나더니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곤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려왔다. 


탁! 타탁 타타닥...


처음에는 코코가 장난치는 소린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주방 쪽에는 코코가 장난칠 만하게 없었다. 궁금한 마음에 주방으로 갔다. 


주방 한편에서 코코는 무언가를 발로 툭툭치고 있었다. 까만색에 크기는 엄지 손가락만 했다. 그 물체는 다름 아닌 바퀴벌레였다. 심지어 날개 달린 거대 바퀴벌레였다. 바퀴벌레는 멍멍 펀치에 혼절이라도 한 듯 뒤집힌 채 버둥거리고 있었다.  


살면서 그렇게 큰 바퀴벌레는 처음 봤다. 놀란 마음에 휴지로 바퀴벌레를 싸서 집 밖으로 내다 버렸다. 혼절한 탓인지 빠르기로 소문난 바퀴벌레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드디어 우리 코코가 밥값을 했다며, 코코는 영문도 모른 채 이쁨과 간식 보상을 받았다. 그동안 코코는 귀여움 담당이었는데, 이제 벌레퇴치 담당이 추가되었다. 용맹한 사냥꾼 칭호를 얻었다. 


산책을 다닐 때면 코코는 비둘기나 참새를 쫒곤 했다. 물론 리드 줄로 통제를 하기 때문에 잡지는 못했다. 그러나 코코의 몸놀림을 보면 리드 줄이 없다면 그리고 운이 좋다면 사냥에 성공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거대 바퀴벌레의 난입으로 코코의 사냥 능력이 검증되었다. 코코는 움직이는 물체에 호기심이 동해서 바퀴 벌 리를 잡았을 것이다. 그게 뭔지도 모르고 말이다. 


늑대는 개의 먼 조상이다. 최초의 개는 야생성 대신 인간과 함께 하기를 택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잘한 선택이었다. 최초의 개는 인간 주변에 위험한 것들이 있는지 경계하고 사냥도 함께 했으리라. 코코가 바퀴벌레를 잡았듯 말이다. 


바퀴벌레를 치울 생각에 인증샷 하나 남기지 못한 건 아쉽지만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코코의 바퀴벌레 사냥으로 불쾌했을 뻔한 경험이 유쾌한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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