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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Jan 14. 2021

산책이 보약이다

코코는 지난주 내린 폭설로 일주일 가까이 산책을 못 나갔다. 어쩌면 코코는 그제도 산책을 나갔고, 어제도 산책을 나갔다면 오늘도 산책을 나가겠거니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코코가 생각하는 오늘과, 실제 오늘은 달랐다.


날은 춥고 길 위엔 얼음 반, 염화칼슘 반이다. 물론 아무 일 없이 즐겁게 산책을 다녀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를 상상해 본다면, 내 입장에서는 코코를 산책시킨 이유가 없다. 코코가 염화칼슘을 밟으면 발바닥에 상처가 난다. 발바닥 상처만으로 코코는 고통스럽다.


그러나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프니까 발바닥을 핥는다. 그러다 발바닥에 남아있는 염화칼슘을 먹을 수도 있다. 염화칼슘을 먹게 되면 구토, 탈수, 설사를 하거나 심하면 장기 손상도 발생하게 된다. 가능성은 낮지만 한 번의 산책만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개는 겨울에도 발이 안 시릴까?


어떤 사람이 한겨울에 맨발로 다닌다면 어떻게 될까? 에베레스트에 도전하는 수많은 산악인이 등반 중에 동상으로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잃기도 한다. 아마 맨발로 다닌다면 발가락을 잃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개 발바닥은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사람과 달리 개 발바닥은 동맥과 정맥이 가까이 붙어있으면서 동맥의 뜨거운 피가 정맥의 식은 피를 데워주기 때문이다.


코코 발바닥을 만져보면 온기가 돈다. 추운데 있으면 차가워지기도 하지만 금방 따뜻해진다. 겨울이면 하루 종일 발이 시린 나와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 개 발이 따뜻한 거 하고 염화칼슘 하고는 전혀 다르다. 염화칼슘은 개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일주일 가량을 집에만 있었던 코코는 무료해졌다. 발바닥을 핥는 행동은 코코가 심심할 때 하는 행동이다. 내가 스마트폰 스크롤을 내리며 무료함을 달래듯이 코코는 발바닥을 핥으며 시간을 때우는 것이다. 물론 좋은 행동은 아니다. 목적 없이 스마트폰 스크롤을 내리면서 뇌를 멍청하게 만드는 것만큼 말이다.  


코코는 산책을 안 나가는 날이 길어질수록 컨디션이 떨어지는 것 같다. 밥을 잘 안 먹는다. 사료를 물에 불리면 맛있는 냄새가 난다. 이 냄새로 코코를 꼬셔서 어찌어찌 밥을 먹게 해 봤지만, 밥을 먹고 토를 해서 안 먹으니만 못한 상황이 된다.


그러다 일주일 만에 산책을 나가게 됐다. 염화칼슘이 없는 곳에서 만 내려놓기로 하고 말이다. 코코는 일주일 동안 못 나간 것에 대한 보상심리라도 발동한 듯 산책로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다. 다행히도 산책로에는 염화칼슘이 없었다. 산책을 갔다 온 코코는 밥 한 그릇을  싹싹 비웠다.


코코에겐 산책이 보약이다

전날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밤새 쌓였다. 얼음반, 염화칼슘 반이 되기 전에 코코를 산책시켰다. 보행로가 아닌 그래서 아직 눈이 쌓여있는 곳에서 말이다. 견생 4년 차 처음으로 눈밭에서 산책을 하는 코코였다.   



눈밭에서도 추운 기색 하나 없이 당당한 모습이다. 한참을 눈밭에서 뛰어논 코코는 만족스럽게 집으로 돌아갔다. 염화칼슘으로부터 지켜주고자 하는 내 마음을 코코는 알까? 몰라도 상관없다. 지금처럼 건강하게 잘 지내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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