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승 강경빈 Dec 23. 2019

겨울엔 3킬로만 달립니다.

올해는 달리기 습관을 들였다. 2월부터 달리기 시작해 현재까지 꾸준히 달리고 있다. 달리기 첫날 700미터가량 뛰다가 걸었던 기억이 난다. 700미터로 시작한 달리기는 어느새 6킬로까지 늘어났다. 거리가 늘어난 만큼 계절이 바뀌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여름으로 그리고 스치는 안녕한 가을을 지나 다시 겨울이 왔다. 


11월 초만 해도 겨울에도 6킬로를 달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점점 거리를 늘려 내년 3월에는 10킬로 마라톤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가지고 있다고 했던가?  한대 처맞기 전까지는 말이다...




11월 초 감기에 걸려 열흘 가량 달리기를 쉰 적이 있는데 그 사이 날씨가 너무 추워졌고 추운 날씨가 뭐 대수냐 하고 옷을 껴입고 달렸다.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안 달리나  
껴입고 달리지



달리 수는 있었다. 

그런데 달리고 나서 너무 힘들었다. 체력적으로 힘든 느낌이 아니라 진이 빠지는 느낌이랄까? 무엇보다 달리기가 전혀 즐겁지 않았다. 그래서 거리를 줄여봤다. 6킬로에서 5킬로 다시 3킬로 까지 거리를 줄였다. 그러자 빠지는 느낌이 없었고 달리기가 다시 즐거워졌다. 


거리를 줄이는 과정을 한 문장으로 쓸 수는 있지만 거리를 줄이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았다. 그동안 꾸준히 쌓아온 마일리지가 날아가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나 자신과 타협하는 게 불안했다. 


남과 비교하는 마음도 나를 힘들게 했다. 누군가는 내년 3월 10킬로 마라톤을 목표로 이번 겨울을 보낸다는데 나는 왜 이럴까? 


비교심과 불안감에서 방황하던 나를 정신 차리게 해 준 것은 '왜 달리지?'라는 질문이었다. 내가 10개월 동안 꾸준히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즐거움, 의미, 성장의 내적 동기 때문이었다. 


6킬로 뛸 수 있어요~

10킬로 마라톤에 나갈 거예요~ 

추워도 무조건 뛰어요~ 


위 세 문장엔 즐거움 의미 성장이 전혀 없다. 남들에게 그럴싸하게 보이고 싶은 교만함만 가득했다. 



교만함을 버리고 내적 동기를 깨닫게 되면서 마음 편하게 거리를 줄일 수 있었다. 겨울은 길지 않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더위에 허덕인 걸 생각해 보면 이 겨울도 금방 지나간다. 그럼 다시 거리를 늘리면 된다. 그때도 마라톤이 나가고 싶다면 준비해서 나가면 된다.


달리기가 싫어져서 그만두는 것보다 추위에 무리해서 병이 나는 것보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게 나에게 맞는 길이다. 


그래서 겨울엔 3킬로만 달린다. 

작가의 이전글 게임과 인생의 공통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