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승 강경빈 Dec 27. 2019

일상의 착각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는 30년 넘은 구옥이다. 오래된 아파트에 살아서 좋은 점은 새집 증후군 걱정이 없다는 것과 공원에 온 것만 같은 조경이다. 가을에 단풍구경을 따로 갈 필요가 없고 무엇보다 코코와 산책하기에 너무 좋다. 불편한 점은 지하 주차장이 없어서 주차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것인데 감사하게도 우리 집은 주차전쟁과는 크게 상관없다. 


지하주차장이 없는 관계로 이중 주차는 기본이다. 그래서 바깥에 주차를 하는 날은 반드시 기어를 중립으로  둬야 한다.  





며칠 전 아침에 목격한 일이다. 달리기를 하고 돌아오는데 중년의 남자와 젊은 남자가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젊은 남자는 머리가 눌린 채 부스스한 얼굴이었고 중년 남자는 출근을 하는 복장이었다. 젊은 남자는 짜증 섞인 말투로 차를 밀면 되는데 왜 전화를 했냐는 말에 중년 남자는 차가 안 밀려서 전화를 했단다. 젊은 남자는 그럴 리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본인이 직접 차를 밀어보는데... 꿈적도 안 한다. 기어를 중립에 놓지 않은 게 확실하다. 차가 밀리지 않는 것을 확인한 젊은 남자는 군말 없이 차에 올랐다. 


일부러 기어를 P에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가는 높은 확률로 차를 빼러 나와야 되는데 굳이 기어를 P에 둘 이유는 없다. 말 그대로 착각을 한 게 분명하다. 우리는 매일 하는 익숙한 일에서도 가끔씩 실수를 하는데 실수를 하는 이유는 대게 착각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착각에 빠지는 카테고리는 다음과 같다. 주의력, 기억력, 자신감, 지식, 원인, 잠재력


아마도 젊은 남자는 기어를 N에 두었다는 '기억력 착각'과 내가 그럴 리 없다는 '자신감 착각'에 빠졌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착각한다는 걸 인지하게 된다면 나를 바라볼 땐 겸손한 태도를 남을 바라볼 땐 관대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KFC는 왜 11명만 팔로잉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