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사냥감을 두고 경쟁관계에 있던 늑대와 인간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인간의 친구가 된 늑대들의 후손은 개가 되었다.
귀가 뾰족한 늑대와는 달리, 개의 귀는 종류에 따라 뾰족하기도 하고 축 쳐져있기도 하다. 초창기 인류가 늑대를 받아들일 때 사나운 늑대보다는 온순한 늑대를 선호했을 것이다.
온순한 늑대가 개로 바뀌는 과정에서 호르몬 작용으로 인해 귀가 쳐졌다고 한다. 대체적으로 귀가 쳐진 종들이 온순한 걸로 보아 신빙성 있는 주장이라 생각한다. 물론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 것처럼 개들 성격도 개바개라고 한다.
게으름, 탐욕, 두려움이 인간의 악한 본성이라면 신뢰, 연민, 공감은 인간의 선한 본성이다. 그리고 옥시토신은 신뢰, 연민, 공감 등의 감정을 이끌어 내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개를 변형시킬 때, 개도 우리를 변형시켰다. 개들이 인류 공동체 안으로 편입되자, 공동체의 성원들이 서로에게서 끌어냈던, 생리적이기도 한 종류의 동정 반응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여러 과학자팀들이 이루어낸 연구에 따르면 개들은 인간의 옥시토신 반응 체계를 이용한다. - <크리에이티브> 中
나는 개들이 인간의 옥시토신 반응 체계를 이용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개는 사랑스럽다. 그리고 정서적인 안정감과 웃음을 선물한다. 신체적으로 도움이 된다. 산책을 포함한 개를 케어하는 과정이 곧 운동이기 때문이다. 개는 믿을만한 친구이자, 든든한 경호원이다. 개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슬픔을 위로해 주기도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신뢰, 연민, 공감을 끌어내는 건 개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다. 인간과 함께 사는 개는 약자기 때문이다.
인간과 함께 사는 개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밥과 물을 챙겨주지 않으면 안 된다. 산책은 개의 본능이지만, 선택권은 인간에게 있다. 개를 키우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시간과 돈, 노력 그리고 관심 어린 사랑이 필요하다.
'이것을 하면 저것을 못 한다' 세상의 모든 선택은 등가교환으로 이루어진다. 개를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개를 키우기 시작하며 '반쯤'은 해외여행은 포기했다. 혼자 떠나거나, 맡겨놓고 떠나는 방법도 있기 때문에 '반쯤'은 포기를 안 하고 있긴 하지만... '너를 버리는 게 아니라 여행 때문에 잠깐 집을 비우는 거야'라고 이해시킬 방법이 없다.
개는 피규어가 아니다. 감정을 느끼고 인간과 교감이 가능한 살아있는 생명이다. 귀엽다고 가볍게 데려오고, 귀찮다고 가볍게 버려서는 안 된다. 개를 키우고자 할 때 정말 신중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 개가 가족이 아닌 짐이 된다면 개에게도 사람에게도 그보다 불행한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