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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Feb 12. 2020

개는 사랑을 먹고 자란다


지난 금요일 방영된 <나 혼자 산다>에는 성훈과 반려견 양희가 나왔다. 성훈은 철장 속에서 안락사당할 날만 기다려야 했던 유기견 양희를 입양했고, 불과 반년 사이에 양희는 전혀 다른 개가 되었다. 외모만 달라진 게 아니다. 성격 또한 180도 달라졌다. 입양 당시 주눅 들어 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양희는 발랄한 개린이가 되었다. 


너무도 잘 자란 양희를 보니 눈물이 났다. 매주 <나 혼자 산다>를 챙겨보지만 성훈의 팬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방송을 계기로 그의 팬이 됐다. 

mbc 나 혼자 산다 


양희가 환골탈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랑이다. 방송을 보면 성훈이 양희를 얼마나 위하는지 알 수 있다. 성훈은 양희 산책을 위해 이사를 했다. 이사는 양희를 위한 사랑이다. 


개의 문제행동 대부분은 산책을 통해서 해결이 가능하다. 그만큼 개에게 산책은 아주 중요하다. 산책은 생각보다 많이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산책 중에는 개에게만 집중해야 한다. 산책 준비하기, 산책 후 씻기는 시간까지 합치면 한두 시간은 우습게 지나간다. 산책은 개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 표현법이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표현하지 않으면 사랑인 줄 모른다. 사랑은 표현할 때 사랑이 된다.


사랑은 표현이다. 개가 아무 음식이나 먹어도 괜찮다는 건 잘못된 사실이다. 포도, 카페인, 아보카도, 마늘, 양파, 호두, 자일리톨 등은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다. 죽을 수도 있다. 

기름진 음식이나 간이 된 음식도 먹으면 안 된다. 특히 삼겹살처럼 기름진 음식은 급성 췌장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개에게 급성 췌장염은 치명적이다. 


절제도 사랑이다. 개가 원한다고 기름진 음식을 주는 건 사랑이 아니다. 예전에 동물병원에서 슈나우져 두 마리를 만난 적이 있는데 한 마리는 다부진 체형에 털에선 윤기가 흘렀다. 한눈에 봐도 사랑받는 티가 났다. 또 다른 슈나우져는 한눈에 봐도 비만이었고 피부병을 앓고 있었다. 걷는 폼이나 외모를 봤을 때 10살쯤 된 노령견 같았는데 4살이라고 해서 충격받았다. 개 나이 4살은 사람 나이 30대 초반에 해당한다. 


똑같은 슈나우져인데 왜 한 마리는 건강해 보였고, 한 마리는 병약해 보였을까? 비밀은 음식에 있었다. 윤기가 흐르는 슈나우저 주인은 돼지고기는 절대 안 먹인다고 했다. 반면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슈나우저 주인은 돼지고기를 먹인단다. 개를 사랑해서 먹인다기보다는 귀찮아서 먹였을 가능성이 크다. 개가 먹어도 되는 음식인지 아닌지 쉽게 검색해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잘 모르겠으면 먼저 찾아보면 된다.


마트에서 고기를 살 때 두 종류를 산다. 내가 먹고 싶은 부위와 코코가 먹어도 괜찮을 부위. 예를 들어 우둔살은 기름기가 적어 개가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개는 사랑을 먹고 자란다. 사랑은 표현이다. 규칙적인 산책과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는 것 이런 게 사랑이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사랑받지 못하는 개만 있을 뿐이다. 개에게 사랑을 표현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나 귀찮은 것보다 산책이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 


코코를 키우기 전에는 개가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줄 몰랐다. 생각했던 것 그 이상으로 손이 간다. 그렇지만 후회는 없다. 코코에게 받는 사랑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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