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워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누구한테도 털어놓기 힘든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동안 코코에게 비밀 얘기를 많이 했지만 요즘은 잘 안 한다. 그만큼 마음이 편해졌다고 할 수 있다.
알고 보니 아내 또한 코코에게 비밀 얘기를 했다고 한다. 물론 코코가 우리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귀를 쫑긋 세워가며 '저게 뭔 소리래?' 하는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얘기에 집중해준다. 때때로 코코는 우리 부부에게 있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칠 수 있는 대나무 숲이 되어준다.
또 다른 좋은 점으로는 집안에 온기가 돈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코코의 행동은 우리 부부에게 웃음을 주고 대화거리를 제공해 준다. 가끔 코코가 없는 날이면 집안이 썰렁하다.
부지런해진다는 것 또한 개를 키워서 좋은 점 중 하나다. 나는 코코 배변판을 청소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배변판 청소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배변패드를 갈아줘야 하고 깨끗한 물과 식사를 제공해줘야 한다. 엉뚱한 것을 주어먹지 않게 청소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얼마 전에 물걸레 청소기가 생겼는데 무엇보다 코코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만족도가 높다.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 개의 체온인 사람의 체온보다 높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코코를 안고 있으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데 전기장판이나 난로의 따뜻함 과는 다른 차원의 따뜻함이다. '생명의 온기'라는 표현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해주는 따뜻함이다. 더불어 털의 감촉은 심신을 안정시킨다.
하지만 개를 키우는 게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개를 키우는 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일단 모든 개는 털 빠짐이 있다. 특히 시바견이나 웰시코기 같은 이중모 견종의 털 빠짐은 상상을 초월한다. 반대로 푸들이나 비숑처럼 곱슬 털을 가진 견종은 털 빠짐이 덜하다. 우리 부부가 푸들을 데려온 이유 중 하나도 털 빠짐이 덜하다는 것이었다.
푸들이 확실이 털 빠짐이 덜하긴 하지만 우리 부부가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 바로 미친 활동량 흔히 비글, 슈나우저, 코커스패니얼을 3대 지랄견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미친 활동량 때문이다. 그런데 푸들 활동량 또한 만만치 않다. 지금은 안 그러는데 어렸을 적 코코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우다다다를 시전 했다.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갑자기 우다다다 거리며 온 집안을 뛰어다녔다. 다행히 요즘에는 안 그런다.
개들이 집안에서 사고를 치는 대부분의 이유는 활동량을 채워주지 못해서이다. 넘치는 에너지를 야외활동으로 해소해야 하는데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려니 좀이 쑤시는 것이다.
개를 키우는데 돈보다는 시간과 정성이 더 많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코코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하지만 주변에 혼자 살거나 맞벌이를 하는 가정에는 절대 개를 키우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개가 혼자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개도 힘들고 보호자도 힘들다. 티브이에 문제견으로 등장하는 개들 대부분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의 어린 시절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간다. 개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생후 6개월쯤 되면 많이 크고 일 년이면 성견이 된다. 물론 성견이 되어서도 귀엽다만 사실 꼬물이 시절이 더 귀엽긴 하다... 어쩌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라 더 귀여웠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개의 수명을 20년이라고 했을 때 강아지 시절은 스치듯 지나간다. 그래서 어릴 때 외모만 보고 즉흥적으로 개를 키울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생각보다 많은 개들이 자랐다는 이유만으로 파양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개와 함께 산다는 건 아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일이다. 티브이 속 귀여운 모습만 보고 즉흥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당신에게 개는 세상의 일부일지 몰라도 개는 당신이 세상의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