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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Feb 10. 2020

인생은 버스여행이다.

인생은 버스여행과 비슷한 점이 많다.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탈 수는 있다. 하지만 운전대는 기사님이 잡고 있다. 기사님에 따라 안전운전을 하기도, 난폭운전을 하기도 한다.

도로 상황도 내 맘 같지 않다. 뻥 뚫린 도로를 빠르게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은 바람과 현실 사이엔 갭이 존재한다.


내 인생인데 내 마음대로 안된다.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가도 주변에 휘둘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난폭 운전하는 차를 타면 멀미를 심하게 한다. 차에 내려서도 멀미의 여파는 오래가기 때문에 멀미의 조짐이 보이면 가능한 한 빨리 내리려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로 누군가 나를 난폭하게 휘둘려할 때 가만있어서는 안 된다.



버스를 잘못 타는 경우도 있다. 시내버스라면 얼른 내려서 다른 버스를 탈 수 있겠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에는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다.

전주행 버스를 타야 되는데 진주행 버스를 타버렸다. 전주 여행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망연자실 터미널에 앉아 울고만 있었다. 다 큰 어른이 울고 있는 게 평범한 그림은 아니다. 한 어르신이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전주여행 계획을 다 짰는데 버스를 잘못 타서 진주를 와버렸다고 했다. 말을 하다 보니 눈물이 멈췄고 진정이 됐다.

'뭐 이런 모질이가 다 있지?'라는 표정을 감추지는 못해도 얘기를 잘 들어주시던 어르신은 이렇게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진주에도 볼 거 많아~ 진주성 야경 본 적 있어? 끝내줘~


운명이 나를 낯선 곳에 떨어트렸을 때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앉아서 울거나, 일어나서 새로운 길을 찾거나. 물론 주저앉아 우는 것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리고 우는 것도 생각보다 힘들다. 차라리 다른데 에너지를 쓰는 게 덜 힘들지도 모른다.



놓친 버스는 다음 버스를 기다리면 된다. 설령 놓친 버스가 막차더라도 내일의 첫차가 있다. 혹시 아는가? 버스를 놓친 덕에 오늘 밤 귀인을 만나게 될지...


나는 단 한 번도 완벽한 계획으로 여행을 끝마쳐본 적이 없다. 하지만 여행은 늘 만족스러웠다. 벌어지는 상황 따라 주도적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또 실행해 옮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완벽한 계획으로 인생을 살고 있진 못하지만, 주어진 상황을 주도적으로 풀어가고자 한다.


인생을 버스여행이라 생각하면, 눈 앞에 닥친 큰일이 어쩌면 별거 아닌 일이겠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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