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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Mar 09. 2020

방구석 세계여행

국제 갈등, 민족분쟁, 사회 현상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국이 인권 유린을 이유로 국제적인 질타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티베트의 독립을 불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티베트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티베트는 히말라야 산맥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히말라야 산맥은 중국과 인도를 가르는 국경이자, 천연 만리장성이다. 중국 입장에서 티베트는 국경 그 이상의 전략적 가치가 있는 중요한 땅이다. 만일 독립된 티베트를 인도가 지배한다면, 중국 또한 인도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주요 강인 황허, 양쯔, 메콩강이 시작하는 곳이 티베트 고원지대이기 때문이다. 


인도가 티베트를 통제한 후 중국으로 흐르는 강을 틀어막는 시나리오는 중국이 상상조차 하기 싫을 만큼 끔찍한 일이다. 이것이 중국이 티베트를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 정부가 막대한 인구를 분산시킬 곳으로 티베트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서부개척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은 미국처럼.






미국에는 50개의 주가 있는데, 주 하나의 규모가 웬만한 나라보다 더 크다. 한 예로, 2017년 기준 캘리포니아의 GDP는 2조 7470억 달러로 전 세계 5위인 영국의 GDP 2조 625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긴 하지만 50개 나라가 있는 연합국이나 다름없다. 


1700년대 후반, 영국으로 부터 독립한 미국의 영토는 아메리카 대륙의 1/3도 안 되는 면적이었다. 식민지 시절 영국은 사람들이 동부 연안에 머물러야 세금 징수가 편하다는 이유로, 애팔래치아 산맥 서쪽 지역에 정착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독립전쟁 당시 미국 영토는 동쪽 대서양으로부터 서쪽 애팔래치아 산맥에 까지 였다.

 


독립 후 미국은 아직 개척하지 않은 땅이 많다는 것을 알았기에 서부개척을 꿈꿨다. 영토 확장을 위해서는 뉴올리언스가 위치한 루이지애나를 거쳐야 했는데, 당시 루이지애나는 프랑스가 지배하고 있었다. 

미국은 프랑스를 상대로 루이지애나 전체의 지배권을 사들였고, 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내륙 수로 수송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미국의 루이지애나 구입은 멕시코와 갈등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멕시코 또한 비옥한 영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양 국가의 갈등은 1835년 멕시코군이 뉴올리언스를 향해 진군했을 때 최고조에 달했는데, 자칫 하다간 멕시코가 미시시피 강 남단을 지배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미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텍사스가 멕시코로부터 독립 후 미국에 귀속되면서 멕시코는 지금의 국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애팔래치아 산맥 동쪽에서 시작된 미국의 영토는 골드러시와 함께 서쪽 캘리포니아까지 확장되었다. 1869년 대륙횡단 철도가 개통되면서 몇 개월이 소요됐던 동서 횡단이 일주일이면 가능해졌다. 이로서 미국의 서부 개척이 완성됐다. 대륙의 동서로 확장한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끼고 해군력을 강화해 갔다. 이로써 미국이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승리로 냉전 시대 끝났다. 그렇다면 이제 러시아는 이빨 빠진 곰이 되었을까? 

아니다. 북극지역이 있는 한 러시아의 영향력은 계속될 것 같다. 북극지역은 캐나다 일부와 핀란드,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러시아, 스웨덴, 그리고 미국의 알래스카 일부까지를 포함한다. 이 중에서 북극 개발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다. 


얼음을 부셔서 항로를 개척할 수 있는 쇄빙선 한 척을 건조하는 데는  1조 2000억의 비용과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2013년 기준으로 러시아엔 총 32척의 쇄빙선이 있다. 그중 6척은 전 세계 유일한 핵추진 쇄빙선이다. 러시아 다음으로 쇄빙선을 보유한 나라는 핀란드다(8척). 러시아와 핀란드의 격차만 보더라도 북극에 대한 러시아의 의지를 짐작할 수 있다. 



북극의 잠재력은 아니러니 하게도 온난화 때문이다. 북극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몰디브, 방글라데시, 네덜란드의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홍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더 없는 기회가 되었다. 빙하가 녹으면서 쇄빙선 없이도 화물선의 운항이 가능해진 것. 


2014년 누나빅 호는 2만 3천 톤의 니켈을 싣고 캐나다에서 중국으로 갔다. 이때 북극항로를 이용한 까닭에 수만 달러의 연료비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었다. 물류비 절감 외에도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에 숨겨진 천연가스와 유전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은 정치, 경제, 환경 등 많은 것들이 지리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중국, 미국, 북극뿐만 아니라 유럽, 러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한국까지 전 세계의 경제, 분열, 영유권 분쟁, 빈부격차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책 한 권 읽었을 뿐인데 세계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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