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기제의 출현

의식적으로 막을 수 있어요?

by 박진우

정신분석에서 제일 중요한 것으로 무엇을 꼽으시나요? 시험과 상담에서 종종 등장하는 것이 '방어기제'입니다. 언어에서 바로 드러나는 것이니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두고 생각을 많이 합니다.

과거에 제가 알던 어느 아가씨는 정신분석의 방어기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까


오빠! 저 그거 쩔어요!

라고 저에게 이야기를 꺼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더 정확하게 프로이트가 '방어'라는 말을 쓴 맥락이 무엇일까요? 초기 프로이트는 '방어 신경정신증'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즉, 현실로 부터 자아를 방어한다는 말이었죠. 그래서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 의식이나 행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식이나 행위까지 가면 의미가 영 달라지죠. 의식이나 행위가 되면 '의례' 혹은 '주술적 의미가 담긴 행동'이 됩니다. 이렇게 등장하는 것은 강박증에서 매우 자주 드러납니다.


혹은 자아가 이드와 초자아의 요구를 중재하기 위해서 이드의 욕구가 강해지면 불안감을 느끼고 그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정신 책략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 방어가 '신경증'이라면 기분이 어떨까요? 정신질환 자체가 방어라고 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방어기제는 일반적인 상태에서 부인한다, 억압한다, 합리화한다 등등... 이런 이야기를 많이 씁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방어기제들은 '체면'을 지키는데 더 많이 몰두해 있습니다. 즉, 다른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길 바라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것이 더 유익할 것 같습니다. 사실 신경증에 시달리는데 체면을 굉장히 많이 지킵니다. 어떤 사람은 체면을 잃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것이 흔히 이야기하는 방어기제로 드러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신분석가의 카우치를 두고 '체면 상실의 자리'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이런 방어기제들은 따지고 보면 흔히 정치적 말싸움에서도 종종 관찰됩니다. 어떤 사실에 대해서 부인을 한다거나 혹은 강하게 부정을 하는 겁니다. 물론 대중에게는 방어기제가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집단 심리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연인 간의 사랑싸움이라고 해도 그렇습니다. 차라리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훨씬 낫죠.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끝까지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버립니다. 게다가 초자아는 언제나 우리를 검열합니다. 즉, 이때 자아는 찌그러집니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든 방어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죠. 억제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끄러움을 쉽게 인정하지 못합니다.


이런 방어기제를 우리는 의식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흔히 어떤 책들을 보면 등장하는 방어기제를 설명하면서 행동이 어떻고 그래서 이런 것들을 사전에 조율해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적절히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이해는 조금은 문제가 될 겁니다.


방어기제는 한 단어, 한 문장이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을 통해서 등장합니다. 그 상황이 중요하다는 말이죠. 만약 우리가 방어기제를 의식하면서 대화를 하겠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동영상을 보는데 음성과 자막에 1초의 차이가 있다고 해봅시다. 굉장한 이질감이 들겠죠? 재미가 없어지기도 할 것이고요. 대화가 그렇게 되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요? 마치 주토피아에 등장하는 나무늘보랑 대화하는 것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정신분석을 한다고 해서 그런 방어기제를 다룬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방어기제를 쓴다? 그렇게 삶을 장악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병적인 시나리오에 가깝습니다. 방어기제를 평가하는 것도 대화가 끝난 후에 검토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굳이 일반적인 대화에서 그런 것들을 평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방어기제를 안다고 해서 '나'를 안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것이고요. 자아는 방어기제라는 것을 알면 그것을 재차 방어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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