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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Dec 05. 2020

죽음 공포증

어릴 때는 유치한 감정인 줄 알았는데..

질문


초등학생 때 종종 느꼈지만 잘 느끼지 못하던 것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이십 대 후반입니다. 이런 감정을 유치한 것으로 치부했지만 요즘 느껴보니 뭔가 다르네요.

준비하던 시험을 몇 번 실패하고 저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라고 생각하지만 요즘 들어 더 많이 느껴지는 게 이상합니다.


우울증처럼 죽고 싶다가 아닙니다. 죽고 싶지 않은 감정입니다. 죽음 뒤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인지? 이런 유치한 고민입니다. 말로는 유치하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내용으로 인정하면서 감정은 더 다운됩니다.


이런 건 어떤 정신적 질병인가요?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고 고생하지만 여자 친구도 있고 부족함을 느끼는 삶은 아닙니다. 오히려 행복하죠. 스트레스로 인한 포비아일까요? 시험에 합격하고 탄탄대로를 걸으면 더 이상 느끼지 않을 감정일까요?


답변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가끔 일어납니다. 비슷한 건 어린아이들이 어두운 것을 무서워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어둠도 무서워하셨었을까요?


그런데 막연하게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 밀려온다고 해서 그것을 '공포증'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공포증의 경우에는 명확한 대상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첨단 공포증처럼 특정 공포증으로 분류가 되고 신이나 죽음과 같은 추상적인 내용은 공포의 대상은 되지 않습니다.


죽음이란 것은 우리가 경험해볼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존재는 죽음을 결코 알 수가 없죠. 경험해볼 수 없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한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것이 죽음에 대한 공포감으로 변장해서 들이닥칩니다. 실은 불확실성에 대한 애매한 끌림이라고 부르는 것이 조금 더 옳습니다. 그렇게 관념이 이동하는 것이거든요.


준비하는 시험들의 연속적인 실패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을 것으로도 여겨집니다. 미래의 실패는 결국 무엇인가의 상실로도 이어지죠. 현재는 만족스럽고 괜찮은 삶을 사는 거 같은데 내적으로는 계속 불안합니다. 특히 남자들이 불안에 취약합니다. 뭔가 잃어버릴 것 같은 느낌은 일생토록 남자를 괴롭히죠.


그 맥락에서 지금의 불확실성이 지니는 내용은 현재의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다는 소망에 의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신적 질병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포비아도 아니고요. 단지 반복되는 실패로 조금 지친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장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시험을 계속해서 준비했을 것으로 여겨지네요. 질병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본인의 일에 충실하시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을 안겨주시는 것이 더 좋은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사랑한 만큼 아파야 하는 것처럼... 사랑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도 때론 괴로움으로 등장합니다.


추가답변


자신의 상태를 조금은 과장하는 측면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등장하는 공포감은 불확실성에 기인해 있고 강박 구조에서도 드물지 않게 관찰됩니다. 강박이라는 말을 들으면 강박증 아니냐고 물어보실 수 있는데 강박 성격의 차원도 있습니다. 강박 성격일 때는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고통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직접 생활에 개입해서 불편을 일으키는 증상이 아니라 자기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려는 일종의  '장인정신'으로 등장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책임감 문제도 포함이 됩니다.


이런 경우에 자기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병명을 갖다 붙이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현재 상태를 납득할 만큼 말끔하게 설명해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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