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리아 4

돌봄의 모습

by 박진우

얼마 후, 행동 통제가 전혀 되지 않는 이십 대 중반의 자폐 여성이 입원했다. 그 환자는 지쳐서 잠들기 전까지 쉬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가족이 견딜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나중에 그 아버지로부터 들었는데 사회복지 기관에서도 케어에 한계가 있어서 받아주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수간호사는 그 환자를 알고 있었지만 행동통제는 어려웠다. 자폐 환자가 수간호사를 기억하는 것은 아니었다. 입원 병실을 정하기 전, 보호실에 있을 때도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잠이 들어야 조용했는데 그것은 병동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잘 때 빼고는 계속 소리를 질러서 병동 환자들의 클레임이 계속 들어왔다.


"박 보호사. 그 따뜻한 마음으로 진정 좀 시켜봐라"


"예?"


당황스러웠지만 심 여사가 눈을 떴을 때, 그 비슷한 말이 있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사실 수간호사도 그 말을 하면서 좀 멋쩍어했다. 어쩌겠나. 미스터리한 사건에 대해서는 믿음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지시대로 나는 그 환자를 진정시키려고 시도했지만 되지 않았다. 당연하겠지만 안 되는 것이 정상이다.


정신분석에서 자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를 연구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자폐인이고 언어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말하는 단어에 따라서 특정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나는 그런 경험이 아직 없었다. 보호실에서 잠시 생활한 이후에 병실로 입실했다. 혜연 씨가 있는 병실이었다.


그런데 그 환자가 입원하고 혜연 씨의 행동변화가 등장했다. 쉬지 않고 소리를 질러대는 모습에도 개의치 않고 같이 놀아주고 밥도 간식도 같이 먹었다. 대소변 관리가 되지 않았지만 그것을 다 빨래해주고 같이 샤워도 했다. 마치 엄마처럼 돌보아 주었다. 필요한 물품들도 다 관리해주었다.


”왜 저러지? 좋아지려고 그러나? “


그 간호사는 혜연 씨를 오랫동안 보아왔지만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언제나 떼쓰고 사고치 던 사람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동시에 나에 대한 관심도 완전히 사라졌다. 내가 앞서 추측한 내용들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자기 증상을 이겨내기 위해 선택된 대체물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혜연 씨가 그 환자와 놀아주는 것을 보고 있으니 정말 자상해 보였다. 단순히 예쁘다는 말로 충분한 표현이 되진 않을 것 같다. 넋을 놓을 정도였으니까. 그 자체는 분명한 호전 양상이었다. 좋아지려고 하는 것이 맞았다. 혜연 씨는 대학시절에 교육학을 전공했다고 이야기한 것이 기억이 났다. 어린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고 싶었다는 소망이었다.


혜연 씨에게 아직 언어가 등장하기 전의 어린아이를 돌보는 것과 같은 태도가 나타난 것에 대해 어떤 임상 내용을 떠올릴 수 있을까? 이 태도는 신뢰관계 형성의 문제도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신경증 환자들은 '말'을 하는 사람을 신뢰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을 할 수 없는 동물에게 신뢰를 준다. 적어도 말을 하지 못한다면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 정도까지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안타깝게도 그 자폐 환자는 강제 퇴원 절차를 밟아야만 했다. 다른 환자들의 불편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이해해주고자 하는 태도를 지니신 분들도 모두 견디질 못했다. 그 환자가 떠나고 혜연 씨는 한동안 멍한 상태로 지냈다. 좋아졌다고 생각되던 행동은 사라졌고 웃지도 않았다. 그래도 이따금 자기 망상을 나에게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프로이트가 지적한 것이 떠올랐다. 정신병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아이를 가지면 호전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한 것이다. 아이를 가진다는 것이 대상애를 발달시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자신의 아이에게는 사랑을 쏟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나르시시즘 서론에서 정신병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출산을 하게 되면 건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결국 정신병은 자아 리비도 처리에 생기는 문제인데 그것을 대상 리비도로 변환하게 해주는 것이 출산이기 때문이다.



혜연 씨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어느 50대 아주머니가 입원에서 나에게 집착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 나는 당시 무척 당황스러웠는데 그때 혜연 씨는 나에 대한 집착을 멈추고 '양보'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물론 그 아주머니가 퇴원한 이후에 다시 집착했지만 예전처럼 심하진 않았다.

이전 06화오필리아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