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자들
새로운 환자들이 대거 입원하는 일이 있었다. 지역 내의 정신병원 하나가 문을 닫으면서 환자들이 타 병원으로 전원 해야만 했다. 당시에 정리할 물건도 많았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 파악도 해야 했다. 전부 병원 생활 오래 하신 분들이었으니 적응에 크게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병동에 보호실을 따로 만들었다.
그리고 여자 병동과 남자병동을 완전히 분리했다. 혜연 씨가 없으니 제약에서 풀려난 것 같았다. 간호사들 역시도 그럴 것이다. 나이트 근무할 때, 남자병동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데 여자 병동에서 계속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간호사들이 피곤한 경우가 많았다. 어쩔 수 없는 것이 남자 보호사가 가서 여자 환자들의 생리적인 문제들을 챙겨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로 들자면 심한 변비에 시달리는 환자분들에게 관장하는 것이 그렇다.
새로 들어온 환자들 중에서 이제 갓 20살이 된 정훈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다들 정훈을 귀여워했다. 병동에 있는 사람들도 잘 따랐다. 다만 소아 당뇨가 있어서 옆에서 간식이라도 챙겨주고 싶어도 줄 수도 없었다. 정훈이 역시도 먹는 것을 절제하지 않다가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스스로 먹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어떻게 보면 입원하지 않아도 잘 지낼 수 있는 아이일 것 같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혼자 있을 때 생활관리가 되지 않았다. 컴퓨터 하면서 술 담배를 즐겼고 음식 관리가 되지 않아 응급실에 자주 실려갔다.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었다면 그럴 일은 없었을 것인데 아버지가 지병으로 투병생활 중이었다. 어머니는 간병을 위해서 늘 병원에 있었다. 아들을 어떻게 신경써주기 힘든 환경이었지만 부모님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아버지와 저녁마다 통화를 했고 또 좋아했다.
정훈이 같은 경우에는 병동에서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운동하는 것도 알려주고 했었다. 또 병동에 있는 형들과도 잘 지냈다. 아직 어려서 운동하는 만큼 몸이 금방 좋아졌다. 가슴도 펴지고 근육도 좀 늘어났다. 게다가 주변의 형들과 다 같이 운동하면서 즐겁게 지냈다. 정훈의 주치의는 그 모습을 무척 흐뭇해했다.
그런데 정훈이는 글자가 큰 동화책을 읽었다. 일상적인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유독 글을 잘 읽지 못했다. 난독증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정훈이 집에서 컴퓨터를 할 수 있었다면 모니터상의 글자는 잘 읽었을 것으로 여겨졌다. 흔히 말하는 난독증을 호소할 때, 종이책을 잘 읽질 못한다. 그런데 태블릿이나 모니터에 뜨는 글자는 잘 읽는 경우가 많다.
실제적으로 온라인의 지식인에 난독증을 질문하는 학생들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그 이유는 종이 위의 글만 문제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상징 저지>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이 것이 발생하는 메커니즘들을 탐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말은 해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다. ‘귀엽다’는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귀엽다’가 무슨 의미인지는 몰랐다. 이런 경우에 필사를 하면서 읽기 지도를 하는 경우에 글을 읽을 수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병동에서 근무하던 당시에는 이런 내용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정신질환에 오래 시달리고 있던 정신장애인 분과 대화를 하다가 우연히 얻어진 경험이다.
정훈의 병동 생활은 즐거웠다. 음식관리도 되고 관계도 좋았다. 어르신들에게 예의도 잘 지켰으니 모두 좋아했다. 그 상태가 지속되었다면 즐거운 나날들을 보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즐거움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일이 생겼다. 그는 매일 밤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