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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Feb 11. 2023

진단명이 뭘까요?

정확한 진단명을 알고 싶습니다

오늘은 자신의 정신과 진단 문제로

약간 곤란을 경험하시는 분이 있어요

그분의 사연입니다

그럼 질문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임상 심리검사 3번, 병원도 몇 군데 다녔습니다.

의사별로 조현병이 맞고 아니고 

심리 상담 센터에서는 조현병 아니라고 했고

지금 의사는 확실하게 조현병을 진단했는데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정확한 진단법이 있나요?

약간 우울과 불안이 생기고

대인기피증 비슷한 증상이 생겼을 때

정신건강 센터를 방문하였는데

거기서 15분 정도 면담한 의사가 병은 아닌데

관리 안 하면 병으로 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관리라는 게 약 먹는 건가요?

조현병을 의심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계속 상담을 받았지만

갈수록 이상해지는 겁니다.

오히려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이 것을 병이 진행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상담사가 조언한 대로 하던 일 모두 쉬어버렸습니다.

덕분에 좀 안 좋았죠.

그러다가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담사의 말을 통해서 스스로 증상을 만들어내서 거기에 몰두했습니다.

상담으로 생각이 많아져서

내 정신병에 몰두했습니다.

그렇게 이유가 있어서 말수가 줄어들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우울증이 생긴 거 같다며

약을 먹자고 했습니다.

병원에 가게 되었죠

처음엔 조현병이 아니라 비전형적인 우울증으로 이야기했죠.

임상 심리검사 결과도 조현병이 아닌 우울증이었고요.

약 3~4년 뒤에 병원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소견서에 조현 정동장애로 되어 있었던 겁니다.

왜 내가 조현병이냐고 물어보니까

의사는 소견서에 그렇게 되어있었다고만 말했습니다.

반발하니 의사보다 더 잘 아냐고 눈치 주는 것 같았습니다.

상담 센터에 소견서를 써줄 때

"환자는 본인이 상담 때문에 정신증상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라고

적어놓고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이 모두 나보고 병이라고 하니까

그 병에 집착해서 내가 내 증상을 만들어 내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젠 말도 잘 못해져서..

병원 가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정신병원을 가서 상담사랑 이야기하고 의사를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조현병이 아닌 거 같다고 하였지만

한 30분밖에 면담하지 않아서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어떡하는 게 좋을까요?

참고로 약은 끊었었는데 처음에는 좋았지만

나중에는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해서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매일 약을 복용해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다닌 병원에서 조현병 약들만 줘서 복용했었는데

증상에 전혀 차도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신의학에서 진단할 때는요

해당 매뉴얼에 따라서 진단을 하거든요?

조금 예전 이야기를 하면요

원래는 dsm 4로 진단을 했어요

dsm 4가 다축 진단체계라고 해요

진단할 때 여러 가지 축을 설정해 놓고

거기에 맞춰서 진단을 한 겁니다 

특히 DSM 4에서 5로 넘어오면서

스펙트럼 진단체계가 되었는데

dsm 5가 처음 나왔을 때 정신과 전문의들 중에서도요

5가 잘 안 맞다고

4를 그대로 쓰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이것은 진단매뉴얼에 따라서  차이가 좀 난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이 점은 의사가 지니고 있는 임상 능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그 해석이 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의라고 해서 모두가 동일한 임상 해석을 하는 것은 아니죠


그래서 이번에 dsm 5를 비판하는 관점에서

임상 중심이 아니라 전문의들의 투표에 따라서

임상을 결정했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임상을 통일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좀 있다고 여겨지긴 하는데요

이러한 정치적인 방식이

신경증의 교묘함을 어떻게 하진 못해요

비전형성 우울증에서 조현 정동장애 이런 식으로 진단명 변해가는 경우가

제 임상에서도 비슷한 분이 있었고요


어느 청소년인데요

그 부모님 하고 자녀의 증상에 대해서 대화를 주고받았어요

처음에는 '딸이 우울증이다'

'그것도 비전형성 우울증이다' 이렇게 했는데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으니까

갑자기 진단명에 '조현'이 붙었대요

좀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진단명 자체를 대 여섯 개씩 달고 계신 분도 있어요

진단명이 갑자기 변한다고 혼란스러워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어떤 경우에

신경증 문제에 있어서 그런데

진단명을 '수집'하고 하는 그런 케이스도 있어요

진단명이 새로 발견될 때마다

만족감도 느끼는 그런 케이스도 있습니다 

병명을 알게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 수 있다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예요


이게 요즘 mbti에 열광하는 것 하고도 조금 연결이 될 것은 같아요

그게 정말 옳으면 치료는 쉽고 빠르게 될 겁니다

그게 아니니까 치료가 자꾸 산으로 가는 경우가 생기죠


정신질환에 대한 전문가들은

다양한 케이스를 볼 수 있다는 그런 장점이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 대한 완전한 치료 사례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드물어요

일반화가 안되거든요

증상은 언제나 변동성을 가져요

변할 수가 있는데

그 증상을 권위로 결정하는 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드러나는 현상만 보고 진단하는 것에 있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어요


아무리 오래 면담한다고 해도

진단범주에 있는 행동으로만 진단하게 된다면

진단명은 계속 달라질 거예요 

정신분석에서는 자기 병의 전문가가 누구냐?

자기 자신이 그 전문가다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여러분들 중에서도 mbti 같은 검사 해보면요

계속 변하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환경 변화에 따라서 반응양식이 달라지는 사람이라면

검사결과도 계속 변해요

에니어그램 같은 것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질문자분이 호소하는 문제를 좀 살펴보죠.

상담사의 말을 통해서 스스로 증상을 만들어내서 거기에 몰두했다

이 경우에는 본인이 스스로 뭔가를 결정하는데

한계를 안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결정을 제대로 못한다는 거예요

이게 신경증의 특징이기도 하고요

결정장애라는 걸 사람들이 많이 경험하죠

심각한 경우에는 이게 신경증의 징후로 등장하는 거예요


그리고 상담사의 말에 몰두를 한 거예요

이것은 전문가의 권위에 복종하는 태도로 여겨지죠

치료과정에서 긍정전이가 작동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잘 보시면

'말'에 몰두하면서 자기 증상을 만들어냈다고 하거든요?


여기서 권위자의 말은 최면술사의 말과도

같은 힘을 지니고 있을 때가 있어요

즉, 어떤 증상으로 진단해서 거기에

끼워 맞춰버리기도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때, 당사자의 세계관 하고 탁 맞물림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거 아무것도 안 보여요

세계관 부분하고 맞물려 버리면 

현실에서는 계속 좌절상황이 이어지는 거예요

특히나 세계관 하고 맞물려서


"아 이렇게 하면 병이 낫는구나"


라고 생각을 할 수가 있거든요?

당장은 좀 편해질 수가 있으니까

그런데 증상이 괜찮아진다고 해서

당장 치료가 되는 건 아니에요

신경증이라는 게 굉장히 교묘하고

또 오래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

우리 자아가 활용하는 에너지 하고요

병이 활용하는 에너지는

같습니다.


그럼 당장 드러나는 현상이 이상해 보이니까

또 다른 진단명을 가지고 옵니다

그렇게 되면 진단명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는 거죠

또 임상심리검사에서 비전형적 우울로 등장했다

기존에 이야기하던 우울증과 다르게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거죠?

본인 입장에서는 이런 말 들으면 당황스러울 수가 있어요

전문가마다 말이 달라버리니까

치료를 해야 되는데

기준이 잡히지 않는 거예요

이런 현상을 생각하니까 그런 말이 생각이 나네요


예전에 심리학자들과 정신과 의사를

천문학자와 점성술사로 비유한 글이 있어요

이유가 천문학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걸 통해서 통계를 내서

어떤 연구를 내놔요

그런데 점성술사들은 그런 연구를 무시하고

별자리를 보고 점만 치죠?

그래서 여기에 비유해서

심리학자들이 연구 다 해놓으면

정신과 의사는 그 연구에 대해서 고려하기보다

약 처방만 해주는 걸 대놓고 비판한 내용이에요

실제로 그런 태도 때문에 정신과 갔다가 상처받은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물론 뭐 제 친구들 중에도 그런 케이스를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있어요 


조금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언어의 문젭니다

신경증이 진행되면서 자아 효율이 낮아지기 시작하면요

말을 잘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기도 해요

말이 좀 어눌해지는 것은 좀 주의 깊게 관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약물복용 중에도 말이 어눌해지는 경우가 종종 관찰이 되거든요?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그래요

말 한참 잘하다가


"제 말 어눌하지 않아요?"


하고 이렇게 물어보기도 해요


여기서 상담을 했지만 말이 어눌해졌다는 점을 생각을 해보면요

우리가 상담을 하잖아요?

상담을 하면 어느 정도의 자아발달이 일어나긴 해요

자아가 그만큼 발달하면서

기존의 정신질환으로 등장하는 내용과

맞서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런데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자아와 증상은 그 에너지의 출처가 같아요

따라서 자아가 약해지면 병도 약해집니다

다르게 자아가 강해지면 병도 힘이 세진다는 말이 되겠죠?

상담으로 자아 기능 살려놓으면

약을 그만큼 복용해서 그 효과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거예요

자기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기 때문에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회복 과정에서요

병이 더 심해지는 측면들이 나타날 때가 있어요

일종의 명현현상으로요

신경증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만

정신병에서도 그런 현상이 등장해요


정신병을 다루다 보면

어느 순간에 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는 회복을 위해서 격렬하게 등장하는 망상이에요

그걸 이제 회복망상이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인간의 정신적 움직임이 그런 현상을 거치게 만들기도 해요

증상에 투자된 에너지를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되는데

당장 처리를 하지 못한다면 증상이라도 동원을 해야 하는 거죠

에린 색 교수의 TED강연에서 묘사하는 장면이 회복망상의 그 순간으로 여겨집니다

조현병 약에서 차도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약에 내성이 생겨있다>

이거 첫 번째일 겁니다

그렇다면 약이 들어간다고 해서

정신작용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에너지 처리과정에 간섭하지 못한다는 말이 될 거고요

이때 약의 역할은 당장 느껴지는 불안감만  어느 정도 낮춰준다 

이 얘기가 될 겁니다

내성이 생기게 되면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해지는 것이고요

나중에는 의존하는 상황까지 가버립니다


신경증이 발병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정말 병이 맞는지 의심을 먼저 합니다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죠

약이 듣지 않으면 더 합니다.

실제로 이런 일들을 경험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저도 분석 현장에서 병원 진단명이 자꾸 바뀐다고

불만을 토로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진단명이 바뀌다 보니까 약 처방도 바뀌겠죠?

약 처방 바뀌면서

나중에는 더 힘든 상황에 처해지시는 분들도 있고요


약물위주로 치료하는 것은 정신분석에서는 좀 반대예요

같이 갈 수는 있는데

100% 찬성하는 건 아니에요

프로이트도 반대를 했고요


그 이유는요

자아와 리비도 발달의 관계에 약물이 개입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촉발할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이트도 약을 안 썼죠

프로이트도 코카인 헤보고 하니까

그것이 어떤 정신적 변화를 일으키는지

스스로가 체감을 했을 거 아니에요

자기 친구도 죽었고(플라이슐 마르호프)


정신의학적 진단명은

대부분의 의사들이 다 올바르게 진단했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말이 다 달라진 것은

의사 개인의 임상 역량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고 하는 말이 되겠죠


정신분석을 비판할 때도

이런 게 있어요

분석가의 역량 따라서 임상 다루는데 차이가 난다고 하는 말이 있어요

그 차이는 공부 하면서 메꿔가야 하는 것이고요


이 점은요

정신의학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의사 별로 다르다는 거죠


제가 정신의학에 대해서는 좀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는 있어요.

그런데 훌륭한 의사가 훌륭한 치료제가 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왜냐?


의사가 훌륭하잖아요?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성숙한 사람이고 

그러면 이 의사가 환자를 보듬어주고

환자로부터 존경을 얻을 수 있으면 이 사람은 

정말 대단한 치료자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더 크기 때문에

그냥 의사가 단순하게 약처방만 해주고 만다

이럴 때는 치료효과도 긴가민가하게 되는 것이고요

그런 차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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