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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May 15. 2017

써커 펀치

꿈속의 꿈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당한다는 상상을 해보자. 어떤 이유로 강제입원을 당하고 강제 치료를 당하게 되는 것일까? 부당한 이유로 강제 입원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언론보도를 통해서 들을 수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강제입원의 경우는 꽤 다양해서 보호자의 뜻대로 입원시키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물론 정말 격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외의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감금이 목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줄 수 있지 않을까?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 중에서 최악의 평판을 가지는 이 영화를 두고 뭐 어떻다고 가치평가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상 스토리의 맥락도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러나 여기서 더 정신병적인 것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은 신선할 것이다. 우선,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꿈에 대한 지식이 조금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조금 더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의식해서였을까? 꿈이라는 단서를 환상으로 억지로 대체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클럽의 무희가 된 베이비 돌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맨 처음 입원하게 되는 이유와 마지막 결과가 영화의 내용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확하게 지적한다면  중간 내용은 모두 현실이 꿈의 형태로 가공되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지점에서 중요한 꿈의 속성 한 가지를 알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가 현실에서 잠이 들면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속에서 잠이 들어서 꿈을 꿀 때는 현실을 꾼다. 이러한 꿈속의 꿈의 공식을 알고 있다면 조금 더 영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베이비 돌이 춤을 추는 순간이 바로 꿈을 꾸는 순간이다. 따라서 그녀는 가공된 현실을 꾸고 있는 상태가 된다. 정신병원에서의 삶은 가공하리만치 힘들었다는 말이 될 것이다.


 베이비 돌은 끔찍한 외상을 경험하게 된다.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게 되는데 이때 전 재산을 두 딸에게 남긴다는 유언을 한다. 그에 격분한 양부는 동생을 살해하고 베이비 돌도 살해하려고 한다. 그러나 양부는 계략을 통해서 베이비 돌에게 누명을 씌워버린다. 살인의 책임까지 부당하게 져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그 상태라면 현실을 더 이상 감당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자아는 정신병적인 상태를 선택하려 할지도 모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끔찍한 수술을 결정하는 것도 보여준다. 뇌엽 절제술로 불리는 이 것은 전두엽 절제술을 뜻한다. 이 수술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좀비처럼 살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상위 정신기능을 마비시킴으로 광기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것은 실제로 여러 사람에게 적용되었으며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에게도 시술되었던 것이다. 유명한 사례로 여배우 프란시스 파머도 이러한 수술을 경험하고 끔찍한 인권유린을 당했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외부의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성폭행을 당해도 별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그 상태에서 쾌감도 기대할 수 없다. 웃을 수도 없다. 이 상황에서 삶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아와 병이 따로 떨어져 있다는 착각은 이 수술을 효과적인 것으로 홍보할 수 있게 해주지 않았나?


 영화의 배경은 정신병원에서 클럽으로 바뀌게 된다. 클럽이 되었을 때의 상황은 꿈 – 사고와 같다.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가공한 것이다. 꿈속에서 그녀들은 동료들을 만나고 클럽을 탈출할 계획을 짠다. 그리고 베이비 돌은 모두를 매료시킬 수 있는 춤을 출수 있는 능력을 발견한다. 우리는 이 장면에서 독특한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베이비 돌이 춤추면 시간이 정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셉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은가?


 꿈이 리비도의 만족을 담보한다면, 꿈의 분위기는 성적이다. 즉, 클럽이라는 리비도의 만족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에서 현실을 꾼다면 어떤 방식으로 가공이 될까? 그녀는 모든 사람들에게 <현실>을 꾸게 하는 것이다. 판타지스럽긴 하지만 꿈이 현실을 가공하게 하는 것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설정이 될 것이다. 그 내용들이 액션으로 포장되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 수 있을까? 끔찍스러운 고통과 폭행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꿈 특유의 형상화 작업으로 가공해 이미지로 복수의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들의 비현실적인 힘은 단지 게임의 오마주가 아니라 현실의 끔찍한 폭력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데빌 메이 크라이??!?!? 베요네타?!?!?


 액션을 드러내고 있지만 현실은 그 보다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꿈속의 꿈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실제 경험들의 가공 아닌가? 그리고 현실에서 그만한 흔적들을 남긴 사건이다. 현실에서 부당한 인권 유린에 저항하다가 실제 사람들에게 흔적을 남긴 것이 영화에서 표현해주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를 괴롭히던 보호사는 심지어 뇌엽 절제술의 승인을 위조하기까지 한다. 끔찍한 범죄다. 만약 수술을 통해 그녀가 현실의 기능을 모두 상실하게 된다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언어중추가 서서히 기능할 수는 있겠지만 그녀의 기억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게 될 것이다. 즉,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


 액션을 보여주는 장면은 우리에게 익숙한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데 데빌 메이 크라이나 베요네타에서 보여주는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보여준다. 심지어 다른 게임들도 등장하는데 주로 건 슈팅게임에서 자주 소재로 등장하는 나치의 출현은 우리에게 익숙한 게임의 이미지도 전달해 줄 것이다. 죽은 자를 움직이게 한다는 설정은 아케이드에서 자주 즐길 수 있는 소재 아니었는가? 그러나 그런 소재가 현대의 정신병원을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권력관계의 문제다. 정신질환자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자. 전두엽 절제술은 정신의학의 폭력 아닌가? 생산성을 가진 인간에게서 노동력을 빼앗아버리기 때문이다. 이 수술이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인류의 커다란 착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켜비켜



 영화의 말미에서 베이비 돌은 자신이 뇌엽 절제술을 원했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가 경험해온 것들이 일반적인 상태에서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면, 즉 진정한 의미에서 좀비가 된다면 그런 기억에 더 이상 시달려야 할 이유가 없다. 죽을힘을 쥐어짜서 저항할 필요 따위는 없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정신병의 차원에서도 비슷한 과정이 일어난다. 환상만을 즐기는 정신병자가 현실로 귀환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뇌엽 절제술은 그녀에게 지옥 같은 생활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것이었다.


 영화의 엔딩은 해피하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베이비 돌이 하이 롤러에게 넘어가는 장면이다. 섹스해주면 그녀에게 자유를 주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장면에서 베이비 돌이 그를 굉장히 원하는 것처럼 변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것 자체가 뇌엽 절제술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그녀의 정체성에 침범해서는 안될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끔찍한 사건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한 가지 수수께끼도 던져준다. 그녀가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까지 탈출시키려 했던 스위트 피는 정말 탈출했을까?


 스위트 피의 마지막 탈출 장면에서는 성공을 암시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꿈속의 꿈에 나왔던 사령관이 등장한 것이다. 그녀는 정신병원에서 현실로 탈출한 것이다. 베이비 돌 역시 지옥과 같은 현실에서 내면으로 탈출하게 되었다. 이런 배드 엔딩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질문은 무엇이 될까? 이 내용들은 궁극적으로 현실과 차단된 - 환상에서 환상으로 진행하는 -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가?


가공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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