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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지혜 Apr 07. 2021

영화 기생충, 이제는 미나리

미국의 오만함과 폐쇄성

Photo by A24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는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동시에 미국에서 아시아 문화와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우하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2019년 기생충이 북미에서 흥행할 때 비평가들로부터 가장 많이 다루어졌던 주제는 미국인들은 자막이 있는 영화, 즉 외국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 사람들은 자막이 있는 영화를 보는 것에 꽤 익숙할 것이다. 그런데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그냥 미국 영화를 보거나 영어로 더빙된 영화를 보지, 그 외 영어가 아닌 언어로 촬영된 영화는 안 본다는 것. 나도 이슈가 이렇게 되기 전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였는데, 통계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럴 것 같다 미국에서 지내본 경험에 비추어볼 때. 많은 미국인들의 "굳이 귀찮게 자막을 읽어야 하는 외국영화를 왜 봐? 외국영화가 잘 만들어봤자 미국 영화만큼은 절대 못하지 할리우드 영화가 최고지"라는 기존의 생각들 때문에 외국영화를 잘 보지 않는 미국의 문화에 대한 비평들이 쏟아졌다. 영화 기생충이 기여한 여러 가지 것들 중 하나이다.


그런데 나는 자막을 읽어야 하는 것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현실은 너무나 많은 미국인들이 다른 나라의 문화가 미국 문화보다 뒤처진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나라의 문화에 관심 자체가 없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이다. 문제는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ㅋㅋㅋ). 알지 못한다는 것은 무식 (지식이 없다)라고도 할 수 있는데 유투버 올리버 선생님의 영상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한국에서 말하는 무식의 정도는 미국에서는 아마도 똑똑한 수준으로 보일 것 같다. 나는 항상 솔직하고 진짜를 표현하려 한다 말이든 글이든 (과장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ㅋㅋ). 제대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하나 보지도 않고 이 나라는 미개할 것이고 이나라는 1년 내내 습하고 너무 더울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꽤나 알려진 나라의 이름을 들어도 그게 나라의 이름인지도 모를 것이다. 미국에 있으면서 항상 대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내 주의 사람들은 이 정도는 아니고, 평균 미국인들의 지식 정도를 짐작하는 것이다. 7년 넘게 미국에 지내면서 어떻게 저렇게 까지 무식하고 멍청하지?라는 생각을 100번 정도는 한 것 같다 특히나 트럼프 지지자들은 정말 보면 열 받으면서도 너무 웃길 때가 많다 거의 세뇌가 되어버린 Pure 한 상태라고나 할까. 틱톡에 Trump supporter having one brain cell이라는 영상들이 그 예시인데 정말 많이 웃었고 앞으로도 종종 돌려볼 것 같다 (ㅋㅋㅋ).

 Photo by LOGAN WEAVER on Unsplash


세계 최대 경제 강대국이라는 이유로 미국이 가진, 미국에 있는, 미국이 만든 모든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미국인들. 이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미국의 문화가 다른 나라보다 우월하다고 믿으며, 특히 동양, 남미,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나라들의 문화적 자산을 무시하고 조롱한다고 할 수 있다. 정말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기 전까지는 새롭게 떠오르는 혹은 미국에서 화제 되는 다른 나라의 문화들을 조롱하고 저열하다고 생각도 나름 보편적이다. 그걸 대놓고 표현하느냐 그냥 마음속에서 가지고 있느냐의 차이이다. 샤이 트럼프처럼 주위에 Republican들이 별로 없을 땐 정상인처럼 행동하지만 자기 사람들과 있을 땐 정말 가관일 것이다. 


이제는 Mukbang이라는 고유 단어가 되어버렸고 음식을 먹는 방송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지만, 대략 5-6년 전에 외국에서 보편화되기 전에 한 페이스북 친구가 한국 먹방을 캡처해서 올리면서 이딴 걸 왜 찍냐고 역겹다고 포스팅한 걸 본 기억이 있다. 그때는 나도 먹방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긴 했지만 그냥 그 포스팅이 매우 불쾌하고 무식해 보였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다른 나라의 문화에 그렇게 열을 올리고 비난하는 모습이. 걔는 타이완 교포였고 대학에서 만난 사람은 아니고 친구들 그룹에 그냥 우연히 조인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수많은 먹방들을 유튜브에서 보고 있을 거라고 100% 확신한다 (ㅋㅋ). 결론적으로 영화 기생충은 미국인들의 오만함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폐쇄성을 거의 처음으로 일반 대중에서 보여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약 2년 후 2021년, 이제는 미나리다.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둘 다 한국의 문화를 사실적으로 디테일하게 보여주었는데, 자극적인 영상을 좋아하지 않아서 나는 미나리가 훨씬 더 좋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아름다운 영화고, 미국에 오게 된 이유, 시기, 상황, 지역 등 많은 것들 영화 주인공들과 다르지만 백인 나라에 와서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것이 공감되어 내 이야기와 삶을 그 안에서 볼 수 있었다. 그냥 너무나 사실이었다. 과장과 왜곡 없이 그저 아름다웠다. 드라마틱하게 연출하려고, 웃기려고, 긴장을 유발하려고 짜낸 장면들이 아니라 정말 미국 이민자들의 현실적인 삶이어서 모든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 몰입해서 봤다. 배우들도 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고 특히 스티븐 연의 팬이라서 더 좋았다. 


Photo from Josh Ethan Johnson—A24  (이 사진 정말 너무 아름답다...)


기생충은 한국영화이고 미나리는 미국 영화이다. 미나리는 미국인 감독이 미국에서 촬영한 미국 영화이다. 전체 배우들 중에서 한국인은 한예리와 윤여정 님뿐이고 다른 모든 배우들은 미국인이다. 영어와 한국어가 둘 다 사용되는데 한국어 비중이 약 70%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골든 글러브는 미나리를 외국어 영화부문에 노미네이트 하였다. 나의 즉각적인 반응은 짜증과 실망이었다. 놀라운 건 아니지만 아직도 2021년에도 골든 글러브라는 국제적인 시상식도 편협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물론 많은 티브이, 온라인 뉴스 채널에서도 미국 영화인 미나리를 외국영화 부분에 노미네이트 한 골든 글러브를 비난하였다 (그렇다고 말을 들을 골든글러브가 아니긴 하다). 이에 스티븐 연은 인터뷰에서 "놀랍지는 않지만 답답한 현실이고 이건 미국 영화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미나리 같은 영화들이 더 많아져야 하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골든글러브 외국어 영화 노미네이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유했다. 이번에 진짜 오스카에서 보란 듯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면 좋겠다! 오스카 최고 아시안 남우주연상 후보라니 설렌다.


미국이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 미나리는 너무나 미국적인 미국 영화이다. 사실 한국어 미국어 언어 비중은 핑계이고 그냥 미나리라는 이민자들의 영화를 감히 미국 영화로 포함시키기 싫은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논란에 골든 글러브가 이렇다 할 대응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은 1) 타당한 근거가 없어서, 2) 침묵하면 사람들이 불평을 좀 하다가 멈출 것이기에, 3) 꽤 많은 사람들은 아 외국 영화인가 보다 라고 생각할 것이기에, 4) 간접적으로 미국 영화로 취급받고 싶으면 영어로 촬영해라 라는 메시지를 주기에 라고 생각한다. 오만하다. 그런데 엄청난 권위와 돈이 엮여있기에, 인종, 국적, 성별 등에 대한 비평을 꾸준히 받지만, 여전히 골든 글러브 수상은 누구에게나 기쁜 일일 것이다. 거대 영화 시상식들에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부당한 문제들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수상을 원하는 영화 관계자들의 마음 일 것 같다. 그 잘난 미국인(주로 백인, 유색 인종 배우들은 여전히 아주 작은 비율이기에) 들이 인정했다 이런 느낌이랄까.


 또 하나의 아시안 주연배우들이 출연해 화제가 되고 흥행했던 영화 Crazy Rich Asian는 대부분의 영화 대사가 영어로 촬영되었고 미국 영화로 인정을 받았다. '인정을 받았다' 이 말도 웃긴 말이다 골든 글러브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그렇게 표현이 되는데, 일단 둘 다 당연히 미국 영화다. 둘째는, 미국이라는 나라로부터의 인정이 절대적으로 좋고 우월한 것이라는 가정에서 나오는 말 같다.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대체로 좋은 의미니까. 미국인들 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모든 세계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렇게 인식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나 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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