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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지혜 Mar 14. 2021

당신의 자녀가 감정을 억제하는 이유

Photo by Alexander Dummer on Unsplash


감정이란? 


"감정적인 사람" "감정을 배제하고" "감정 컨트롤" 이런 말들이 떠오른다. 10대 이후로 사회에서 자주 들었던 말들. 감정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무언가 부정적인 느낌, 어리고 전문적이지 못한 사람을 지칭하는, 자주 억누르고 참아야 하는, 그런 것들이 떠올랐다. 특히 감정에 대해 공부하고 깊게 생각해보기전에는 대부분 이런 생각들이 들었고 감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보이는 것도 싫었다. 사람들에게 긍정적 그리고 부정적 감정 모두 어느정도 절제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특히나 화내고 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말 싫었다 이유를 막론하고. 왜 감정을 절제하고 참아야 하는 걸까?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로부터 길러지면서 부모가 정의하는 감정이 곧 아이가 느끼는 감정의 정의가 된다. 어렸을 때의 부모는 내 세상이고 부모는 내가 해야할 것 하지, 말아야할 것들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일러준다.몇 년, 몇 십년에 걸친 양육과 동거를 통해 그러한 정의는 우리 뇌에 자리잡게 된다. 특히나 부모에게 혼날 때의 감정과 들었던 말들을 우리는 몇 십년이 지나 어른이 된 지금에도 쉽게 떠올릴 수 있고 그 와 함께 다시 그 억울하고 무서웠던 감정들이 함께 우리를 찾아온다. 감정에 대한 정의는 유아기부터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천천히 그리고 견고하게 형성되어 간다. 아이가 부모 앞에서 슬픔, 화, 기쁨 등의 감정을 느낄 때 그리고 감정을 억눌러야 할 때 아이는 무엇을 느끼고 어떠한 생각들을 할까?    


슬플 때 부모의 반응:

그만 울어 니가 뭘 잘했다고 울어? 뚝 그치지 못해? 또 울어? 왜 또 우니 정말. 제발 그만 울자..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하지 말랬지? 왜 말을 안들어 말을 이렇게 꼭 혼나야 정신차리지?


마음이 너무 힘들거나 억울하거나 무서울 때 아이는 울컥하고 눈물이 고이거나 울음이 터져나오다. 그런 아이를 보며 부모는 아이에게 울지마!라고 왜 또 우냐고 짜증을 내고 한숨을 쉬고 그래도 그치지 않으면 혼난다고 위협하고 혼을 낸다. 아이는 최선을 다해서 울음을 멈추고 참아 삼켜본다. 혼나는게 너무 무서워서, 부모가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고 몸을 들썩들썩 하는게 너무 무서워서, 혹시나 맞을까봐, 빨리 혼나는게 끝나길 바래서, 그리고 부모가 나를 싫어하는게 싫어서. 아이는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울음을 참는다 입술을 깨물고 혀를 물고 주먹을 꽉쥐고 숨을 참고 안 슬픈 생각도 해본다. 계속해서 아이의 입술은 떨리고 얼굴은 이미 너무 슬프지만 아이는 또 계속해서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강한 파도를 작은 입술로 닫아 힘겹게 막는다. 울음 참기는 아이의 일상의 일부분이 되어버렸다 혼날 때 무서울 때 슬플 때 억울할 때. 가끔 아이는 부모앞에서 참았다가 방에 들어와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불을 끄고 숨죽여 운다. 우는 소리조차 맘대로 낼 수 없는 서러운 상황인데 그래도 그 곳에서 만큼은 울음을 참지 않아도 된다. 아이는 계속 울 되 소리를 최대한 작게해서 운다. 우는 소리가 나면 혹시나 왜 우냐고 할까봐, 아니면 부모가 걱정하거나 혹시나 마음이 안 좋을까봐 아이는 절대 큰 소리로 울지 않는다. 소리없이 우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아이는 점점 그게 익숙해진다. 울음이 잦아들면서 아이는 자기만 조용히있으면 모든게 괜찮게 또 하루가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하며 잠든다.

Photo by Kat J on Unsplash


아이가 화낼 때 부모의 반응: 

이게 어디서 감히 짜증을 내? 버릇없이 어디서 말대꾸야? 회초리 맞기 싫으면 빨리 숙제해. 초등학교 올라가는데 언제까지 애기처럼 굴꺼니? 너만 화나는 줄 알아? 엄마도 화나.


아이는 화가 나서 짜증을 냈더니 부모는 훨씬 더 큰 목소리로 아이를 혼낸다. 놀란 아이는 자신이 왜 화났는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말하지만 부모는 "아 시끄러!" 하며 아이의 말을 끊는다. 부모의 화난 얼굴, 몸짓, 그 공간의 분위기는 아이를 바로 얼어붙게 만든다. 혼나볼거냐고 회초리로 맞고싶냐고 위협을 하는 부모앞에서 아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만 뛴다. 억울해서 눈에 눈물이 그렁 고여 눈 앞이 뿌옇게 되고 콧물도 나와 훌쩍거리기 시작한다. '눈물 콧물이 나오는게 싫다 더 혼날거 같고 창피하다 근데 멈춰지지가 않는다.' 아이는 자신이 아주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게 되고 방금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 '짜증내지 말걸...그냥 방에 들어가서 인형이나 침대에 던질걸..' 불안하고 무서운 상태로 고개를 숙이고 부모의 꾸지람을 듣는다 빨리 끝나길 아무일 없이 끝나길 바라면서. 부모가 고개를 돌리거나 다른 곳으로 가면 그제서야 안심이 되고 자신의 방으로 조용히 들어가 문을 천천히 조용히 닫는다. 가방을 내려놓고 책상에 엎드려서 숨죽여 운다. '서럽다 너무 서럽다 내가 그렇게 잘못을 한걸까? 혼나는 건 너무 무섭다. 나는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면 앞으로는 무조건 참아야 한다 그러면 혼나지 않을테니까 아빠엄마가 너무 밉고 싫다 그냥 다 싫다' 강한 억울한 감정들이 계속해서 올라오자 아이는 그 감정들을 생각하지 않으려,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지금 이상태가 너무 힘들다.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피하려고 하고 그 감정들을 증오해보지만 그 어마무시한 부정적 감정들은 치유되지 못하고 아이의 마음 깊은 곳에 박힌다. 울고 나니 좀 나아졌다 시간이 지나면 그 혼나서 힘들었던 것들도 자동으로 없어질 것이라고 믿는 아이는 숙제를 하기 위해 가방을 열어 알림장과 필통을 꺼낸다.


아이가 기쁠 때 부모의 반응: 소리지르지마 조용히 해. 자꾸 시끄럽게 하면 혼난다 이놈한다. 아직도 너가 애기야? 밖에서는 조용히 해야 착한 아이인거야. (아이가 신나서 뛰어나닐 때) 쟤 왜저러니. 넌 왜 이렇게 산만하고 정신없니 **는 참 얌전하던데. (칭찬받을 일이 생겼을 때) 뭐? 그게 뭔데? 어 그래. 빨리 숙제해.


아이는 기분이 좋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고 선생님에게 칭찬을 들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입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걸 말하면 엄마아빠가 날 더 좋아하겠지? 빨리 자랑하고 싶다' 아이는 집에 가자마자 시험성적표를 꺼내 엄마에게 보여준다. 엄마는 성적이 나왔다는 아이의 이야기에 급히 성적표를 받아서 확인한다. 지난 학기와 비슷하게 아이는 전반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았다. 그런데 사회과목이 85점이다. 다른 과목들을 90이상인데 이건 왜 이렇게 점수가 낮은거지? 그래서 묻는다 "사회 이건 뭐니?" 아이는 당황한다. 칭찬을 잔뜩 기대하고 있던 아이는 엄마가 가장 낮은 점수를 지적하자 당황하면서 마음이 쿵한다. 부푼 기대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무겁고 큰 실망감이 아이의 어깨를 짓누른다. 아이는 눈을 피하고 사회과목이 어려웠다고 말하고 이에 엄마는 아무말 없이 아이에게 다시 성적표를 돌려준다. 칭찬은 없었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성적도 잘 받았고 친구들도 부러워하고 선생님도 나를 예뻐하는데, 엄마아빠는 지난 학기와 비슷한 내 성적을 보고 좋아하지도 않고 가장 낮은 성적에 대해서만 지적해. 내가 모든 과목에서 100점을 맞아야만 칭찬해주고 나를 좋아할 것 같다. 그건 아주 힘들텐데.. 정말 열심히하면 다음 학기에는 가능할까?' 기대했던 칭찬의 부재로 아이는 실망하고 또 화가 난다. 화가 나는데 부모에게는 그걸 표현하지 못하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이렇게 성적받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지도 못하고 그렇게 해본 적도 없으면서 공부가 참 쉬운줄 안다. 정말 열받는다. 공부를 잘해도 성적이 막 올라갈 때만 좋아하지 유지되면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답답하고 밉다.'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감정을 억누를 때 입을 닫을 때: **는 참 어른스럽구나. 다 컸네. **는 울지도 않고 의젓해서 참 좋아. 잘 참는 구나 대견하네. 그래 울지마 울긴 왜울어 바보같이. 싫어도 해야돼 싫어도 견뎌야 나중에 커서 어른되는거야. 


아이는 길에서 넘어졌다. 딱딱한 콘크리트여서 아프다 까지고 상처사이로 빨간 피도 약간 보인다. 상처를 보니 속상하고 일단 쓰라리다. 울고 싶은데 그러면 안될 거 같아서 입술을 삐죽하며 참는다. 부모는 넘어져도 안운다고 아이에게 칭찬을 하고 그 정도는 괜찮다고 안울어도 된다고 한다. 무릎은 아프지만 아이는 기분이 좋다. 아직 눈에 눈물이 고여있긴 하지만 한쪽 팔로 슥 닦고 아무렇지 않은 척 더 씩씩하게 걷는다. 다친 무릎에 바지가 닿을 때 마다 따갑다.


80-90년대 생의 아이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대화는 일상이었다. 10년전이었다면 저렇게 양육하고 교육시키는 것이 옳다고, 아이들은 혼나야 말을 듣고 성숙해진다는 것이 여전히 지배적이었을 것 같다. 부모님, 선생님, 친척 어른들, 나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고 내가 그것을 따라야만 하는 존재들. 그 사람들이 계속해서 일관되게 감정을 참고 숨기라고 힘들지 않은 척을 하라고 종용하고 위협도 한다. 그리고 아이가 감정을 절제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면 어른들이 좋아하는 게 느껴지고 칭찬을 받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무언가 안정감을 느끼고 으쓱해진다. "내가 이러면 나를 좋아하는 구나 이렇게 해야 혼나지 않는구나. 이게 좋은 거구나" 하며 마음으로 몸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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