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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편 Dec 17. 2020

모닝콜은 필요 없어요.

엄마와 살던 그때가 좋았다.

탁탁탁. 지글지글, 보글보글.

새벽부터 아침을 준비하는 분주한 엄마의 소리.  

이 소리가 나에게 아침이 왔음을 알려주기에 충분했던 시절이 있었다.

내 이름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좋아서, 깨어있음에도 일부러 이불속에 들어가 엄마를 기다린 적도 있다. 


며칠 전, 

아침에 눈을 떴는데 햇살이 참 좋았다. 

유독 몸이 개운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

이 날은 모두의 예상대로 늦잠을 자서 회사에 지각을 한 날이 되었다. 


씻는 둥 마는 둥 헐레벌떡 준비를 하고, 전속력으로 달려서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을 생각보다 일찍 타서, 회사 도착 예상시간은 9시 5분이었다. 

한 숨 돌리고, 창 밖을 보는데 누가 봐도 급하게 나온 내 모습이 보였다.

너무 늦지 않음에 안도를 하자, 왜 핸드폰 알람 소리를 못 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엄마, 아빠와 살 던 때가 생각났다. 

20살에 대학교를 대도시로 나오면서 나의 독립은 시작되었다. 

그때는 다시는 가족과 다시 살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 체,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만 가득했다. 

대학교 때는 방학과 주말에 자주 엄마와 아빠가 있는 집에 내려갔으니, 더 실감을 못한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니 엄마, 아빠가 안 계시는 나의 집이 생겼다. 

이제는 집이라고 말할 때, 엄마, 아빠가 계시는 집이 아닌 나의 새로운 가족이 있는 집을 말하게 된 것이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지하철 창문에 보였다. 


엄마와 살 때가 참 좋았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할 때는, 시계의 알람이 아닌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내일 일찍 깨워줘"

엄마는 한 번도 나를 깨우지 못한 날이 없다.

오히려 더 일찍 일어나 내가 먹고 갈 수 있는 아침을 준비하셨다.


드르륵 하는 핸드폰 진동소리가 아닌,

맛있는 밥 냄새와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아침에 일어나던 그때가 정말 좋았다.


그때는 정말 알지 못했던, 엄마의 사랑이 이제야 보인다. 

아니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사랑의 크기를 느낄 수 있다. 


아직도 안부전화를 할 때마다, 

길 조심, 차 조심, 사람 조심을 이야기하는 나의 엄마.


엄마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음을 이제는 안다.


모닝콜이 필요 없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나를 걱정해주는 엄마가 그리워지는 순간이 와도 많이 슬프지 않도록,

지금의 엄마를 더 사랑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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