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살던 그때가 좋았다.
탁탁탁. 지글지글, 보글보글.
새벽부터 아침을 준비하는 분주한 엄마의 소리.
이 소리가 나에게 아침이 왔음을 알려주기에 충분했던 시절이 있었다.
내 이름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좋아서, 깨어있음에도 일부러 이불속에 들어가 엄마를 기다린 적도 있다.
며칠 전,
아침에 눈을 떴는데 햇살이 참 좋았다.
유독 몸이 개운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
이 날은 모두의 예상대로 늦잠을 자서 회사에 지각을 한 날이 되었다.
씻는 둥 마는 둥 헐레벌떡 준비를 하고, 전속력으로 달려서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을 생각보다 일찍 타서, 회사 도착 예상시간은 9시 5분이었다.
한 숨 돌리고, 창 밖을 보는데 누가 봐도 급하게 나온 내 모습이 보였다.
너무 늦지 않음에 안도를 하자, 왜 핸드폰 알람 소리를 못 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엄마, 아빠와 살 던 때가 생각났다.
20살에 대학교를 대도시로 나오면서 나의 독립은 시작되었다.
그때는 다시는 가족과 다시 살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 체,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만 가득했다.
대학교 때는 방학과 주말에 자주 엄마와 아빠가 있는 집에 내려갔으니, 더 실감을 못한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니 엄마, 아빠가 안 계시는 나의 집이 생겼다.
이제는 집이라고 말할 때, 엄마, 아빠가 계시는 집이 아닌 나의 새로운 가족이 있는 집을 말하게 된 것이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지하철 창문에 보였다.
엄마와 살 때가 참 좋았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할 때는, 시계의 알람이 아닌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내일 일찍 깨워줘"
엄마는 한 번도 나를 깨우지 못한 날이 없다.
오히려 더 일찍 일어나 내가 먹고 갈 수 있는 아침을 준비하셨다.
드르륵 하는 핸드폰 진동소리가 아닌,
맛있는 밥 냄새와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아침에 일어나던 그때가 정말 좋았다.
아직도 안부전화를 할 때마다,
길 조심, 차 조심, 사람 조심을 이야기하는 나의 엄마.
엄마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음을 이제는 안다.
모닝콜이 필요 없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나를 걱정해주는 엄마가 그리워지는 순간이 와도 많이 슬프지 않도록,
지금의 엄마를 더 사랑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