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만큼만 일찍 오면 안 돼?
드르르르..
핸드폰 진동이 울리면 나는 가족 중 가장 먼저 일어난다.
옆에 잠든 아이의 이불을 덮어주고, 볼에 뽀뽀를 해주고는 샤워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가끔 아이가 나의 인기척에 일찍 일어나는 날에는, 출근 준비에 분주한 엄마 옆에 앉아서 아이섀도도 발라주고, 립스틱도 발라준다.
잔뜩 신난 얼굴로 정성을 다해 발라주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출근의 스트레스는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는, 문 앞까지 마중을 해주며 꼭 하는 말.
엄마, 사랑해
현관문이 닫힌 걸 보고는 다시 총총 잠을 자러 가는 나의 아이...
그런데, 오늘은 현관문 앞에서 인사를 하기 전, 손을 꼼지락, 꼼지락하더니,
"엄마...☆☆♧♧☆♤♤!"
못 알아들은 나는 다시
"응?"
아이는 다시, 손을 들어서 엄지와 검지로 조그마한 틈을 만들고는,
"엄마, 오늘 이만큼만 일찍 오면 안 돼?"
아... 맞다...
나는 매월 마감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주 내내 야근이라고 주말에 아이에게 말해준 뒤로, 월요일, 화요일을 아이 얼굴을 못 보고 수요일 아침인 오늘 3일 만에 얼굴을 본 거였다.
그러고는 나는 다시 집을 나서기 전,
"엄마 오늘도 야근이야ㅠ 먼저 코 자고 있어요"
라고 말을 했으니...
마감이 어떤 건지 여러 번 겪어본 나의 아이는, 엄마의 마감 때는 아무리 자신이 원해도 엄마는 일찍 올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그럼에도, 마음이 급해진 아이는 손을 꼼지락 꼼지락해서는 이만큼이라는 단어로 저녁에 엄마를 보고 싶다고 말한 거였다.
엄마를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아이가 참 고맙기도 하고, 엄마를 매일 기다리는 아이가 짠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이만큼을 일찍 퇴근하지 못했다.
일하는 엄마는 항상 아이에게 미안함을 갖고 산다.
아이가 엄마의 부재를 느끼는 일상의 순간순간들에 대한 미안함이다.
유치원 등원할 때 엄마의 손을 잡고 오는 친구를 바라볼 때,
놀이터에 엄마와 온 아이를 볼 때,
집에서 놀다가 엄마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을 그렸을 때,
이런 순간순간들에 나의 아이는 엄마를 그리워할 것이다.
그리고는 엄마의 퇴근을 기다린다.
그런데 엄마의 퇴근은 가끔 너무 늦다.
어떤 이는 말한다.
일을 하는 것을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엄마가 된 나는 미안해하지 않는 게 미안해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 미안한 퇴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