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장에서의 존버만이 정답일까?
생각이 많은 밤이다.
정말 오랜만에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지금은 이직하여 다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예전 동료를 만났다.
비슷한 또래, 성향도 비슷하여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던 사이라, 그가 이직을 결심했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친한 친구가 이사 가는 것 같은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직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서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고, 처음 입사해서 꽤 오래 다닌 회사를 떠날 용기를 낸 그가 대단해 보였다. 그 당시 나는 이직이라는 단어에 꽤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즈음부터 내 주위 사람들, 나와 함께 일을 했던 사람들의 이직이 시작되었다.
몇 안 되는 나의 입사 동기들도 꽤 많이 이직을 했고, 업무로 인해 알게 된 사람들 몇몇이 다른 회사로 떠나갔다.
그리고 나의 회사도 경력직 채용을 활발하게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잘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직이 개인을 넘어 사회 전반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요즘은 꽤 많은 구직자 및 직장인들이 이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직장인이 이직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직을 위한 준비는 언어가 될 수도 있고, 자신이 진행한 프로젝트의 성과를 정리한 포트폴리오가 될 수도 있다. 매일 출근해서 9시간 혹은 그 이상의 근무를 하면서도, 더 나은 직장으로의 이직을 위해 공부하고, 자기 계발을 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뜻할까?
그건, 지금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이직을 하고 싶은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연봉을 높이기 위해서, 더 높은 직급이 되기 위해서, 워라벨을 위해서, 상사가 싫어서, 평가에 불만족해서, 나의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렇다면....
과연, 이직하는 직장이 지금보다 더 좋은 곳 일까?
막 입사했을 때, 나의 선임은 이직을 했다.
이직한 회사로 출근하기 한 달 전, 내가 부서에 발령을 받았고, 그는 한 달 후 무려 15년이나 다닌 회사를 떠났다. 그의 이직 이유는 더 높은 직급이 되기 위해서 었다.
선임이 떠나는 날, 인수인계를 잘 해준 그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아쉬운 마음에 향수를 선물했던 기억이 있다.
해맑게 웃으며, 새로운 직장에 대한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 찼던 그의 눈빛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눈빛과 함께 업된 그의 목소리들도 기억이 난다.
그를 다시 만난 건, 1년 후쯤이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직하지 말고, 좀 더 버터 볼 껄.....
그 당시, 유행처럼 퍼졌던, 회사는 전쟁터이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을 하면서 이직한 회사보다 이전의 회사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그 후, 그는 몇 번의 이직을 더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회사 생활을 길게 하지 않았던 나에게, 그의 이야기는 그 후 나의 회사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것 같다. 은연중에 나는 이직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도전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보다 안정적인 삶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새롭게 도전해서 삶을 변화시키기보다 안정적이지만 불행한 현재를 선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안정적이지만, 내가 불행한 회사를 다닌 것이 정답일까?
그렇다면, 내가 불행한 회사를 언제까지 다니는 것이 정답일까?
그렇다면, 내가 불행한데 안정적인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직은 불행한 현재를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내는 일
내가 불행하다고 느껴진다면, 용기를 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건, 바로 나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재를 바꾸기 위해, 내가 행복해 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변화해야 한다.
항상, 직장인은 가슴에 사표 하나쯤은 품고 출근한다.
언제든 자신이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에 시원하게 상사의 책상에 사표를 던질 수 있는 날들을 상상하며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사표를 고이 모시고 퇴근을 한다.
현재의 나의 회사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내일부터 사표 대신 나의 경력을 멋있게 적어둔 이력서를 품고 출근하는 건 어떨까?
그리고 아직 나의 경력을 멋있게 적지 못한다면, 언젠간 상사의 책상에 성공한 이직이력서를 던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지금 주어진 나의 일을 해보자.
이직은 그 후에 해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