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아닌 (늦은)휴가 두번째 이야기
휴우인 가는 버스티켓을 너무 빠른 시간으로 했나.
지각할까 출발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잠을깨기 위해 자판기에서 물을 산다. 이왕사는거 달큰하게 복숭아 맛으로..
그래도 미리 예매한 덕으로 창가 쪽을 지정해 앉았다.
2시간 남짓 가는 동안 창밖을 보는데 시골 마을 풍경이 눈에 스쳐 지나간다.
도심을 벗어나 시골로, 쉬기위해 후쿠오카에 왔는데 그 안에서도 더 쉬러 들어가는 느낌이다.
한적한 시골마을.
9시에 출발한 버스가 11시 반쯤 유후인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에 내려서 물줄기를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하루 묵어갈 료칸에 도착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일단 생김새가 일단 합격. 숙소도 깔끔하고, 온천욕장도 잘 되어있다.
일단은 짐을 맡기고 간단하게 읽을거리 등을 챙겨서 나온다.
아침부터 물만 마시고, 요기할 것을 먹지 못했다.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 맛집을 찾아 갔는데 11시 30분을 조금 넘긴 시간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일단은 웨이팅 종이에 이름을 쓰고 합석 가능에 체크를 했다.
30분이 지나고 자리를 안내해준다.
옆자리에 중국인 2명이 앉아있는 4인 테이블.
그래도 맞은편에 사람이 없는게 어딘가.
시그니쳐인 장어덮밥을 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길쭉한 접시에 줄세워 놓여진 다양한 반찬들이 나온다.
일단은 이것들을 먹고 있으라고 한다.
메인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단다.
그렇다면 나마비루 한잔.
맥주와 딱인 안주 세트같은 느낌이다.
우리나라의 돌솥밥 같은 비쥬얼로 나온 장어덮밥.
개인적으로는 밥에 뿌려진 양념맛에 장어 맛을 잘 느낄 수 없어서 아쉽다.
일단은 나온대로 비벼서 먹고, 다음에는 반찬들을 넣어서 비벼먹고, 마지막에는 물을 부어서 먹으라고 친절히 알려주지만
그렇게 먹기에 뭔가 안어울릴거 같기도 해서 그냥 나온대로 비벼 먹는다.
먹는 내내 옆에서 큰소리로 떠들던 2명.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중국인이다.
특유의 목청껏 대화하는 것은 이해한다.
워낙 씨끄러운 실내였으니까.
그런데 옆에 누가 있건 없건 커다란 소리로 트림과 코를 풀던.. 그 중국인 남자는
나오면서 딱 뒷통수를 한대 쳐 주고 싶더라.
부른배를 이끌고 긴린코 호수 근처를 거닐다가 길목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입간판이 눈에 띈다.
골목을 가리키고 있는 화살표와 밑에 커피 그림이 인상적이다.
그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니 마당이 이쁜 카페가 있다.
마당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주문한다.
머리가 하얀 누가봐도 할아버지인 카페 주인은 검은색의 깔끔한 앞치마를 입고 손님을 응대하는데
그 모습이 뭔가 고수의 모습이 느껴진다.
여기서 제일 유명한거로 달라는 말에 ‘블루마운틴’을 추천한다.
책의 한챕터를 읽어갈쯤 나온 ‘블루마운틴’.
숭늉같은 맛에 실망도 잠시 마시면 마실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진한 커피 맛에 길들어진 혀지만 차가운 날씨에 연한 커피도 따뜻하니 나름 맛있다.
따뜻한 커피로 몸이 좀 따뜻해 졌으니 긴린코 호수를 걷는다.
호수라고 불러도 되나 싶을 정도의 작은 호수.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잘 보일정도로 물이 맑다.
작은 신사도 있는데 쉬어가기 좋은 분위기다.
그 작은 신사 앞 벤치에 앉아서 유후인 마을을 보고 있으면 마을 너머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온천수가 뿜어 나오는 것일 거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여서 그런가 긴린코 호수에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진다.
나도 긴린코 호수를 한바퀴를 돌고 나니 숙소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수십번 일본에 여행을 왔지만, 료칸에 묵는 것은 처음이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큼직한 다다미방에 정갈하게 요가 깔아져 있다.
조용하고 넓다.
잠깐 쉬려고 깔아진 요에 누웠는데 잠이 솔솔.. 순식간에 잠들어 버렸다.
눈을 떠 보니 해가 뉘엿지고 있다. 시계를 보니 저녁 6시30분.
부랴부랴 밖에 나가니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문을 닫았다.
낮에 그렇게나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거리에도 어둠만이 깔렸다.
낮에 워낙 잘먹어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이렇게 저녁을 거르고 내일 아침까진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둠을 헤치고 구글 맵에 의존하면서 찾아간 한 이자카야.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목이 집중된다.
유후인 마을의 마실집 같은 분위기의 이자카야에서 우연히 찾아온 외국인에 눈길이 모인다.
일본어를 하나도 못하는 손님.
주인장 내외와 아들도 영어를 하지 못한다.
QR코드를 내어주는데 카메라로 코드를 찍자 영어로된 메뉴가 핸드폰에 나온다.
배고프니 이것저것 시켰다.
“사비스”
라고 수줍게 내어준 밑반찬은 달작지근하니 맛있고 튀긴 닭요리와 구운 생선도 맛있다.
맥주 500 한잔까지 하니 배가 부르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면서 여유있게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텐데
조용히 맥주 한잔을 마시고 나니 숙소에 들어갈 일만 남았다.
어둠을 헤치고 숙소에 들어가 노천탕에 몸을 담근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니 몸이 노곤하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가, 노천탕에 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