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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1장 | 독서 기록 #1

저자 소개 / 인물 탐구 / 발췌와 단상

by 수현
스토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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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John Williams (1922-1994)



1942-1945 미국 공군 소속



덴버대학교 학사, 석사


미주리대학교 박사학위



1954 덴버대학교 문예창작 교수



<오로지 밤뿐>


<도살자의 건널목>


<스토너>


<아우구스투스> - 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


총 4편의 소설


+


2권의 시집 발표









인물 탐구



윌리엄 스토너


1891년생. 미주리주 출생


고된 삶을 살아오신 부모님 슬하에 똑같이 고된 유년기를 보냄.


컬럼비아 대학 농과대학에 입학해, 우연히 문학에 매력에 빠지게 되면서 인생이 달라짐.


후에 교수로 재직했으나 그의 존재감은 미미했음.



스토너의 어머니


고된 인생을 살아오신 어머니. 삶을 인내하는 사람. 색이 연하고 흐릿한 눈에, 뒤로 똑바로 빗어 넘겨 틀어 올린 반백의 머리카락을 가지심. 고생의 흔적으로 잔 주름이 많은 눈.



스토너의 아버지


역시나 고된 인생을 살아온 탓에, 서른에 쉰 살처럼 보일 정도로 늙어 보임. 노동으로 인해 몸이 구부정 해짐. 아무 희망 없는 눈으로 식구들을 근근이 먹여 살리는 가장.



-> 사는 곳 낡고 허름한 목재 주택



-집은 대략 정사각형 모형이었으며, 칠을 하지 않아 맨살이 드러난 포치와 출입문 주위 목재들은 축 늘어져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이 집은 마른땅의 색깔을 닮아갔다. 그래서 회색과 갈색 바탕에 하얀색 줄무늬가 있는 것 같은 모양이 되었다. <p.10>




짐 푸트


스토너 어머니의 사촌. 스토너의 대학 시절 노동을 대가로 숙식을 제공해 줌.


170cm 장신에 몸집이 크고 무테안경을 쓰고 얇은 입술을 가졌음.



서리나 푸트


짐 푸트의 남편. 약 160cm도 안 돼 보이는 단신. 얼굴은 갸름하고 콧날이 날카로움.



-> 사는 곳 2층 짜리 하얀 목조 가옥



-거실에는 지나치게 속을 채워 넣은 가구들이 가득하고, 흐릿하게 반짝이는 탁자들 위에는 장식품들이 북적거렸다.










발췌와 단상



# 발췌



-한 학생이 눈을 깜박이자 가느다란 그림자 하나가 뺨에 내려앉았다. 햇빛이 뺨의 솜털에 붙들려 있었다. 스토너는 책상을 꽉 붙들고 있던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손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그 갈색 피부에 감탄하고, 뭉툭한 손끝에 꼭 맞게 손톱을 만들어준 그 복잡한 메커니즘에 감탄했다. 작고 작은 정맥과 동맥 속에서 섬세하게 박동하며 손끝에서 온몸으로 불안하게 흐르는 피가 느껴지는 듯했다. <p.22>



-그는 잠든 사람처럼 몽롱한 기분으로 복도를 걸었지만, 주위의 것들을 똑똑히 인식하고 있었다. 복도의 광택이 나는 나무벽들을 스치듯이 지나갈 때는 나무의 온기와 유구한 세월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갈 때는 자기 발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것만 같은 차가운 대리석 계단에 감탄했다. 홀에서는 작게 웅성거리는 소리들 속에서 학생들 각자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구분되고, 그들의 얼굴이 친밀하면서 동시에 낯설게 느껴졌다. <p.32>




# 단상



그 순간 스토너는 깨어났다. 심봉사가 눈을 뜨듯, 처음 이 세상을 보게 됐다. 그 순간은 진정으로 태어난 순간이며, 자신의 존재를 처음 인식하게 된 순간이다. 실존의 발견이자, 자아의 탄생 순간이다. 원래 스토너는 무감각하고 수동적인 인간이었다. 회색과 갈색 바탕의 황량한 목재 주택에서 태어난 그는, 그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삶을 인내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자였다. 특별히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게 양심적으로 철저히 하는 것만이 스토너의 유일한 삶의 덕목이었다.




자신이 있으면 안 되는 곳인 듯 이질적이던 대학 건물은 이제 스토너에게 새로운 삶을 대표하는 곳이 되었다. 제시 홀 앞 다섯 개의 기둥은 스토너의 삶의 새로운 기둥이 되어 진주빛 크리스털처럼 빛을 뿜는다. 학교 학생들에게 친밀감을 느끼면서도, 난생처음 외로움을 느낀다. ‘자아’가 없으니 ‘타인’도 인식할 수 없던 세월과 다르게, 타인이 아주 나와 가까우면서도 또 먼 존재인 것을 깨닫게 된다. 요즘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소통> 책을 읽고 있는데, 거기서 인간 존재의 핵심은 ‘타자와의 관계’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타인과의 소통 중 타인이 나를 어떤 존재로 대하는가는 그 순간 나의 자아를 결정짓는 요소라고 한다. 너무나 고된 삶을 살아오신 부모님의 슬하에서 스토너는 부모님처럼 회색빛의 수동적 인간이었을지 모르나, 아처 슬론 교수와 그의 입에서 읊어진 아름다운 시 앞에서는 죽음이라는 궁극적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황혼처럼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주체적인 존재가 된다.



‘그 순간’을 이토록 생생하게 묘사한 작가의 표현도 인상 깊었지만, ‘건물’의 외관 묘사를 통해 여러 캐릭터의 삶을 은유한 점도 재밌었다. 정사각형 모양의, 맨살이 드러난 목재로 축 늘어져 있는 스토너의 집. 2층짜리 하얀 가옥 안에 지나치게 속을 채워 놓은 가구들과 장식품이 북적이는 짐 푸트의 집. 널찍한 초록색 들판에 빨간 벽돌 건물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돌로 포장된 통행로와 작은 꽃밭이 있어 안정감과 평온함이 느껴지는 위풍당당한 대학 건물. 그 건물들은 캐릭터들의 삶을 대변해 주는 은밀하고도 탁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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