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어떤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인지 질문한다.
하지만 나는 왜 그러면 안 되는지 질문했다."
- 파블로 피카소 -
해질 무렵, 주홍빛 햇살이 사자의 갈기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이디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바위 위에 앉은 사자와 다람쥐는, 장엄하게 펼쳐지는 야경 앞에서 긴장한 듯 짧은 숨을 내쉬며 도시를 바라보았다.
그들 곁에는 날개를 접은 커다란 독수리가 조용히 앉아, 도시 아래에서 수천 개의 불빛이 하나 둘 깨어나며 어둠을 밀어내는 것을 같이 지켜보고 있었다.
“독수리, 오늘만큼은 저 아름다운 도시 불빛들을 가까이서 한 번 보고 싶어. 괜찮겠지?”
사자의 목소리에는 설렘과 조심스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알아차린 독수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사자와 다람쥐, 독수리는 함께 아디스아바바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동물 세계에서는 하늘길을 통해 인간의 도시에 접근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그 날 만큼은 사자의 설득으로 도시에 가까이 날아갔다.
도시에 가까이 다가간 그들은 인간들이 세워 올린 건물들, 신호등에 맞춰 움직이는 크고 작은 차들, 그리고 거리마다 분주히 흐르는 사람들의 물결을 내려다보았고, 사자는 그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늘의 별, 거대한 산맥, 그리고 평원을 흐르는 강줄기와 같이 자연에서만 볼 수 있다고 믿었던 복잡하면서도 장엄한 패턴을 인간이 만든 도시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볼 때마다 믿을 수가 없어. 나이로비도 멋졌지만… 아디스아바바의 야경도 정말, 정말 멋지네.”
사자의 눈동자에는 도시의 불빛이 고스란히 비치고 있었다.
“독수리… 여기 말고도 야경이 더 멋진 곳이 있어?”
그때 독수리가 바람을 타고 부드럽게 선회하며 말했다.
“나는 ‘런던’이나 ‘뉴욕’이라는 곳도 가봤어. 거기도 정말 장관이야.”
“런던… 뉴욕…”
사자는 그 낯선 이름들을 천천히 되뇌며, 멀리 지평선 너머로 이어지는 밤의 끝을 바라보았다.
“인간들은 우리는 놔두고 저들끼리 공부하더니, 정말 대단한 것들을 만들어 놨구나.”
“그래.”
독수리의 대답에 사자가 다시금 말했다.
"악숨에 도착해 아버지를 만나고 나오면, 우리가 다음에 가 볼 수 있는 도시들에 대해 이야기해 줘."
그렇게 사자 일행은 북쪽에 있는 아버지의 궁전을 향해 날아갔다. 1) 도시의 야경은 점점 멀어져 갔고, 그 불빛들은 마침내 어둠 속 작은 점이 되어 보이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사자의 마음속에는 아디스아바바의 경이로운 야경이 선명하게 남았다.
1) “아버지 사자의 궁전”(Lion’s Palace)은 이집트 악숨에 위치한다. 이곳은 에티오피아의 전설적인 여왕 시바의 비밀 별장이었다고 알려진 곳으로, 이제는 사람들에게 잊히고 동물들의 왕인 사자를 위한 궁전으로 쓰이고 있다.
악숨(Axum)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솔로몬 왕(King of Solomon, 아랍어로 슐레이만)과 시바의 여왕(Queen of Sheba)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메네리크(Menelik)가 건설하였다고 전해지는 에티오피아의 고대 왕국, 악숨 제국의 수도이다. 전설에 의하면 메네리크가 예루살렘에서 아버지 솔로몬왕을 만나고 돌아올 때, 그곳에 있던 언약궤(Ark of the Covenant)를 몰래 가져와 이곳에 보관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