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1 거인의 어깨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by 스튜던트 비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 아이작 뉴턴



사자 일행을 태운 독수리와 파랑새는 마침내 아프리카에 도착해, 파란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사바나 위를 날고 있었다. 동물들은 그들이 그토록 오고 싶어 했던 아프리카를 결국 보게 된 감회 때문인지 아니면 장거리의 고된 피로 때문인지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었다.


"세렝게티로 바로 가는 거지?"


독수리가 묻자 사자가 답했다.


"아니, 기린과 '거인의 어깨'에서 만나기로 했어. 그쪽으로 가 줬으면 해."


"거인의 어깨... 분명 어딘가에서 들은 이름인데..."1)


고양이가 중얼거렸다. 익숙한 듯하지만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 장소의 이름이었다.


"인간들은 그곳을 킬라만자로 산이라고 부르지. 기린이 우리를 위해 그곳에 비밀 장소를 마련해 두었다고 했어."


사자가 설명했다.





구름을 뚫고 도착한 킬리만자로 산의 비밀 장소는 기대 이상으로 멋진 곳이었다. 그들이 내린 곳은 주변이 높은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고, 암벽 한쪽에는 본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입구 앞에는 모닥불이 지펴져 있었고, 그 옆에 흰 기린이 앉아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자는 일행을 이끌고 기린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이를 본 기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모두 한자리에서 보게 되어 기뻐요.”


팀원들은 이 세상에 한 마리밖에 없다는 흰 기린을 직접 보는 것이 신기한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러분들은 프로젝트 스튜던트(Project Student)라는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여기 모인 것이랍니다. 동물들을 공부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모임이죠.”


그때, 사자가 다가와 기린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여우를 데리지 오지 못한 것을 기린이 문제 삼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기린, 여우가 워낙 특이해서... 데리고 오는 것은 포기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여우의 마음 얻는 것이죠."


기린은 마치 사자가 여우를 설득하지 못할 것을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이 태연하게 말했다.


"너무 실망하지는 말아요. 그럴 줄 알고 제가 새로운 동물 두 마리를 데리고 왔으니까요."

동물들은 기린의 말을 듣고서야 그의 옆에 두 마리의 새로운 동물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밀 본부 앞에 도착했을 때, 기린의 사뭇 진지한 태도에 긴장한 나머지, 주변을 제대로 살펴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인사하세요. 제가 데리고 온 두 마리 동물. 버니와 강아지예요.”


동물들은 그 둘을 보자 멍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쪽은 어딘가 순해 빠져 보이는 버니, 그리고 반대편에는 꼬리를 마구 흔들고 있는 강아지가 있었다. 동물들에게는 혀를 내밀고 과하게 애교를 부리는 것 같은 모습의 강아지 그리고 나약해 보이는 것 같은 버니 둘 다 눈에 거슬렸다. 열심히 공부하며 실력을 쌓아 팀에 합류한 자신들과 달리, 어디서 인간에게 아부나 하다가 이 팀에 합류한 것이 분명한 강아지와 한 팀이 된다면 왠지 자신들이 이룬 성취가 우스워질 것만 같았다.


“뭐야. MBFF (Men's Best Friend Forever)인 강아지를 데리고 왔어? 나초 하나 얻어먹겠다고 사람들한테 꼬리를 흔드는 애를... 어? 잠깐. 설마 이름이 나초나 까넬라는 아니겠지?” 2) 카피바라가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왠지 불길하다는 듯이 말을 멈추고 기린을 바라보았다.


맞아요. 강아지 이름은 바로 나초랍니다.” 기린이 강아지의 이름을 확인해 주자 동물들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침울해졌다.



“강아지는 인간 심리의 전문가예요. 게다가 이 팀의 비밀 자금을 관리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도 맡을 거예요.”


기린이 팀원들의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강아지의 능력을 강조했다. 사실, 여기 모인 대부분의 동물들은 투자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서 무지했기에, 강아지가 인간의 투자를 알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그들을 설득시키려고 한 것이다.


"투자는 인간 심리에 대한 고도의 통찰이 필요해. 인간들은 극한의 군집행동(Herd behavior)에 휘말리거든." 3) 4)


기린이 말을 받은 강아지는 과하게 어려운 용어들을 나열해 가며 말했다. 동물들은 그 모습이 더더욱 못마땅했지만, 기린을 의식해 참고 넘어갔다.


"그럼 버니 쟤는 왜 여기 온 거죠?"


이번에는 거북이가 앞발로 버니를 가리키며 묻자, 동물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버니에게로 향했다.


"버니는 예술 쪽 전문가예요."


"예술?"


동물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서는 역시나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버니는 우리에게 인간의 예술을 설명해 줄 수 있어요. 우리 동물 세계에도 앞으로 예술과 같은 비논리적인 지식이 중요해질 날이 꼭 올꺼예요." 5)


"안녕?"


기린의 소개가 끝나자 버니가 수줍게 웃으며 살짝 인사했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묘하게 어색했다. 동물들은 버니를 데리고 온 기린의 이유가 쉽게 납득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어때요? 버니까지 합류해서 이제 일곱 마리 전문가가 모두 모였네요. 이 정도면 팀이 완성된 것 같지 않나요?”


기린의 말을 마치자 마자 사자가 혼자서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하지만 동물들은 새로 만들어진 팀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1) 사람들은 킬리만자로 산을 "아프리카의 지붕"이라고 부른다. 한편, 동물들은 킬리만자로 산을 '지붕'이외에도 '거인'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부록: 킬리만자로산의 비밀본부>


2) 나초(Nacho), 치코(Chico, 스페인어로 조그마한), 코코(Coco, 코코넛), 까넬라(Canela, 시나몬) 등은 멕시코에서 즐겨 쓰는 강아지 이름이다. 물론 야생의 동물들은 인간들이 지어준 것 같은 간지러운 이름들을 혐오한다.


3) 인간들은 ‘동물처럼 군집행동을 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동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인간만큼 떼를 지어 다니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종은 흔치 않다.


4) 강아지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부록: 강아지, 반려인간을 연구하다>를 보자.


5) 기린이 강아지와 버니를 데려온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Student B는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를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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