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부록 #1
동물들의 비밀 본부
킬리만자로는 멀리서 보면 윗부분이 평지처럼 납작해 보이지만, 사실은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가운데에 키보(Kibo)라는 봉우리가 있고 그 양 옆으로 마웬지(Mawenzi)와 시라(Shira) 두 개의 봉우리가 더 있다. 이 중 마웬지 봉우리는 가파르고 험난해 접근이 어려운데, 바로 이곳에 동물들의 비밀 본부가 있다. 아프리카의 동물들은 저들끼리 이곳을 '거인의 어깨'라고 부른다.
고급 시설을 갖춘 동물 본부
동물들의 비밀 본부는 암벽 내부에 자리 잡고 있으며, 대형 도서관, 숙소, 그리고 식량창고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설은 의외로 현대화가 되어있어서, 암벽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통해서 전기가 공급되고, 위성 인터넷까지 사용 가능하다. 1) 이 시설의 유일한 단점을 꼽자면, 너무 고산 지대에 위치해 있어 일부 동물들에게는 열악한 환경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팀원들 중에서는 거북이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환경이다. 2)
비밀 본부의 삼엄한 경비
비밀 본부는 사람은 물론 웬만한 동물들도 접근하기 힘든 곳이다. 육상 통로는 쥐들이 검색대를 갖추어 놓고 막고 있으며, 매우 행정적인 출입 심사와 함께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다. 하늘길 역시 마찬가지이다. 킬리만자로산의 정상 부근은 새들의 비행이 통제되어 자유로운 접근이 어렵다. 다만, 책 배달을 해주는 새들만큼은 예외적으로 접근이 허용된다. 3)
'거인의 어깨'라는 이름의 유래
동물들은 인간들이 자신들보다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거인의 어깨", 즉 부모, 스승, 그리고 선배들이 쌓아놓은 지식의 토대 위에서 더 멀리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기린을 비롯해 이곳에서 "동물들을 공부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고대의 오라클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후대 동물들에게 하나의 어깨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을 "거인의 어깨"라고 불러왔다.
1) 스타링크와 같은 위성 인터넷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다. 기린은 또한 초소형 위성을 띄워 '동물 전용 인터넷'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2) 기온이 낮고 산소가 적은 고산지대는 거북이와 같은 변온 동물들에게 특히 불리한 환경이다. 기온이 낮아지면 몸의 대사속도가 느려지는데, 산소마저 부족하면 머리 쓰는데 지장이 있을 수 있다.
3) 기린이 아마존을 통해 책을 구매하면, 인간의 주소지로 배송된 그 책을 새들이 밤새 수거해 키보 봉우리의 근처까지 가지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