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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  최고의 일곱 마리 (여우 편)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by 스튜던트 비 Sep 24. 2024

사자 일행은 파랑새와 함께 마지막 목적지인 사하라 사막의 가다미스 오아시스 (Ghadames Oasis) 1)로 향했다. 남쪽을 향해 날아가며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을 넘어가던 그들은 마침내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가다미스 오아시스를 발견했다. 멀리서 보이는 작은 마을에는 회백색의 이국적인 건물들과 야자수 나무들이 늘어서 있었다.


장시간의 비행과 뜨거운 태양에 지친 동물들은 오아시스를 발견하자마자 서둘러 달려가 허겁지겁 물을 들이켰다. 그들이 마른 목을 축이며 물로 배를 채우고 있던 그때,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나를 찾아왔네.”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동물들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이곳 풍경으로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여우를 보고는 당황했다. 기린이 사자에게 찾으라고 한 동물이 분명 사막 여우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곳에서 자신들 눈앞에 서 있는 여우는 사막에서 보기 힘든 주황빛 털을 가진 평범한 여우였다.


"기린 말로는 네가 암호학을 전공한 천재 프로그래머라던데. 여우, 우리 동물 세계에는 너 같은 수재가 꼭 필요해.”


사자가 나서서 반갑게 인사하자, 여우가 피식 웃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2)


"사자, 나는 이제 다시는 길들여지지 않을 생각이야. 네가 나를 길들일 수 있으면, 나는 너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고, 너도 나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겠지만 말이야...”


브런치 글 이미지 1


사자는 여우의 말이 너무 철학적이라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여우의 대화방식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여우는 인간의 기록을 자유롭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이 있기에 중요한 동물이라는 기린의 말이 떠올랐다.


"그럼, 너를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내가 비밀을 말해줄게. 비밀은 간단해. 인간들은 진리를 완전히 잊고 눈에 보이는 것만 쫓지만,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소중하게 여겨.”


여우의 말을 듣던 너구리가 살그머니 다가와 사자에게 귓속말로 이야기했다.


"얘 좀 이상한 거 같아. 우리 그냥 가자.”


너구리의 말을 들은 사자는 다른 팀원들의 의견이 궁금해 뒤를 돌아보았는데, 고양이와 카피바라 역시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팀원들의 반응을 보고 사자가 고민하는 표정을 짓자, 이번에는 파랑새가 사자의 어깨에 날아와 앉더니, 귓속말로 속삭였다.


"쟤 이상한 거 맞을 거야. 예전에 학을 자기 집에 초대해 놓고 접시에다 음식을 대접했다고 하더라고.”



브런치 글 이미지 2


동물들의 의견을 들은 사자는 왠지 여우가 미덥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여우까지 합류시켜 이 덥고 짜증 나는 사막을 건널 생각까지 하니, 여우를 애써 설득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사라졌다.


"여우야, 내가 널 길들이려면 왠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보자.”


"그래. 이해해. 날 길들이게 되면 결국 제대로 책임져야 할 테니까." 3)


그렇게 사자는 마지막으로 합류시키려 했던 여우를 쿨하게 포기하고, 오아시스를 떠나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1) 가다미스는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 도시로 '사하라의 진주'라고 불린다. 이곳은 흰색 진흙으로 만들어진 독특관 외관의 건물들과 고대무역의 중심지라는 역사적인 중요성을 인정받아 UNESCO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2) 사자는 이때 강렬한 사막 햇볕에 타는 것이 싫어 준비해 온 스카프를 목에 둘렀다. 누굴 따라 하려 한 건 아니다.    


3) 여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면 <부록: 여우는 어쩌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게 되었나>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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