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사자 일행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지중해였다. 기린은 다른 동물에 대해서는 연구소 건물 옆 계단 밑, 공원의 두 번째 쓰레기통 안과 같이 구체적인 위치를 알려주었지만, 파랑새만큼은 단순히 "지중해의 하늘에서 만나"라고만 했다.
사자는 지중해가 지브롤터 해협에서부터 동쪽 저 멀리 키프로스 섬까지 이어지는 광대한 지역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파랑새를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브롤터 해협의 하늘에 들어선 순간, 너무 신기하고 놀랍게도 파랑새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나타나 독수리 옆을 빠르게 날고 있었다. 퀵 배송의 귀재, 메시지 전달의 천재인 파랑새가 사자 일행의 위치를 파악해 하늘에서 따라붙은 것이다.
"네가 인간 사업을 공부했다는 파랑새구나.”
사자가 두 손을 모아 확성기처럼 만들어 독수리 옆을 따라서 비행하는 파랑새에게 외쳤다.
"내 이름은 '트윗'이야. 1) 너와 협상하기 위해 왔어.”
"협상? 뭘 원해?”
"동물 세계에 사업이 생기면 독점권을 줘.”
사자는 파랑새가 요구하는 것이 하늘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말을 잘 둘러대다 보면 파랑새도 다른 동물들처럼 설득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외쳤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게."
"아니. 정확해야 돼. '예스 오아 노우'로 대답해.”
사자가 잠시 망설이자 파랑새가 바로 외쳤다.
"협상 끝. 사자, 네가 선택한 거다. 나 갈게."
"아니, 가지 마! 독점권 줄게!”
사자는 급한 마음에 파랑새가 원하는 대답을 해 주고 말았다. 뭔가 자신이 불리한 협상을 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왠지 엉뚱한 말을 하면 파랑새가 반대 방향으로 멀리 날아가 버릴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완전히 나쁜 선택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랑새의 배짱 넘치고 당돌한 태도를 보니, 지금까지 모인 샌님 같은 동물들 사이에서 실질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갈 유일한 존재가 바로 이 작은 새일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들었다. 2)
1) 파랑새의 이름은 우리에게 익숙한 '트위터'와 관련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부록: 파랑새의 경영수업>을 찾아보자.
2) 파랑새의 MBTI는 동물들 사이에서는 흔치 않은 'ESTP '또는 'ENTJ'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