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4 최고의 일곱 마리 (고양이 편)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by 스튜던트 비 Sep 19. 2024

너구리, 거북이, 그리고 카피바라까지 합류한 사자 일행은 이제 유럽에 있는 고양이를 찾아가기 위해 대서양을 다시 건너야 했다. 육식 동물, 초식 동물, 잡식 동물들이 서로 밀착한 상태로 장시간 비행을 하는 것은 동물들에게는 독특한 경험이었는데, 그것은 마치 비좁은 이코노미석에 앉아 낯선 이들과 말없이 장시간을 비행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오랜 비행 끝에 그들은 스위스 제네바에 소재한 물리학 입자 연구소인 CERN에 도착하였다. 1)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연구소의 독특한 분위기와 규모를 보니 왠지 기린의 말대로 인간들의 중요한 연구들이 이루어지는 곳이 맞는 것 같았다. 사무실 뒷마당으로 가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인간이 마련해 준 것 같은 상자 안에 앉아 있었다. 기린이 말해준 그 영특한 고양이가 틀림없이 맞는 것 같았다. 2)

"안녕?” 고양이를 마주한 사자는 고양이가 자신의 먼 친척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동물들을 만났을 때보다 훨씬 편한 마음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사자가 안심하고 고양이를 안아주려고 하자, 고양이는 박스 밖으로 사뿐히 점프해 사자의 포옹을 피해버렸다.

사자는 자신이 고양이를 반가워하는 만큼 고양이도 자신을 반길 거라 기대했지만, 정작 고양이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순간 섭섭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기린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기린의 말에 따르면 ‘Nadja' 3)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는 이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했다.

고양이가 사자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다시 자리에 앉자, 사자는 기린이 말해준 그대로 고양이 앞에서 읊었다.

"고양이, 여기 있는 것보다 더 큰 입자가속기를 만들어 줄게. 나를 따라와."

사자가 말을 마치자, 고양이의 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고양이와 비슷한 제스처를 가진 사자는 그 모습이 고양이가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신호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언젠가 네가 대통일 이론(Theory of Everything)을 밝혀내도록 도와줄게.”

이 말을 들은 고양이는 신기하게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아무 말 없이 사자를 따라나섰다.

사실 사자는 입자가속기가 무엇인지, 대통일 이론이 무엇인지, 그리고 고양이가 왜 그것에 관심을 두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고양이가 동물들이 공부를 시작하는 데 도움을 주고, 더 나아가 미래를 바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입자를 가속하든 감속하든, 대통일을 하든 소통일을 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