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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던트 비 Sep 16. 2024

Chapter 3-2 최고의 일곱 마리 (너구리 편)

P A R T  1   공 부 의  시 작

거북이를 어렵지 않게 설득한 사자 일행은 북쪽으로 향해 걸프만을 건넜다. 너구리가 있다는 보스턴까지 가기 위해서는 북아메리카 대륙의 내륙 지방을 거쳐가야 했는데, 행여 인간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낮에는 휴식을 취하고 밤에는 아팔래치아 산맥을 따라서 날아갔다. 


인간의 도시에 직접 찾아간다는 생각에 긴장되긴 했지만, 정작 그들이 도착한 곳은 도시 근교라 그런지 높은 건물은 없고 오래된 참나무와 단풍나무들이 우거져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너구리가 산다는 공원의 한 철제 쓰레기통 옆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기다리다 보니 먹다 만 피자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너구리를 만날 수 있었다.


사자를 본 너구리는 악수를 청하기 위해 먼저 사자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안대를 쓴 듯한 검은 눈가 그리고 인간의 손과 유사하게 자유롭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본 사자는 순간 적으로 놀라서 주저앉았고, 너구리도 사자의 동작에 놀라 뒤로 물러섰다.


“하하, 미안. 네가 손을 자유롭게 써서 공부를 잘한다고 하더라. 이 근방의 인간 학교에 다니면서 인간 사회에 관한 공부를 했다고 들었어. 전공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금세 마음을 진정시킨 사자는 바로 너구리의 손을 잡고 물었다.


“경제학이야. 풍족하게 사는 법을 공부하는 학문이지.”


너구리가 인간의 강의실에서 주워온 먹다 남은 피자를 손가락으로 꼭 쥐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팀원을 찾는다고 기린이 새들을 통해서 알려줬어. 난 네가 오기를 기다렸어.”


사자는 풍족하게 사는 법을 공부한다면서 왠지 배가 홀쭉해 보이는 너구리가 의심스러웠지만, 자신을 기다렸다고 적극적으로 말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인지 사자는 너구리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행이 쉬고 있는 동안 너구리에게 함께 참나무 숲으로 산책하러 가자고 안했다. 


둘은 공원 안의 숲길을 따라 걸었고, 주변이 더 어두워지자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로 별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난 어렸을 적에... 초저녁에 어머니랑 산책 나가는 걸 좋아했어. 초원을 걷다 보면 하늘이 어두워졌고, 어머니가 여러 별자리에 대해 얘기해 줬지. 한 번은 어머니와 사자자리를 찾고 있었는데 그때 유성우가 쏟아졌었어.”


사자가 어색함을 깨기 위해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 사자가 인간의 별자리를 잘 아셨구나. 생각해 보면 인간들이 참 많은 것을 먼저 정해놓은 것 같아.” 너구리가 말했다.


“그래. 그런데 인간의 별자리들은 억지로 모양을 끼워 맞추어 만들었는지 수긍이 안 가는 것들이 많아. 그리고 헤라클레스 자리 같은 건 좀 뺐으면 좋겠고. 1) 나중에 우리는 우리 식대로 별자리를 바꾸어 정하면 어떨 거 같아?”


“좋은데? 하지만 사자 너처럼 인간의 별자리를 이미 배운 동물들에게는 좀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네.”


아까 네 손을 보았을 때 나는 좀 생소했어.”


사자가 너구리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을 솔직하게 말했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인간의 공부에 관심을 가진 것을 알고 연필을 손에 쥐어주셨어. 그리고 헤어질 때는 항상 손에 키스해 주셨지. 그리고 커서는 인간들처럼 이렇게 손을 모아서 기도하는 것을 배웠어.”


너구리 역시 어머니가 생각났는지 과거 이야기를 하며 두 손을 모았다.


"두 손으로 어떤 소원을 빌었는데?”





"내 노력이 언젠가 기억되는 것이야. 동물 세계에서는 공부를 아무리 해도 쓸 곳이 없잖아? 공부를 하면서 내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동물이 될까 봐 초조했던 것 같아.” 너구리가 말했다. 2)


"그래서 나를 기다린 거구나?” 사자는 그제야 너구리의 소원을 이해했고, 처음 봤을 때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던 너구리의 손 모양이 어쩐지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자, 동물들을 공부시킨다는 네 계획에 대해 들었을 때 나도 같이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열심히 해서 동물 세계에서 기억되고 싶어.”


"걱정 마. 나와 함께 일하면 언젠가 동물들이 널 인정해 줄 거야. 헤라클레스 자리를 빼고 그 자리에 꼭 너구리 자리를 만들어서 동물들이 기억하게 해 줄게.”


너구리와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눈 사자는 앞으로 다른 동물들을 외모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주석)

1)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는 '네메아의 사자'를 때려잡고, 그 가죽을 쓰고 다니는 것으로 묘사된다.


2) 너구리의 취직 과정이 궁금하면 <부록: 문과생 너구리의 취직 성공 일기>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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