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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자신의 길을 찾은 동물들

by 스튜던트 비

코모도가 말했듯, 동물의 생애는 탐색의 여정이다. 어떤 동물들은 빠르게 자신의 위치를 찾아내지만, 어떤 동물들은 길을 헤매며 탐색을 거듭하기도 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비록 지금은 자리를 찾지 못하는 동물일지라도, 결국에는 자신만의 자리를 발견하게 된다.



보브캣


스튜던트 비의 세계에서 고양이들은 대체로 사회의 상위 계급을 형성하고 있다. 그들 사이에는 ‘육식동물의 모임’이라 불리는 비공식적인 모임이 존재하는데, 이를 통해 고양잇과 동물들은 대체로 서로 알고 지낸다. 1)


이런 모임은 마음속에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데, 보브캣에게 비교 대상은 언제나 고양이였다. 좋은 배경과 뛰어난 수학적 두뇌를 가진 고양이와는 달리, 보브캣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한동안 이 사실을 괴로워했다. 하지만 뒤늦게 자신이 추상화에 강한 ‘정리형 인재’가 아니라 ‘생성형 인재’ 임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타고난 이야기꾼이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글솜씨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박쥐


박쥐는 동물들이 피자를 접어서 먹을지 펼쳐서 먹을지를 두고 논쟁을 벌일 때, 이쪽 편에 섰다가 저쪽 편에 섰다가 하면서 결국 미움을 사고 온갖 뒷담화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어떤 사안이든 양쪽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깨달은 박쥐는 동물 세계 최초의 판사가 된다. 지금도 동물들 사이에서 피자를 접어 먹을지 그냥 먹을지를 두고 싸움이 나면, 판결을 듣기 위해 중국 우한 근처에 사는 박쥐를 찾아간다. 2)




독화살 개구리


독화살 개구리는 늘 웃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다. 웃지 않으면 아무도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화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동물들이 자신을 피하는 이유가 표정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결국, 더 이상 과도한 웃음을 짓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는다. 한편, 개구리는 아직도 동물 세계에서 가장 중독성 있고 치명적인 미소를 간직하고 있다. 3)






1) 원래는 세상을 논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사자와 호랑이가 빠지면서 어느덧 서로 잘난 체를 하는 불편한 모임으로 변질된다. 같은 모임에 속하면도 이들은 서로 별로 안 친하다.


2) 탕수육을 부어서 먹을지 찍어서 먹을지, 접시에 시리얼부터 넣을지 우유부터 넣을지 등 비슷한 논쟁은 매일매일 일어난다. 박쥐의 일을 우습게 생각하면 안 된다.


3) 개구리 독은 뱀 독과는 다르게 몸에서 자체 생산되지 않고, 곤충이나 개미와 같은 먹이를 통해 획득된다. 또한 개구리 독은 뱀 독과는 달리 철저히 방어용으로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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