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대신 아메리카만 명칭 쓰겠다" .. 트럼프의 속셈은?
대형 허리케인이 올 때마다 '산유시설 가동중단' 같은 기사들이 나오는, 미국과 멕시코, 그리고 쿠바로 둘러싸인 '멕시코만 the Gulf of Mexico'을 기억하십니까?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에는 멕시코만의 이름을 '아메리카만 미국만_美國灣, Gulf of America)’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이 엉뚱한 발언이 실현 가능은 한 건지, 이번에는 또 뭘 노리고 이런 발언을 했는지 정색을 하고 분석했습니다.
I. Gulf of America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7일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멕시코만의 이름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바꿀 것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입니까. 아주 적합한 이름입니다”라고 말했씁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자신이 오랫동안 불만을 표출해 온 멕시코의 이민, 마약 밀매 및 무역 처리 방식과 연관 지은 듯 보였다"라고 의도를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도 멕시코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멕시코 정부가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유입되도록 허용하고 있다"
"멕시코는 이를 멈출 수 있다" (그런데도 안하고 있다는 불만이겠죠)
"캐나다와 멕시코 모두에 대해 매우 심각한 관세를 부과하겠다"
트럼프 당선인은 다만 이름 변경을 어떻게 시행할지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았는데, 발표 직후 실제로 한 공화당 하원의원이 "적어도 관공서는 그렇게 쓰도록 하는 법안을 내겠다"라고 맞장구쳤습니다.
II. 멕시코만과 미국 지명위원회
멕시코만은 멕시코 동부 해안에서 미국 남동부 해안을 거쳐 쿠바 서쪽 끝에 이르기까지 걸쳐 있습니다.
플로리다 해협과 유카탄 해협을 통해 카리브해와 대서양에 연결된 해양분지로 면적은 약 21만 8천 제곱마일(56만 4천 제곱킬로미터)로 남한 면적의 5배가 넘습니다.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인 PEMEX 뿐 아니라 BP, Royal Dutch Shell, 엑슨 모빌 같은 대형 석유 회사들의 산유 시설이 있는 주요한 유전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이 멕시코만이라고 불린 건 이미 오래됐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수역이 여러 이름으로 불려왔지만, 유럽 탐험가들과 지도 제작자들은 적어도 400년 동안 '멕시코만'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왔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렇듯 전세계가 멕시코만이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에 미국만 바꾼다고 해서 가능한 건 아닌만큼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는 먼저 미국부터 바꾸겠다고 나설 공산이 큽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결정은 '미국 지명위원회'가 내리게 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지명 위원회(BGN)는 지명 사용을 통일하는 책임을 맡은 연방 기관 조직으로 내무부 장관 산하”라면서 “위원회는 지리학 및 지도 제작 분야 전문가를 포함한 연방 기관의 대표들로 구성되며, 2년마다 새로 임명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결정을 기다릴 것 없이 연방 정부 차원에서 아메리카만이라는 이름을 쓰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공화당, 조지아)은 멕시코만의 이름을 변경하는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멕시코만의 이름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는 법안을 즉시 작성하도록 지시했습니다. FAA(연방 항공국)나 군대 같은 연방 정부 기관의 지도를 변경하기 위한 자금 조달을 시작하는 데 중요합니다"
PS.
멕시코만과 비슷한 국제적인 명칭 논란이 미국 내에서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미국 지명 위원회(BGN) 내 외국 지명 위원회는 지난 2020년 페르시아만(Persian Gulf)의 이름을 아라비아만(Arabian Gulf)으로 변경할지 여부를 검토했습니다.
이란은 이 해역을 '페르시아만'이라고 부르기를 고수해 왔지만, 아랍 국가들은 '아라비아만'이라는 용어를 선호해 왔기 때문입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당시 위원회는 '페르시아만'이라는 이름이 기존 정책에 따라 여전히 적절하다고 결정했지만(실제로 그 명칭을 오래 사용해왔습니다), 아랍어를 사용하는 군사 및 정부 파트너들과의 비공식적인 연방 커뮤니케이션에서 '아라비아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공식을 적용해보면, ‘멕시코만’이 적절하지만, ‘아메리카만’을 사용하는 것도 허용한다가 될텐데요. 실제로 그렇게 될까요?
트럼프 당선인의 ‘아메리카만 발언’이 멕시코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일지, 아니면 실제로 미국이 지명을 그렇게 바꿀지는 알 수 없지만, 말 한마디를 가지고 많은 이슈와 논쟁거리를 던져주는 재주만은 탁월해 보입니다.
마약과 이민 문제에 소극적인 멕시코를 압박하고 싶었거나, 멕시코만의 석유 때문에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었거나, 아니면 멕시코-파나마에 이르는 거대한 영역에 대한 '미국의 권리'를 강조하고 싶었거나, 그것도 아닌 또 다른 트럼프 당선인만의 의도가 숨어있는지는 몰라도 '이게 과연 가능은 한거냐?'는 각종 분석 기사까지 이끌어낸 것 보면 확실히 관심끌기는 성공한 듯 합니다.
취임을 앞두고 부쩍 영토 얘기가 많아진 트럼프 당선인, 2기가 시작되면 이래저래 전세계가 그의 입만 바라봐야할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