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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폭망' 독일, 주가만 오른 이유

AI 관련 기업 SAP과 지멘스, 어떻게 독일 주식시장 살렸나?

by 토미 M

2023년 –0.3%, 2024년 –0.2%

독일 경제는 2년 연속 역성장했습니다.


독일의 상징인 자동차 산업, 또 그 자동차 산업의 상징인 폭스바겐.


이 회사가 3곳 이상 공장 문을 닫고 3만명을 해고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독일 경제의 추락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독일 주가는 달랐습니다.


S&P 500에는 못미쳤지만, 그래도 다른 유럽 국가들을 압도했습니다.



주가 이코노미스트.png 출처 : 이코노미스트

이코노미스트는 "상장된 40대 기업의 벤치마크 지수인 '독일의 DAX 지수'는 지난해 달러 기준으로 12% 상승하며 유럽에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냈다"고 전하면서 그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I. DAX


독일 주가 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회사는 'SAP'라는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전체 시총에서 약 16%를 차지하는데, 이 회사 주가가 지난해에만 70% 넘게 올랐습니다.


SAP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회사인데, 자사 ERP 시스템에 AI 기능을 도입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AI 제품에 대한 강한 투자자 수요, 그리고 Microsoft, Meta, Nvidia와의 협력 덕분에 선전했다"라면서 "DAX의 작년 상승분 중 3분의 2는 SAP 덕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엔지니어링 대기업인 지멘스(Siemens) 역시 AI에 따른 데이터 센터 수요 증가로 강력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독일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7%로 SAP에 이어 2위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DAX 지수에서 두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는 가운데, 이들의 성과는 메르세데스 같은 자동차 회사들이 독일 제조업 침체 속에서 겪고 있는 부진을 상쇄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독일주가 지수 10대 기업


II. 독일은 정치도 도왔다.


독일 정치도 주가 상승에 보탬이 됐습니다.


11월 연정 붕괴 이후, 2월에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했는데, 시장은 새로운 연정이 보다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채택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차기 정부가 돈을 푸는 효과가 있는 공공 차입에 대해 제한을 두는 헌법 조항인 '부채 제한(debt brake)'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독일 정부의 경제 운용 방식은 '돈을 푸는 경기 부양'보다는 '적절한 선에서 멈추는 재정 건정성'을 중요하게 여겨왔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엄청난 물가상승을 경험한 뒤로부터는 재정 지출을 일정 비율 이상 올리는 것에 정색을 하는 전통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를 통해 그런 전통이 조금 누구러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는 겁니다.


또 이코노미스트 독일의 인플레이션이 계속 떨어지고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를 인하해 주식 매력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예상도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고 분석했습니다.



PS... 경제와 주가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시장은 경제의 건강 상태와 이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그 관계가 항상 일정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지난해 독일 주가가 그랬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독일의 SAP와 지멘스 처럼 AI와 관련된 글로벌 기업들이 지배하는 지수는 독일의 국내 경제가 안 좋을 때에도 오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SAP와 지멘스, 독일의 쌍두마차가 주가를 지켜냈다는 겁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이런 상승이 2025년에도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라면서 "몇몇 대형 기업에 대한 의존은 그들의 운명 변화에 따라 지수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칭찬이든 경고든, 이래 저래 삼성전자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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