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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going Oct 20. 2023

개똥밭

평범한 인간의 평범한 고통

사람을 가득 태운 거대한 쇳덩이가 하늘을 나는 것. 

멀리 있는 사람과 허공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것. 

그리고 생명의 탄생하는 것. 


내용을 아무리아무리 읽어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죽음은 어찌나 명료한지. 그냥 끝나는 거다. 끝.

어떤 의문도 생기지 않는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속담이 있다. 진짜로 개똥밭에 굴러본 사람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절대로. 


미국의 유명 대학에 '죽음이란 무엇인가' 알려주는 수업이 있다고 한다. 책을 읽어보니 '어려운 시기는 보통 일시적이니 죽지 말고 살아있으면 나아진 상황을 만날 수 있다.' 그 얘기를 그래프까지 동원하여 가르쳐 준다.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 아기를 데리고 자살한 다른 환자의 뉴스를 자주(그렇다. 탈모인 눈에는 탈모인이, 군인 눈에는 군인이 잘 보인다.) 접했다. 다들 혀를 차며 죽으려면 혼자 죽지 죄 없는 아기는 왜 죽이냐며 비난했다. 그 개개인들의 사정은 하나도 모르지만, 대략적으로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제까지의 삶이 개똥밭이었다. 결혼으로 탈출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개똥만(미안하다 개들아) 10배로 늘었다. 그런데 정신 차려보니 내가 10배 더 더러운 똥밭에다 사람을 낳았다. 그 끔찍한 죄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똥밭을 당하게 하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 나쁘다. 처자식을 제 손으로 살해하는 패전 성주처럼, 앞으로 당할 끔찍한 일들로부터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심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살다 보면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 있겠지 분명. 하지만 그 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이 지옥일 것이 확실하다면. 어쩔 것인가. 


열심히 노오력 하면서 살아라. 행운을 빈다. 나는 간다. 이렇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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