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싶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끌어안고 엉엉 울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내가 왜 이러지, 상처받는 일이 있었나?’ 생각해 본다.
무엇이 나를 울고 싶게 만드는지 찾으러 저 쓰레기산에 들어가라고?
약을 늘리는 게 깔끔하다.
끌어안고 울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데다가 뭔가 눈물 날 만한 일을, 그 실체를 찾아 슥 내밀어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왜 슬픈지 무엇이 나를 아프게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누군가를 끌어안고 울 수 있을까?
위로를 받으면 더 황망해 질 수도 있는데?
사람들을 만나서 유쾌한 감정을 한바탕 풀어내고 나면 그 순간은 개운하고 편안하다. '내가 왜 이런 쓸데없는 것들을 다 지고 있었지 껄껄.' 이러면서 호탕해진다. 하지만 다음날 눈을 뜨면 어김없이 거대한 파도가 나를 향해 몰려오는 것이 보인다. 당장 일어나서 약을 먹으면 금새 가라앉지만 움직임이 굼떠지면 박살이 난다.
일단 공황이 오면 산 채로 땅에 묻히는 것 같은 공포감이 온 몸을 짓누르는데 숨이 안 쉬어지고 몸에 경련이 와서 머리맡에 약이 있어도 쉽게 손을 뻗을 수가 없다. 가위는 이불속에서 가만히 당하니 차라리 낫다. 공황이 오면 죽는다고 헐떡거리는 내 모습을 다른 이가 본다.
아직까지 공황으로 죽은 사람은 없다는 거 압니다. 알면서도 기어이 응급실에 드러누워 살려달라고 추접을 떠는 내 모습이. 일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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