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병사?
어릴 때의 잔병치례를 시작으로 치질, 무좀, 내향성 발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질병을 경험하고 알레르기 베타테스터라는 닉네임에 충실한 삶을 살아온 지 40여 년. 나는 안 가본 병원이 없고 안 먹어본 약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삶아 먹으면 불로불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괴담도 들은 적 있다.
주변 사람들의 증상을 듣고 어떤 질환이 의심되니 어느 병원에 가서 무슨 검사를 받아봐라- 조언하는 정도는 일상다반사. 발진이 없는 단계에서 대상포진을 진단하여 피부과 의사에게 칭찬을 받은 적도 있다.
나의 프로환자 내공을 바탕으로 추측하건대, 나는 70세 이전에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낮다. 자잘한 통증과 질병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렇듯 온몸 스캔급 검진을 매 년 꼬박꼬박 받고 있고 맵고 짠 음식, 밀가루 음식, 튀김, 냉동식품 등등을 멀리하는 그야말로 세계 보건기구 권장형 식생활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 먹은 음식들의 총 칼로리와 5대 영양소 함량을 바로 계산할 수 있고, 일주일에 3회 이상 심박수 120으로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한다. 그 무엇보다도 손을 차-암 잘 씻는다.
20대 초반에 뇌졸중 치료를 받았으며 심장약은 이미 먹고 있다.
하지만, 너절한 몸속 사정과는 달리 피와 근육과 뼈의 균형은 실로 우수하게 유지하고 있는 반전 몸뚱이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어디를 보아도 가늘고 길게 살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