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확률
나는 조울증 환자다.
우울증이 평지를 걷다가 구덩이에 추락하는 거라면 조울증환자의 우울삽화는 한 5층쯤에서 추락하는 거랄까. 더 과격하다.
그러니까, 내가 자살한다면 조울증으로 인한 병사라는 거다.
한 사람이 자살하면 그 주변 몇 십 명이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고 한다. 그들을 자살 생존자라고 한다. 자살자 가족은 '제 식구를 죽게 만든 잔인한 인간들'로 매도되어 친인척 경조사에도 초대받지 못한다는 인터뷰를 봤다. 게다가 '내가 그때 그렇게 했다면 안 죽었을 텐데.' 혹은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나 때문이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정말 평생을 괴로워하게 된다고 한다.
다 알고 있다.
내가 분명 이렇게 다 알고 있는데 혹시라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내 죽음의 원인은 100% 조울증에 걸린 나 자신에게 있으니 절대로 자책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꼭 기억해 주세요. '병사'입니다.
나는 약을 약간 아슬아슬하게 따위 없이 넘치기 직전의 용량으로 선택하여 정말 빠짐없이 챙겨 먹는다. 또, 싫은 건 절대 안 하려는 똥고집 성격 탓에 행동반경이 몹시 좁은데 앞으로 더 좁아질 예정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지향하며 살고 있다.
다양한 안전망들로 철벽을 두르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