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일함
부지런할 근
1. 부지런하다, 부지런히 일하다, 임무를 행하다. (부지런하다: 어떤 일을 꾸물거리거나 미루지 않고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태도가 있다.)
2. 근무하다(부지런할 근+힘쓸 무)
3. 힘쓰다
일할 로(노)
1. 일하다
2. 힘들이다.
3. 애쓰다
표준국어대사전
바코드만 찍어도 어쩌고, 아주 쉬워요 어쩌고.
구직사이트 맨 상단에 항시 게시되어 있는 글을 꾹 눌렀다.
연락처를 남긴 지 2시간 후에 전화가 왔다. 원하는 시간대와 위치를 결정하고 바로 다음날 출근했다. 3시간 정도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점심을 먹은 후 3시간 정도 일을 했더니 계약직 신청 서류를 나눠줬다. 언제부터 나올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고(오리엔테이션 참가자 중 90%가 대상자였다.) 나는 다른 공정도 해 본 후 결정하겠다 대답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셔틀버스 안에서 울었고 밤에 베개를 끌어안고 또 울었다. 안심이 되었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자기 효능감이었다.
일은 정말 쉬웠다. 내가 다니는 센터에는 장애인 사원도 있다. 쉽다.
'쉽다고 했지 힘들지 않다고는 안 했잖아?' 이게 핵심이다. 힘들다.
PDA에 화면이 뜬다. 표시된 선반에 가서 선반 바코드를 찍어 위치 확인. 표시된 상품의 바코드를 찍어 상품 확인. 표시된 개수에 맞게 하나씩 바코드를 찍어 상자에 담기. 모든 사항이 다 맞으면 완료 메시지 후 다음 작업 화면이 표시된다. 상식적으로 오류가 날 수 없는 작업인데 계속해서 오류가 났다. 초반에는 기계 탓이라며 담장자에게 되려 화를 냈는데 같은 상태의 아줌마가 등장한 후 거울치료 되었다. 나는 못하는 게 없는 천재였지만 아주 최근(거의 8개월 차)에 와서야 스피커에서 도미솔도가 나와도(오류 낸 직원을 호출하는 안내방송 시작 신호) 식은땀을 흘리지 않게 되었다.
이 일의 장점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혼날 때 변명하는 것 제외)과 익일 입금. 그리고 밥 주는 거. 끝나고 셔틀 기사아저씨나 경비아저씨가 '고생하셨습니다.' 인사해 주는 것은 보너스.
지난 겨울. 냉난방 안되니 너무 춥다고 투덜거렸는데 이번 여름을 겪으면서 냉난방의 참 의미를 깨달았다. 아침 9시에 이미 35도. 철판 지붕 덕분에 2시 이후에는 오븐에서 구워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물을 2리터 이상 마시는데 세수할 때 말고는 화장실을 안 갔다. 초콜릿, 사탕은 물론 껌도 녹아서 센터에서 주는 식염 포도당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백여 명이 한 줄로 서서 검색대를 통과하는 퇴근길. '이번 김장땐 소금 안 사도 된다'는 아줌마도 '나는 엄마한테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하는 또 다른 아줌마도 '아우씨 더러워' 하는 아저씨도 웃을 수 있는 건 모두의 옷에 흰 소금띠가 겹겹이 내려앉아 있기 때문이었다.
점심을 먹을 때도 휴식 시간에도 일을 주제로 대화하는 근로자들 속에서 항우울제를 2배로 처방받았을 때 보다 더 큰 생기를 얻고 있다.
몸은 디지게 힘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