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안될수록 재미가 커진다는 슬픈 진실
지역 마켓에 셀러로 참가했다.
셀러가 셀링을 거의 못해서 침울했다.
뉴비라 그런지 가장 안쪽 끝자리를 배정받았는데
활동가들이 오가면서 귤, 바나나, 김밥 등을 계속 가져다줬다.
(심지어 내 물건 중 가장 비싼 35,000원짜리 찜질팩도 사줬다.)
처음에는 마켓에 사람이 너무 없는 게 미안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나중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활동가 분이 휙 뒤를 돌더니
"저는 한다에요."라고 쑥스럽게 던지고 우다다 뛰어가셨다.
ㅇ0ㅇ;
판다? 환자? 뭐라고 한 거지?
그제야 운영진들이 입고 있는 낡고 헐렁한 그물 조끼 등판에 HandA라고 적혀있는 것이 보였다.
찾아보니 용인 환경운동 실천단체.
10년 전 동물사랑 실천협회에 휘말렸던 기억이 우다다 뛰어나왔다.
거대한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는 그 기분.
안녕~ 어제까지의 나, 안녕
그 사람 없고 자그마한 마켓에 현악 4중주 단과 소프라노가 공연을 했다.
콘크리트 다리 밑. 갑자기 쏟아지는 빗속의 연주. 무대 바로 앞자리. 황홀했다.
나는 눈 오는 날엔 귀가 잘 안 들리지만 비가 오면 사운드가 깔끔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 지금 여기 있는 운영진과 연주단, 그리고 몇몇 셀러들은
수익 창출이 아니라 일/연주/활동을 위해 여기 모여있는 것이었다.
나를 지속적인 참가자로 만들기 위해 츄르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 또 나올 거지?
셀러 7, 관객 5, 시민 12를 한 방에.
재...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