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어야 할 이야기
나의 독립출판에는 두 가지 거대 시련이 있다. 제작 전 디자인. 제작 후 입고. 제가 이런 책을 만들었는데 귀 서점에 입고를 신청합니다. 첨부파일은 이것과 저것. 일정한 양식이 있으니 입고 신청서를 만드는 건 쉽다. 스토리지 북앤필름 사장님이 올려주신 독립출판서점 리스트를 뽑은 다음 그중 내 책을 팔아줄 것 같은 서점을 골라내는 것. 첨부 파일이 잘못돼 메일을 전부 다시 보내는 것. 입고 신청서를 보낸 후, 답장이 오지 않는 곳과 거절 의사를 보내는 곳을 확인하여 리스트를 죄다 지워나가는 것. 처음 입고하는 서점 방문 시점에 이르면 책도 나도 너덜너덜 해지고 만다.
초기에는 책 다섯 권을 입고하러 가서는 카운터를 등지고 한 참을 우물쭈물 서 있다가 마침내 입고하러 왔는데요... 뱉어내고는 아, 제작자세요? 하면서 건네는 서점 주인 분들의 인사에 혼비백산. 몇 번 해 본 후로는 책을 두어 권 사서 내밀며 계산 후, 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입고하러 왔습니다 고백하는 숏컷 완성. 지금은 그냥 아는 서점에만 입고하는 것으로 상황을 강제 종료시킨 상태. 하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시련. 재입고해주세요. 방구석에 쌓여있는 책 박스를 보며 오늘도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고 있다.
느닷없는 개인사는 여기까지
오늘은 만족스럽구먼
해는 우슴 달은 우름/정하수
지방(이라고 하기엔 우리 집 기준으로 서울보다 가까운) 독립서점에서 발견했다. 현재 절판 상태. 정신과 책을 입고하러 갔다가 서점 주인이 직접 골라줘 사 왔다. 검소하고 단정한 표지와 내지를 들추며 이것이 고수의 세계구나! 감탄한 후 텍스트를 읽고 며칠을 앓았다. 이 책 덕분에 정신질환 환우와 가족을 위한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제법 성숙한 환자로 성장 중이다.
의대 본과 3학년 예쁜 아들이 갑자기 발병한 조현병으로 허물어져간 30년. 그가 쓴 일기와 편지들을 엮어놓은 책이다. 높은 감수성을 가진 5촌 조카가 제작했다. 글이 많지 않지만 충분하다.
세상이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 수잔 L. 나티엘
조현병 환자의 아들들이 들려주는 열두 가지 이야기.라는 소제목을 가지고 있다. 원제는 Sons of Madness. Daughters of Madness의 후속작이지만 그 책은 국내 출판되지 않았다. 정신질환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라 성인이 된 자녀들과 당시와 현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 모음이다. 인터뷰어와 옮긴이(정신과 전문의)의 후기가 각각의 사례마다 달려있다. 이게 힘들고 이런저런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 이야기. 미국 사례라 그런지 감정은 전달되지만 거리감이 있다.
미치다: 동사) 정신에 이상이 생겨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되다.
내용 중에, 처음으로 친구에게 엄마 이야기를 털어놨는데 대뜸 '그거 유전병 아냐?'라고 물어보더란 이야기가 있었다. 나도 내가 조울증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애들한테 유전됐으면 어떡하지!'였다. 조울증인데 가정을 꾸리고 직업을 갖는 일상생활에 성공한 사람이 계시냐는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저요'라고 답글을 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매일 겁에 질려 투쟁 중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