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
빌려온 책:
기획회의 519, 520, 521
잘 찍은 사진 한 장/윤광준
식물생활 1,2/안난초
마술 라디오/정혜윤
사생활의 천재들/정혜윤
침대와 책/정혜윤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김원영
키미 늙은 개 이야기/닐소
신청/예약 도서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지난번 빌려온 책이 아직 남아서 바로 가지 못했다. 그냥 받아와도 되는 건데 뜬금없는 고집을 부렸다. 이번엔 리스트에 있는 6권만 딱 빌려오자. 딱 이것만. 다짐하며 도서관에 갔다.
느티나무 도서관의 반납은 책을 직접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문학 서가 책들은 꼽고 뺀 후 돌아서는 게 수월한데 컬렉션 서가의 책들은(심지어 DVD까지!) 호객이 매우 심하다. 정말 다이어터가 뷔페식당을 통과하는 것 같은 고통이 있다.
대출 등록이 끝난 책들을 소독기에 넣고 돌렸다. 지난번에 사서 선생님이 내가 소독기에 책을 넣는 걸 보시더니 아이고 맙소사! 이러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하셨다. 이제까지 소독기에 책을 거꾸로 꼽고 있었던 것이다. 사용법이 사진까지 첨부되어 낱낱이 적혀있었는데 안 읽었다.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글자만 봤다는 것이 들통났다. 진짜 부끄러웠다. 바로 얼마 전에 누군가에게 내 입으로 '그러니까. 애써서 쉽고 자세하게 써놓으면 뭐해. 절대 안 읽고 똑같은 걸 계속 물어본다니까. 한글 몰라? 왜들 그러는 거야 한심하게'라며 잘난 척을 했는데. 진짜 진짜 부끄러웠다.
혼자 소독기를 독차지하고(한 번에 3권, 최대 5권을 넣을 수 있다) 계속 돌리는 게 민망해서 책을 촘촘히 넣었는데 기계가 작동하자 책 속지들이 촥 펼쳐지면서 사르르 떨렸다. 그거였다.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실로 만든 공간. 너무 멋진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스마트 폰이어야 했는데. 스마트 폰을 사용하고 있었다면 당장 꺼내서 찍어둘 수 있었을 텐데. 속이 상했다.
집에 돌아와 시무룩하게 앉아있다가 반납할 때 카메라를 들고 가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애들 행사에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다른 엄마들이 '얼~ 전문가~'이러면서 몰려들었다가 조용히 주머니에서 피쳐폰을 꺼내 보여주면 '아~ 맞다~'하면서 돌아가는 게 지겨워서 책장 맨 위칸에 올려놓은 저것. 양쪽에 기획회의, 가운데 두꺼운 단행본 세 권. 똑같이 놓으면 되겠지. 충전을 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