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도 연봉도 아닌 이것 때문에 오늘도 버틴다.
여러분은 어차피 퇴사하려고 생각하는 회사, 그래도 그나마 버티게 해주는 힘이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세요? 회사의 복지, 연봉 인상률, 잘 가르쳐주는 사수나 잘 따라오는 후배. 모두 맞지만 제일 중요한 건 저는 나와 맞는 동료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회사에서 혼자 일하지 않잖아요. 저는 건축설계업이어서 프로젝트 팀 단위로 일하는 일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할 때도 있고, 아니면 소위 우리가 말하는 빌런들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과 일하냐에 따라 그 프로젝트에서 느끼는 행복, 성취감, 결과물이 많이 좌지우지된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옆에 있는 사람이 중요하죠.
그래서 저는 첫 회사와 지금 회사를 버티게 해 준 고마운 분들을 소개하면서 저의 절친 동료들과 어떤 관계를 갖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관계의 동료인데요. 저는 첫 회사에 다닐 때 언젠가는 내 일을 찾을 거야!라는 꿈이 있었어요. 그리고 저의 절친 동료 용 대리님은 사진으로 꿈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셨죠. 우리는 서로 꿈밍아웃을 하고 극격하게 친해졌습니다. 저희는 점심시간마다 모여 책을 읽거나 각자 자기 계발을 하는 시간을 갖었는데요. 그 시간 동안 작업이나 독서도 하지만 서로의 꿈을 나누고 응원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사진 인스타를 운영하는 방법이나,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이나, 웨딩 스냅 작가가 되는 법, 월급 대신 어떤 밥벌이를 하고 살 수 있을지 등 정말 건설적이고 동기부여가 되는 대화를 많이 했어요.
저는 꿈을 지지받는 것에서부터 오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고 믿거든요. 그렇지 않고 회사에 순응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만 옆에 있었으면 저는 꿈에 도전하기는커녕 퇴사조차 하지 못했을 거예요. 용 대리님 덕분에 저는 꿈을 키우고 동시에 회사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공공의 적이 같아서 같이 불만을 나눌 수 있는 동료입니다. 저에게는 공모프로젝트(현상설계)를 하면서 친해진 두 명의 후배분들이 계셨습니다. 저랑 거의 8살 가까이 나이차이가 나서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공모전 프로젝트가 지옥 같던 시기 우리는 공공의 적이 생겼어요. 아무리 야근해서 결과물을 가져다줘도 “이거 좀 아니지 않아? 이게 정답이야?” 한마디만 하는 소장님이었죠. 그런데 그 시기에 나와 똑같이 화내고 욕해주는 두 명의 후배가 생겼습니다.
“그 말 들으니까 진짜 미치겠어요, 선배.”
같이 울분을 토하고, 밤 12시까지 일하면서 편의점에서 포카리스웨트 한 잔씩 마시며 뒷담화 하던 그 순간들. 그 친구들이 없었다면, 아마 전 그 프로젝트 끝나자마자 사직서 냈을 겁니다.
소장님을 인격적으로 미워했다기보다 일에서 엮이다 보니 나오는 불평불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저는 그걸 꽤 오랫동안 혼자 끙끙 앓고 있다, 이 친구들을 만나고 해소가 되더라고요.
그렇게 소위 말하는 뒷담화로 서로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고 그리고 해결책을 찾아갔어요. 혼자서 화를 삭이기보다 나누니까 마음도 가벼워지고, 집단지성으로 어려운 일도 헤쳐나가기 좋았죠. 결국 프로젝트가 끝나고 저희는 가끔 휴게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이자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 친구들이 없었으면 저는 외롭게 불만을 마음속에 쌓아가면서 어차피 퇴사할 회사지만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두 친구도 마찬가지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불만이 통하는 동료와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게 회사를 버티는데 큰 힘이 되더라고요.
마지막은 편한 마음으로 점심을 같이 먹고 산책할 수 있는 동료입니다. 이런 동료가 필요한 이유는 내가 쉬는 시간에 마음편안하게 대화하고 머릿속을 환기시켜 주는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회사에 이런 대리님이 딱 한 분 계셨어요. 저희는 원래 같은 팀이었지만 인사이동으로 팀이 분리되었음에도 점심을 꼭 같이 먹었습니다.
혼자 도시락을 싸서 컴퓨터를 바라보면서 먹는 게 저는 너무 싫더라고요. 그랬는데 대리님도 마찬가지셨나 봐요. 저희는 사내 구내식당에서 매일 같이 점심을 먹고 산책을 했습니다. 이전에 같은 팀이었다 보니 서로의 고충에 대해서 잘 알았고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였어요. 그러다 보니 불평불만뿐만 아니라 앞으로 커리어는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친구와의 싸움이나, 인생에 대한 고민들, 주말에 무엇을 할지, 이직할 곳이 어디가 좋은지, 별의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였습니다.
이렇게 속마음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믿음 가는 동료는 우리가 버티는 회사 근무시간 중 잠시라고 숨통을 트이게 해 줍니다. 이런 동료가 없었다면 저는 휴게시간에도 누구에게도 말 못 하고 자리에 앉아 일을 하거나 낮잠을 잤을 거예요. 하루 종일 리프레쉬 할 시간 없이 일을 했다면 저는 회사를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이런 동료는 정말 회사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답니다.
종종 새롭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들을 보면 회사에서 친구가 될 수 있는 동료를 만들지 않는구나라고 느껴요. 제 한정된 경험에서 말씀드리면, 회사에서도 진짜 평생 친구를 만날 수 있어요(물론 빌런도 그만큼 많겠지만). 그리고 회사에서 만났기 때문에 일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커리어에 대해서 서로 이해해 주고 공감해 줄 수 있어서 오히려 몇몇 고등학교나 대학교 친구보다 친해지기도 합니다. 지금 회사에서도 친한 동료들을 친구처럼 생각하고 어차피 하게 될 퇴사를 하면 계속 연락하면서 지낼 예정입니다.
회사에서 상사나 동료, 후배들에게 상처도 많이 받고 화도 나지만 그 반대편에는 나와 같이 욕해주고 화내줄 친구가 되어주는 동료들도 있다는 걸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 동료들이 우리가 어차피 퇴사할 회사 조금이라도 더 버티게 해주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니까요.
복지도 좋고, 연봉도 좋지만 진짜 좋은 건 회사에서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를 만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여러분은 그런 동료가 있으신가요? 그 사람이 떠오른다면, 댓글에 살짝 자랑해 주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 ‘회사 버티기’를 위한 현실적인 글을 더 써보려고 해요. 구독해 주시면 다음 글에서 뵐게요.
오늘도 어차피 퇴사할 회사 잘 버텨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