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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얼마나 잘 알까?

챕터 :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by 재민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는 4월 내 생일에 용 대리님이 선물로 준 책이었다. 퇴사 고민과 사이드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골랐다는 말과 함께 받았다.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는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의 브랜드 마케터가 알려주는 퍼스널 브랜딩에 관련된 자기계발서다. 페르소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브랜드로써 세상에 알리기 이전에 나 자신을 알아야 하는 중요한 과정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나는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책에서 말하는 브랜딩은 마치 자신의 성향을 알아가는 것과 같았다.


나는 과연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어떤 역할과 태도를 보이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으로 내가 하는 일과 회사에 대해 대입해 보기도 했다. 이 생각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날 잘 아는가?’ 라는 질문들로 이어졌고 나를 잘 알아야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다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브랜딩을 도구로 나의 삶과 일의 방향을 정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먼저 나를 분석해보기로 했다.


얼마나 자신을 파악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 자신을 잘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새로운 모습을 매일 발견하고 매일 또 새롭게 변한다. 그래서 나를 관찰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법도 필요했다. 요즘에는 MBTI나 강점 테스트 같은 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향을 알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보다 먼저 떠오른 건 과거에 만들었던 ‘스튜디오-오공이’ 였다. 나는 이미 한번 스스로를 돌아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5년, 건축 학부를 졸업하고 한창 건축사 사무소 인턴을 열심히 하다 육체적 번아웃이 온 적이 있었다. 당시 주 7일씩 매일 12시간 이상을 일한 탓이 컸다. 그래서 인턴 기간이 끝날 때 좀 더 연장해서 할 생각이 없냐고 제안이 들어왔지만 마다하고 서울에서의 자취생활을 마무리했다. 대전 본가로 돌아온 나를 엄마는 걱정하셨다. 사실 나에게는 특별한 계획이나 생각이 없었다. 2016년, 스물여섯의 나이로 엄마와 누나가 사는 대전집 거실에서 백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 당시 집 근처에 있던 작은 카페에서 알바를 하며 지냈는데 알바로 용돈벌이 정도만 하고 있었다. 이 때의 나는 미래에 대한 생각을 잠시 내려 놓았었다. 앞으로의 계획도 없었고 고민도 하지 않았었다. 다음 단계가 없는 상태는 내 인생 처음이었다.


종일 책도 읽고 산책도 했다. 가끔은 카페도 가고 엄마랑 밥도 해 먹었다. 나는 이 시기를 나중에는 기본값이라고 이야기하고는 했다. 내가 달고 있는 사회적 타이틀이 없어지니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민낯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이렇게 기본값이 되어보니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나는 뭔가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때 ‘스튜디오-오공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무려 사업계획서까지 써보기도 했다. 스튜디오-오공이라는 이름은 서울 첫 원룸 자취를 502호에서 했기 때문에 지었는데 사회에 처음 나와 얻은 나만의 공간이었기에 의미가 있었다.


스튜디오-오공이를 정확히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스튜디오-오공이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나의 비물질적 공간이었다. 무엇을 만들지는 몰랐지만, 그렇다고 특정 한계를 두고 싶지는 않았다. 음악이 될 수도 있고, 그림, 웹사이트, 영상, 사진 등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통해서 ‘무엇’을 ‘창조’해 내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즉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창조적인 놀이터인 셈이다.


이전에 만들었던 스튜디오-오공이가 나 자신을 파악하는데 떠올랐던 건 나를 ‘무엇을 창조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페르소나가 있고 다양한 성향과 특성이 있지만 몇 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었다. 이것이 나를 알아가기 위해 제일 기본이 되는 기본값이었다.


2016년 스튜디오-오공이를 만들고 나서 특별히 한 것은 없었는데 이제 그걸 바탕으로 활용해 보면 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나를 찾아가기 위해서 내가 기본값이었을 때 느꼈던 ‘창조’하고 싶은 욕구를 탐구해 보기로 했다. 마침 지금 사는 집도 502호인 우연도 있으니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스튜디오-오공이를 이렇게 정의한다.


‘스튜디오-오공이는 제가 사는 집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제가 구축한 저의 크리에이티브 세계로 회사, 학교, 집을 구분 짓지 않고 저를 기준으로 펼치는 창조적 활동 영역입니다.’


스튜디오-오공이 안에서 나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나는 창조적 행위를 하면서 과연 나는 왜 만들고, 왜 그리고, 왜 쓰는지를 고민한다. 또 어떻게 일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살펴보고 기록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만들다 보면 스스로를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페르소나에 이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그걸 좋아하는지 알아가기로 했다. 나만의 성향을 찾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탐구해보고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스튜디오-오공이를 통해 그 고민을 이어갈 수 있다고 믿었다. 결국 이런 고민이 모여서 내가 퇴사하고 싶은 이유와 퇴사를 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퇴사 후에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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