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 프리워커스
‘베트남 국제 현상’은 5월에 접어들면서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5월에 있는 모든 공휴일에 회사에 나와 일했다. 6월 1일이 제출 날이었음으로 프로젝트 규모에 비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적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어서 쉬지 않고 일했다.
시간이 지나 5월 셋째 주가 되서야 우리의 결과물이 완성되어 가는 것이 보였다. 계획은 더욱 디테일해져 갔고, 보고서 페이지도 채워지고 있었다. CG 이미지도 나오기 시작했고 영상 스토리라인도 만들어져갔다. 코어 멤버 외에도 글로벌 본부의 사원급 직원들이 한 명, 두 명 투입되면서 일의 진행 속도는 거침없이 빨라졌다. 우리는 속도가 붙는 만큼 더 많이 일했다. 우리는 현상 시작부터 5월 마지막 주가 바쁨의 절정이 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주가 다가오자 끝이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아직 1주일이나 남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래도 시간은 앞으로만 가니 마지막 한 주에 모든 걸 불태워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이어 나갔다.
하루는 12시가 훌쩍 지난 새벽에 베트남 현지 업체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사실 그날은 새벽 3시쯤에는 집에 가겠구나 했지만, 전화 통화가 2시간 반을 넘길 정도로 길어지면서 새벽 4시까지 통화를 하다 겨우 퇴근할 수 있었다. 깜깜한 새벽, 택시를 잡아타고 돌아가는 길에 나는 생각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내가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고 사람들과 다 같이 결과물을 향해 달리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학교에서 과제를 할 때도 평소 밤을 새워가면서 하는 타입은 아니었기 때문에 매일 새벽 3-4시에 퇴근하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나도 이렇게 미친 듯이 할 수 있구나’ 했지만 ‘정말 더 노력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물론 몸과 정신은 만신창이가 되고 있었다. 아침 지하철을 타면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는 걸 참으며 출근해야 했다. 하지만 묘하게 힘이 났던 건 이게 바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미친 듯이 일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베트남 국제 현상’을 완성하기 위해 숨이 차게 달리고 있었고 우리는 기필코 완성 시키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일했다. 그래도 며칠만 지나면 이 모든 게 끝이 난다는 희망과 그 후에 충분히 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밤도 이틀이나 세웠다. 특히나 내가 맡은 파트 중 하나인 동영상 결과물은 제일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에 현상 마지막 밤을 거의 혼자 보냈다. 물론 전날 저녁에 퇴근하고 잠깐 자고 온 에 과장님이 새벽 2시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하셨지만. 현상은 6월 1일 점심이 지나고 나서야 마무리 되어 집에 갈 수 있었다. 완성된 보고서와 결과물은 안전하게 베트남 현지에 제출할 수 있었고, 그렇게 길고 힘들었던 2개월간의 여정을 완성했다.
그날 퇴근길은 날씨가 참 좋았다. 별생각 없이 계속해서 봄옷을 입고 다녔는데, 집에 오는 길이 살짝 더웠다. 밤을 새워서 꼬질꼬질 한 것도 있었지만 벌써 봄이 다 지나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른 채 몰입해서 일했나 보다. 이게 말로만 듣던 ‘죽도록 노력하는 거구나’ 싶었다. 다행인 건 나는 그래도 죽지 않았다. 정말 후련하면서 행복했다.